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위고비 효과’? 비만치료제에 주목해야 할 이유[딥다이브]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다음 달 한국에 출시된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살 빼주는 주사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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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사로 살을 뺀다고요? 어떻게요?
살 빼주는 주사는 지금도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Saxenda)’이죠. ‘비만치료제 시장은 2014년 삭센다의 등장 전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혁신적인 약인데요.
이전에도 비만을 치료한다는 약-식욕 억제제와 지방흡수 억제제가 있었죠. 하지만 부작용은 너무 큰데(우울증, 자살 충동 등) 체중감량 효과는 그닥이어서 그리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위고비는 GLP-1 호르몬이란 기본원리는 삭센다와 같지만, 성분이 업그레이드(세마글루타이드) 된 겁니다. 체중 감소 효과는 더 좋은데,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하면 돼서 훨씬 간편하죠. 특히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의 다이어트 비법이 위고비라는 게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끕니다.
Q. 비만주사의 효과는 어느 정도이죠?
위고비의 경우, 68주 동안 매주 맞으면 체중을 14.9% 감량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위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한다면 더 극적인 효과(30% 감량)도 가능하긴 합니다. 그래도 수술 없이 주사만으로, 배고픔을 참는 고통도 없이 이 정도 살을 뺄 수 있다는 점은 놀랍죠.
그리고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예기치 않았던 효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런 겁니다.
-알코올과 담배에 대한 욕구를 사라지게 한다는 보고가 이어집니다. 이 성분이 중독 치료에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죠.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입니다. 영국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위고비를 투약하는 비만 환자는 심장마비나 뇌졸중,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20%가량 줄어듭니다.
-신장질환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임상시험 결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만성 신장병 환자의 치료효과가 너무 뚜렷해서, 지난해 노보노디스크가 임상시험을 조기 중단했을 정도이죠.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 환자에 도움이 되는지도 테스트 중입니다.
Q.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보이네요. 부작용은 없나요?
당연히 있습니다. 가장 흔한 건 위장 관련 부작용이죠. 메스꺼움, 구토 같은 증상을 많이들 호소하는데요. 특히 주사 직후 혈중 농도가 높아지는 초기 단계에 부작용이 심하다고 합니다. 이 영향으로 미국 GNC에선 위장을 진정시키는 건강기능성식품이 잘 팔리기도 합니다.
또 얼마 전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이 제기한 부작용도 있는데요. 희귀 눈 질환(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발병 위험이 위고비 투약자에 더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였습니다. 시신경에 산소 공급이 멈춰서 시력을 잃는 무서운 병인데요. 다만 워낙 희귀한 병(10만명 중 10명)이라 사례가 많진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런 의학적 부작용보다 더 무섭고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죠. 바로 약을 끊으면 다시 살이 찔 수 있단 점입니다. 건강관리데이터 업체 트루베타 연구 결과, 투여를 중단한 뒤 3분의 1이 요요 현상을 경험했다고 하죠. 이는 위고비의 한계인 동시에, 제약사 입장에서 이 시장이 특히 매력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단 한번 주사를 맞기 시작하면 끊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죠.
Q. 당연히 비싸겠죠?
약값은 나라마다 제각각입니다. 미국에선 상당히 비싸죠. 한 달 치 가격이 1300~1500달러(174만~200만원). 1년이면 2000만원이 넘으니까요. 하지만 노보노디스크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선 1300~2400크로네(25만~47만원)이고요. 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일본에선 4만2900엔(38만원)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선 삭센다 같은 비만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제제이죠. 즉 의료기관마다 부르는 가격이 다른데요. 위고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가격은 미정이라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합니다. 참고로 삭센다는 현재 한 달 치 약값이 30만원 정도입니다.
Q. 젭바운드(Zepbound)는 뭔가요?
그럼, 효과가 어느 정도냐. 젭바운드 역시 일주일에 한 번 주사해야 하는데요. 72주를 맞으면 최대 20.9%를 감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위고비보다 효과가 좋죠. 게다가 미국 판매 가격도 20%가량 낮은 월 1060달러(142만원)로 책정했습니다. 일라이릴리가 승부수를 던진 거죠.
