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배우 연구소] 충무로 감독이 사랑하는 하정우, 영화계 씹어먹고 안방극장 상륙
글로벌 인기를 얻으며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 배우들. 그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분석하는 'K 배우 연구소'에서 충무로 스타 감독들이 사랑하는 배우 하정우를 파헤쳐봤다.
하정우를 가장 먼저 빛으로 이끌어준 이는 대학 후배인 윤종빈 감독이다.
윤종빈은 자신의 졸업 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에 하정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며 범상치 않은 시작을 알렸다.
이 작품은 칸 영화제 초청과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을 차지하며 두 사람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후 '비스티 보이즈'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거치며 하정우는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2012년 '범죄와의 전쟁' 제작보고회에서 하정우는 "최민식 선배님과 한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날을 꿈꾸며 20대를 보냈는데 정말 큰 영광이다"라고 소회를 밝혔고, 윤종빈 감독은 "정우 형이 제일 만만하고 편하다. 의견 대립이 있어도 '해줘' 하면 '알았어' 하고 해준다"며 남다른 신뢰를 드러냈다.
두 사람은 이후 '군도: 민란의 시대'와 드라마 '수리남'까지 총 5편의 작품을 함께하며 영화계 대표 콤비가 됐다.
윤종빈 감독이 하정우의 시작을 알렸다면 나홍진 감독은 그를 스릴러 장르의 독보적인 배우로 세웠다.
많은 배우가 거절했던 '추격자'의 잔혹한 연쇄살인마 역을 맡은 하정우는 "시나리오의 힘과 김윤석 형이 한다는 말을 듣고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 '황해'에서는 김윤석과 재회해 눅눅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조선족 누아르를 완성시키며 관객의 더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김윤석은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보다 하정우 씨가 30배 정도 더 힘들었다는 것"이라며 그의 고생을 높이 평가했다.
전성기를 맞이한 하정우는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에서 북한의 비밀요원으로 활약했고, 최동훈 감독의 '암살'을 통해서는 청무살인업자 역을 맡아 천만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2016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출연하며 치명적인 백작으로 변신했다.
당시 하정우는 "박찬욱 감독님은 귀가 정말 예민하시다. 일본어의 장음과 단음을 정확히 익혀야 해서 단내 나도록 트레이닝했다"며 거장의 섬세한 디렉션을 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전했다.
하정우를 대중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과는 '신과 함께' 시리즈로 다시 만나 '쌍천만' 역사를 세웠다.
허공에 대고 칼질을 해야 하는 판타지 연기에 대해 그는 "멀쩡한 성인이 벽을 보고 울부짖는 게 신기한 체험이었다. 적응에만 3개월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이런 노력 끝에 '신과 함께' 시리즈는 도합 2천500만 관객을 돌파했고, 하정우는 역대 네 번째이자 최연소 누적 관객 1억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최근 하정우는 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으로 19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그는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시청률로 그때그때 평가받는 것이 익숙지 않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어느덧 데뷔 23년차, 관록의 배우가 된 하정우가 이번 드라마로 어떤 터닝 포인트를 맞이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