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이 하반기 들어 글로벌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법인 순이익이 감소하는 등 실적 측면에서는 주춤한 모양새지만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이라는 큰 그림은 더 뚜렷해졌다.
1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해외 진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하나뱅크USA 지점을 신설했고 이는 2003년 뉴저지 이래 22년 만의 미국 신규 점포에 해당한다. 이번 점포 개설은 하나은행의 미국 서부 재진출이라는 데 호평을 받고 있다. 과거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시절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5개 지점을 운영했다. 그러나 2003년 론스타의 인수 이후 미국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아 미국 내 네트워크를 폐쇄했다.
합병 이후 하나은행은 미국 현지 법인 하나뱅크USA를 설립한 뒤 미국에 재진출했으나, 동부 지역에서만 중소기업 및 리테일 금융 중심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번 LA 지점 개설로 서부에서도 영업 기반을 확보하면서 미 전역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로 확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하나은행의 확장 행보는 거침이 없다. 이달 안에 폴란드 지점을 개설할 계획이다. 폴란드는 중동부 유럽 금융의 관문으로 꼽히는 지역으로 독일·체코 등 인접국과 연계된 산업 수요가 크다. 하나은행은 폴란드를 거점으로 유럽 내 기업금융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 기업의 폴란드 내 전기차 배터리 및 전자산업 투자 확대에 맞춰 현지 금융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도에서는 기존의 첸나이·그루그람 점포에 이어 뭄바이, 벵갈루루 지역으로 진출해 이르면 10월 중 인도 내 4개 권역 체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남부 제조업 중심지 첸나이, 수도권 경제권 구루그람, 금융 중심지 뭄바이, IT 허브 벵갈루루 등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해 거점을 배치했다. 하나은행은 이를 통해 인도 시장 내 기업·무역·리테일금융 등을 균형 있게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의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 기조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최근 해외법인 실적이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해외법인에서 44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01억원)과 비교해 36% 감소한 것이다.
특히 러시아KEB하나은행이 약 369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한 영향이 컸다. 이는 러시아 루블화 강세로 외화자산 평가손실이 늘어나면서다. 올해 초 달러당 111루블이던 환율이 6월말에는 78.2루블이 됐다. 순익은 악화됐으나 영업 측면에서는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 러시아KEB하나은행의 영업수익은 1년 전보다 20% 증가한 2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러시아 법인 실적 감소와 관련, 하나은행은 "비관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신흥국 금융 시장은 정책, 규제, 경기 요인 등에 따라 수익성이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하나은행도 단기 실적에 집중하기보다는 현지 시장 상황에 알맞은 정책으로 장기 거점을 확보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국, 인도네시아 법인은 외형 성장을 이어가며 장기적 수익성 회복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5.4% 급증한 1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219억원에서 283억원으로 순이익이 증가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기 위해 지역별 특성과 환경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개점한 미국 LA지점을 비롯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홍준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