암 투병 중에도 콘서트 놓지 않았던 영화음악 거장…사카모토 류이치 별세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음악가이자 영화 <마지막 황제>의 OST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사카모토 류이치가 별세했다. 향년 71세.
2일 일본 매체 스포니티아넥스·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사카모토의 소속사는 그가 지난달 28일 투병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소속사 ‘캡’은 “사카모토는 직장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컨디션이 좋은 날은 자택 내 스튜디오에서 창작 활동을 계속했다. 최후까지 음악과 함께했다”면서 “지금까지 그의 활동을 응원해 주신 팬, 관계자, 그리고 의료 종사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1952년 도쿄에서 태어난 사카모토는 3세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미 바흐의 음악에 심취할 정도로 클래식에 조예가 깊었지만, 영국 록밴드 비틀스의 음악에 매료되는 등 음악적 스펙트럼도 넓었다.
도쿄예술대학 음악학부 작곡과를 거쳐 1978년 3인조 밴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를 결성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특히 영화 OST 작업에 활발히 참여했다. 1983년 전쟁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에는 사운드트랙 작업뿐 아니라 배우로도 출연을 했는데, 이 영화에서 영국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와의 열연이 화제가 됐다. 1987년 영화 <마지막 황제> OST로는 그래미상과 오스카상을 받았다. 일본인으로서 오스카 작곡상을 받은 건 사카모토가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국내 음악인 유희열씨가 자신의 곡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을 때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모든 창작물은 기존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 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를 가미한다면 훌륭하고 감사할 일”이라고 답해 거장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사카모토는 환경과 평화 문제에도 적극적인 발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일본대지진 12주년을 맞아 최근 도쿄신문에 보낸 메시지에서는 “왜, 왜, 왜 이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원전을 고집하는 것일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3월 초순에는 도쿄도지사에게 편지를 보내 수백 그루의 나무와 오래된 역사적 경기장을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를 지으려는 재개발 계획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사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그는 지난달 29일 언론사에 전달된 공동 서면인터뷰에서 “음악 제작도 어려울 정도로 기력·체력 모두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 인터뷰는 그가 지난달 28일 숨지면서 생전의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그는 지난해 12월11일 콘서트를 앞두고 “마지막 콘서트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실제로 그의 마지막 공연이 됐다.
김서영·김종목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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