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야구협회 사무처장, 고교 선수에게 유리하게 기록 수정 지시…알고 보니 선수가 협회 직원 아들

지난달 18일 고교야구 강원권 주말리그 경기. 7회 A 고교의 공격 때, 1루 주자 B 선수가 2루 도루를 시도해 세이프가 됐다. 경기 기록원 C 씨는 이 상황을 '도루'가 아니라 '도루자'(도루 실패)로 기록했다. 타이밍 상 주자 아웃 상황이어서 수비가 제대로 태그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기록과 관련해 선수 본인과 A 고교의 이의 제기도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기록원 C 씨는 작성한 공식 기록지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김용균 사무처장이 기록원 C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용균 처장은 "심판이 세이프를 선언했으면 무조건 도루인 거지 왜 도루 실패를 줬냐?"며 C 씨에게 기록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공식 야구 규칙에 따르면, 기록원은 지정된 장소에서 경기를 기록하면서 판단과 관련된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 하지만, 김용균 처장의 요구 때문에 결국 C 씨는 기록을 바꿨다. 기록원은 매년 협회와 근로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 기록원 C 씨는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김 처장이 "도루로 바꾸라"고 했다."고 KBS에 밝혔다.
문제는 '도루 기록'이 이의 제기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타구 판단(안타, 실책, 야수 선택)에 대해서만 기록 수정을 요청할 수 있다. 즉, '도루 성공 여부'는 기록원의 판단에 맡긴다. 선수 및 학부모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인한 수정 요청을 지양해 달라고 협회가 공지하는 이유다. 더군다나, 기록에 대한 이의 제기는 학부모나 지도자만 할 수 있다. 김 처장처럼 제삼자가 하면 안 된다. 기록원 출신인 김 처장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김용균 처장이 기록원에게 전화해 기록 수정을 요구한 사실을 알게 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안우준 기록 팀장은 "적절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의견을 김 처장에게 전달했다. 기록 이의 신청 접수 담당자인 안 팀장은 "기록원으로 일하면서 협회 직원으로부터 기록과 관련한 문의나 수정 요구를 받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기록 수정 요청은 당사자가 하는게 원칙이고, 도루는 이의 신청 대상도 아니다."라고 KBS에 밝혔다.
김용균 사무처장이 기록 수정을 원한 이유는 B 선수가 협회 부하 직원인 D 씨의 아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D 씨는 과거 억대의 협회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사법처리까지 받은 전력이 있다. 하지만, 김용균 처장 재임 동안 D 씨는 승진을 거듭했고, D 씨를 대신해 협회가 억대의 횡령 환수금도 납부했다. D 씨는 현재 협회 고위직인 운영본부장을 맡고 있다.
D 씨의 아들인 B 선수는 고교 3학년이다. 대학 체육 특기자 입학 전형에서는 선수의 경기 실적이 중요하다. 그런데, 주말리그 개인상은 대개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대학 합격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김용균 처장이 기록 수정을 지시할 당시, B 선수는 전반기 강원권 주말리그의 도루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용균 사무처장은 회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협회 사무처의 업무를 총괄한다. 그렇더라도 협회 사무처장이 기록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기록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심지어 기록 수정 요구는 심각한 월권행위다.
지난 2024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 팀장이 월권행위로 중징계받은 적도 있다. 협회가 주최한 중학 야구대회에서 심판이 감독을 퇴장시켰는데 심판 팀장이 개입해 퇴장 선언을 없던 걸로 하고 경기를 속개시켰다. 결국, 심판 팀장은 '1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심판 팀장은 퇴장당한 감독과 친분 때문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용균 사무처장 재임 중에 벌어진 일이다.

<고교야구 주말리그>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전국 단위 대회다. 선수들의 대학 진학이나 프로 진출이 걸린 만큼 공정한 대회 운영이 중요하다.
4월 18일과 19일, 주말 이틀 동안 전국에서 열린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는 총 64경기. 협회 사무처장이 주말리그가 치러진 이튿날인 월요일(20일) 출근하자마자 협회 직원 아들의 개인 기록부터 챙겼다는 점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KBS 취재진은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김용균 처장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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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훈 기자 (bah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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