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자동차 브랜드들의 노력은?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가 싶었지만, 주행거리와 충전 인프라의 문제가 발목을 붙잡아 잠시 주춤하는 상황에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완전히 쐐기를 박으며 시장 전반에 새카만 먹구름이 가득 낀 모습이다. 물론 실제 화재 사고 건수나 비율 면에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가 더 많다는 통계도 있고, 화재 시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량이나 내연기관 화재 시 연료의 에너지량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사실 전기차나 내연기관차 모두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많은 물적 피해를 유발한 이번 화재사고처럼 뇌리에 강하게 남는 사건 하나가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버리는 것은 순식간이고, 100% 전동화를 목표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던 브랜드 입장에선 이런 분위기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브랜드들은 화재 사고 이후 자사 전기차 고객들과 예비 구매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점검/모니터링으로 사전 화재 예방

일단 전기차를 판매중인 대부분의 브랜드가 일제히 전기차 무상 점검 서비스에 나섰다. 현대차그룹(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와 KGM, BMW 그룹(BMW, 미니),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볼보, 폴스타, 스텔란티스(푸조, DS), 렉서스 등이 일제히 무상 점검을 실시했다. 내용은 배터리를 비롯한 케이블, 커넥터 등 전기차 주요 부품들을 점검하고 스텔란티스의 경우 무상 점검 차량을 대상으로 일반 부품 20% 할인 판매도 진행한다. 무상 점검을 위해선 사전에 고객센터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시간과 장소 예약이 필요하다.

여기에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통합 케어 프로그램인 ‘EV 에브리 케어 +’를 출시, 기존 EV 에브리 케어 프로그램보다 확대된 서비스로 고객 불안감을 해소하고 이용 만족도를 높여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EV 에브리 케어 프로그램은 차량 구입 시 거주 형태 및 충전 환경 별 맞춤형 충전 혜택 제공, 구입 후 3년 내 현대차 제품으로 대차 시 잔존 가치 보장, 1년 내 전손 사고 발생 시 신차 교환 비용 지원 등의 내용으로 운영해왔으며, 9월부터 아이오닉 시리즈(5/5N/6)와 코나 일렉트릭을 신규 출고하는 고객은 기존 프로그램에 연 1회 최대 8년 간 15종의 무상 안전 점검, 구입 후 1년/2만 km 내 주행 시 차체 상/하/측면 손상 무상 수리, 3년/6만 km인 제조사 보증 기간에 추가로 2년/4만 km를 더해 총 5년/10만 km까지 일반 부품 교환, 기존 전손 시 신차 교환 지원 기간 2년으로 확대, 전기차 구매 시 EV전용 순정 타이어 2본 무상 제공 등의 혜택이 추가된다.

기아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바탕으로 이상 징후를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로 신속히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에 나섰다. 최신 BMS의 배터리 시스템 모니터링 기술을 적용해 고객에게 통보와 동시에 시스템 자체적으로 필요한 안전 제어를 수행하고, 위험 정도에 따라 입고 점검이나 긴급 출동을 안내한다. 특히 배터리 발화의 원인인 순간 및 미세 단락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신규 차량에 적용하는 건 물론이고, 기존에 판매된 전기차에도 연말까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GM은 자신감 넘치는 방안들로 주목을 받았다. 먼저 전기차 구입 시 업계 최장인 10년/100만 km라는 최장 보증 기간을 제공하며, 보증 기간 동안 전기차 배터리 안심 보장 프로그램을 통해 2024년식 토레스 EVX(밴 포함) 및 코란도 EV 등 전기차 구매 고객이 충전 중 과충전으로 인한 배터리 화재나 주차 중 배터리 셀 지연 발화로 인한 화재 발생 시 최대 5억 원 내에서 고객이 입은 피해를 전액 보상한다고 밝혔다.

후미 추돌 후 가해 차량에서 불이 옮겨붙었지만 토레스 EVX에선 열폭주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는 건 화재 예방 등 제품에 적용된 안전을 위한 설계가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발생한 토레스 EVX의 충돌 사고를 통해 입증됐기 때문이다. 당시 후미를 추돌당한 토레스 EVX에 뒷 차량에서 발생한 불이 옮겨 붙어 차량이 전소됐지만, 배터리는 강한 외부 충격과 고온 상황에서도 미미한 손상만을 입어 열 폭주가 발생하지 않아 단 26분 만에 두 차량 모두 화재가 진압되었다고 한다.

 

화재 예방 기술 개발

또한 KGM은 전기차 화재 예방책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 충전기 보급에 대응 가능한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을 완료하고 충전기 제조사를 대상으로 호환성 테스트에 나섰다고 전했다. 스마트 충전기는 충전 중 배터리 상태를 일정 간격으로 수집해 배터리 관리 시스템에 전송하는 기능과 상태에 맞춰 배터리 충전을 제어하는 기능을 가진 충전기다. 스마트 충전기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충전 서비스 사업자 서버를 거쳐 환경부 배터리 빅데이터 센터로 전송되며, 진단 서비스 기술을 이용해 화재를 예측하면 제어 명령이 다시 충전기로 전송되어 화재를 예방하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점검 서비스 및 배터리 진단 알림 서비스와 함께 배터리 안전 기술 개발, 화재 위험도를 크게 낮춘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먼저 외부 충격 등으로 발생한 셀 발화가 주변 다른 셀로 전이되지 않게 하는 이머전시 벤트, 내화재, 열전이 방지 구조 설계 등 기술을 발전시키며, 배터리 시스템에 대한 충돌, 압축, 화염 등의 검증을 강화하고, 외부 환경에 대한 안전 설계를 강건화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가속화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 12월에는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 내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완공하는대로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화재대응 소방기술 공동개발 협약 체결식

이와 함께 전기차 소방 기술에 대해 소방연구원, 자동차공학회, 대학 등과 손잡고 현대차·기아가 총 56억 원을 투입해 올 3월부터 공동 개발에 나섰으며, 3년간 순차적으로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먼저 올해는 CCTV 영상 기반 차량 화재 감지 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고, 이후에는 배터리 화재 특성 연구 및 화재 지연/진압 기술, 소방대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시스템 개발 등 화재 현장 적용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전기차 화재 발생 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인근 소방서가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 정부에서는 배터리 셀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자동차 업체로 관련 정보를 즉시 전달받아 신속하게 소방 인력이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나간다는 방침인데, 이에 현대차·기아는 소방 출동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BMS 사전진단 코드를 세분화해 소방서에 즉시 통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부적으로 구축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배터리 사전인증제도 등의 시범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제도의 안정적 정착에 기여하고 배터리 이력관리제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서도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전동화는 우리가 아닌, 우리의 후손들을 위한 것이다. 우리 세대에서 망가져버린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우리의 아이들이, 먼 후손들이 최소한 지금 현 상태 수준의, 더 나아가 지금보다 나아진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방안이 전동화이기 때문이다. 전동화의 분위기를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런 전동화의 방향성은 사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썩 달가운 일은 아니다. 수십 년 이상 이어온 내연기관 대신 새롭게 전기차를 개발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행착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따라서 브랜드들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