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문 군사매체 밀리타르니(Militarnyi)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앙아시아의 산악국가 키르기스스탄이 한국산 수리온 헬기 2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7,100만 달러 규모의 이번 계약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서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소비에트 시절부터 러시아제 헬기에 의존해온 키르기스스탄이 왜 갑자기 한국산 헬기를 선택했을까요?
7,100만 달러 계약의 전모
키르기스스탄 비상상황부는 2025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수리온 헬기 2대 도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델베크 쿨마토프 비상상황부 장관이 의회 국제문제·국방·안보·이민 위원회에서 공식 발표한 이번 계약은 총 7,100만 달러(약 988억 원) 규모로, 헬기 1대당 약 3,550만 달러(약 487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계약이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양자간 프레임워크 협정에 따른 차관으로 부분적으로 자금 조달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진행되는 5억 달러 규모의 한국-키르기스스탄 협력 패키지의 일부로, 국가 보안과 인프라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의 성격을 띠고 있죠.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이번 도입을 통해 현재 운용 중인 에어버스 H125, H145 헬기와 러시아가 2023년 기증한 Mi-8MTV-1 헬기를 보완할 계획입니다.
특히 수리온 헬기는 산불 진화에 적합한 특수 구성으로 인도될 예정이며, 산악 지형과 야간, 악천후 조건에서의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수리온 헬기였을까
키르기스스탄이 수리온 헬기를 선택한 이유는 다각도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기술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수리온 헬기는 최대 이륙중량 8,709kg, 최대 18명 탑승 가능, 페이로드 2,700kg의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최고 속도 시속 283km, 항속거리 828km, 운용고도 4,595m라는 제원은 키르기스스탄의 험준한 산악 지형에 최적화된 조건이죠.
더욱 중요한 것은 수리온 헬기가 유럽의 에어버스(구 유로콥터)와 한국의 기술 협력으로 개발된 점입니다.
이는 서구 기술의 신뢰성과 한국의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키르기스스탄 관계자들은 "러시아나 유럽의 소방 헬기도 고려했지만, 한국 측 제안의 재정적 조건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수리온 헬기는 이미 한국군에서 2012년부터 운용되며 안정성을 입증받은 검증된 플랫폼이라는 점도 주요 고려 요소였습니다.
키르기스스탄과 같은 소규모 운용국에게는 실전 검증된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선택 기준이죠.
산악국가의 절실한 필요
키르기스스탄이 헬기 전력 보강에 나선 배경에는 이 나라의 특수한 지리적 환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토의 94%가 산지인 키르기스스탄은 천산산맥과 파미르고원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내륙 산악국가입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자연재해 발생 시 육로 접근이 극도로 제한되며, 헬기를 통한 공중 구조작업이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홍수,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가 빈발하고 있어 헬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죠.
키르기스스탄 비상상황부는 현재 소비에트 시절부터 운용해온 노후 Mi-8 헬기들과 최근 도입한 에어버스 헬기 몇 대로 전국을 커버해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헬기 전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수리온 헬기의 도입으로 키르기스스탄은 24시간 전천후 수색구조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야간 운항 능력과 악천후 대응 능력이 기존 장비 대비 현저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죠.
러시아 의존도 탈피의 신호탄
이번 수리온 헬기 도입은 키르기스스탄의 전통적인 러시아 의존 정책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도 해석됩니다.
키르기스스탄은 독립 이후 군사 장비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해왔으며, 최근까지도 러시아 정부간 협정에 따라 공급받은 소비에트 시절 Mi-8 헬기들을 주력으로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군사 장비 공급 능력이 제약을 받으면서, 키르기스스탄도 대안을 모색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서구의 대러 제재로 인해 러시아제 장비의 부품 조달과 유지보수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보다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죠.
흥미롭게도 키르기스스탄은 2022년 말 벨라루스로부터 S-125 페초라-2BM 이동식 방공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러시아 이외의 다양한 공급처로부터 군사 장비를 도입하려는 정책적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 방산의 중앙아시아 진출 교두보
키르기스스탄의 수리온 헬기 도입은 한국 방산업계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수리온 헬기의 해외 수출은 2024년 이라크에 소방용 헬기 2대를 수출한 것에 이어 두 번째 성과로, 그동안 국내 시장에 집중되어왔던 수리온의 해외 진출에 탄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으로의 첫 진출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모두 소비에트 시절부터 러시아제 군사 장비에 의존해왔지만, 최근 들어 장비 다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 방산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죠.
한국 정부는 이번 계약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인근국가로 수리온 수출을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5억 달러 규모의 포괄적 협력 패키지를 통해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서는 종합적인 산업 협력 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
키르기스스탄의 수리온 헬기 도입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이는 한국 방산업계에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레퍼런스 확보를 통해 다른 국가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실제 운용 경험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향후 수리온의 성능 개선과 해외 시장 맞춤형 개발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죠.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키르기스스탄의 험준한 지형과 극한 기후 조건에서의 안정적인 운용이 가장 중요한 검증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또한 현지 정비 인력 양성과 부품 공급 체계 구축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키르기스스탄 당국은 해당 헬기들이 "비전투용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사용될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이는 지역 내 군사적 긴장을 방지하면서도 실질적인 재해 대응 능력 향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향후 수리온 헬기가 키르기스스탄의 하늘에서 얼마나 활약할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 방산의 중앙아시아 진출에 어떤 새로운 장을 열어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