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서는 순간, 매끈한 하얀 아치가 시선을 압도한다. 이탈리아 남부의 지중해 빌라 한 채가 리노베이션을 통해 전혀 다른 옷을 입었다.

지중해 건축 특유의 곡선미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미니멀리즘 감각을 덧입혔다. 입구부터 시작되는 곡선형 출입구는 거부감 없는 흐름을 유도하며, 바깥 풍경과의 연결감을 높여준다.

실제로 기존의 도어는 모두 슬라이딩 유리문으로 교체됐다. 이렇게 완전히 열리는 경계 덕분에, 마치 실내 전체가 정원 한가운데에 놓인 듯한 개방감을 안겨준다.
낮은 아치와 햇살이 섞이면서 내부로 스며드는 빛은 시간에 따라 공간의 표정을 바꾼다. 공간 전체는 흰색 톤으로 정리되어 있지만, 단조롭지 않게 곡선과 그림자가 섬세하게 어우러져 있다.

주거 공간의 재해석은 거실과 주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리노베이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두 공간을 구분 짓던 벽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벽을 걷어내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이 살아났고, 가족 간의 소통도 보다 부드러워졌다. 주방은 아일랜드 식탁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관통하는 시선이 탁 트여있고, 원목 가구와 따뜻한 오크 바닥이 편안한 휴양지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구 선택 또한 공간 흐름을 염두에 둔 결과물이다. 과하게 세련된 것보다는 쓰임에 충실한 원목 가구가 배치되어 있고,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자연스럽다. 저장 공간은 벽면을 따라 눈에 띄지 않게 마련되었고, 덕분에 시각적인 노이즈 없이 정갈한 인상을 유지한다.

이번 리노베이션의 백미는 실내외 경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컬러와 마감재의 통일성이다. 실내 벽과 외부 벽을 동일한 도장 방식으로 마감했고, 텍스처와 색상 또한 흰색으로 맞췄다.

그로 인해 창밖의 자연 요소들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며, 창틀 너머 펼쳐진 푸른 정원이 내부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햇빛이 가장 강렬한 낮 시간에는 벽면이 빛을 받아 공간 전체가 환해지고, 저녁 무렵 해가 기울면 그림자가 미묘하게 감각적인 패턴을 만든다. 이처럼 아치와 컬러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이 집만의 아름다운 연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