Q. 위고비와 젭바운드. 뭐가 더 잘 나가나요?
두 회사 모두 공장 설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죠. 업계에선 더 빨리, 많이 만들어내기 경쟁에서 일라이릴리가 한발 앞설 거라고 내다보는데요. BMO캐피탈마켓의 에반 세이거먼 애널리스트는 이를 기업 문화 차이로 설명합니다. “노보노디스크는 주로 인슐린을 판매하던 허름한(scrappy) 덴마크 회사입니다. 갑자기 시총 기준 유럽에서 가장 큰 제약회사가 됐지만 성장통을 겪고 있죠. 일라이릴리는 블록버스터 약을 출시한 경험이 더 많습니다. 그들은 프로작(항우울제)을 출시했죠.”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노보노디스크는 588조원(2.97조 덴마크크로네), 일라이릴리는 1173조원(8752억 달러)짜리 기업입니다. 노보노디스크는 프랑스 명품 회사 LVMH보다 한참 앞서는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이고요. 일라이릴리는 전 세계 시총 10위(9위는 TSMC)인 제약업계의 왕대장주이죠.
Q. 그럼 비만치료제 시장은 두 회사가 양분하려나요?
현재보다 더 효과적이고 편리한 약물에 대한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젠은 주 1회가 아니라 월 1회만 맞는 비만 주사제에 기대를 걸고 있고요. 알티뮨은 체중감량 효과는 그대로이면서도 근육감소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물을 임상시험하고 있죠. 또 바이킹테라퓨틱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는 경구용 알약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지난 7월엔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초기 임상에서 뛰어난 효과(4주 만에 6.1% 체중 감소)를 보였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노보노디스크 주가를 떨어뜨리기까지 했죠. 한국에선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 등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구 버전의 비만치료제 개발에서도 앞서 있는 건 노보노디스크입니다. 이미 중간단계에서 위고비보다 매일 먹는 알약 버전이 더 효과가 좋다고 나와 시장의 기대가 큰데요. 다만 알약은 주사제보다 세마글루타이드 양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산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군요. 일라이릴리도 메스꺼움과 근육 손실 부작용을 줄이는 체중 감소 알약을 개발 중입니다.
주사가 아닌 알약 형태의 비만치료제가 나온다면 시장 판도가 또 바뀔지 모르죠.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240억 달러였던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30년 1300억 달러로 커질 거라고 내다보는데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샤는 “알약이 본질적으로 시장을 열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코노미스트지 기사 속 표현을 빌리자면 “혁신의 열풍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어느 쪽이든 가격이 내려갈 거고,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소비자가 될 것입니다”.
Q. 비만치료제가 다른 시장, 예를 들어 식품 업계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아주 흥미로운 관찰 지점입니다. 비만치료제가 광범위하게 이용되면, 입맛이 떨어진 소비자 때문에 과자 회사, 콜라 회사는 망할까요?
식품업계에선 비만치료제가 오히려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는데요. 예컨대 네슬레는 지난 5월 위고비 사용자를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냉동식품 브랜드 ‘바이탈 퍼슈트(Vital Pursuit)’를 올해 안에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단백질 파스타, 통곡물 보울 같은 제품인데, 조금만 먹어도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고 홍보하죠.
사실 식품업계는 수십 년 전부터 제로 콜라와 무설탕 과자를 만들어 내며 시대 변화에 적응해 왔죠.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의 소비재·서비스 부문 리더 올리버 라이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10년이 지나기 전에 우리는 오래된 오레오와 함께 접시에 담을 수 있는 건강한 오레오를 갖게 될 거고, 소비자들은 이를 구분할 수 없을 것이며, 이는 좋은 일이 될 겁니다.” By.딥다이브
비만도 주사나 약으로 치료되는 세상이라니. 세상을 바꾸고 인류를 구할 바이오 기술의 발전이 놀랍기만 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드디어 위고비가 한국에 선보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주사만으로 체중을 15% 감량할 수 있다는 비만치료제이죠. ‘GLP-1’ 호르몬 성분 약물이 비만치료제 시장의 새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심혈관과 신장 질환, 그리고 알츠하이머에까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비만치료제. 하지만 부작용도 속속 보고되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투약을 중단하면 다시 살이 찔 수 있다는 겁니다.
-노보노디스크가 주도하던 시장에 일라이릴리가 도전장을 내밀고 치고 올라가는 중입니다. 릴리의 젭바운드는 가격은 저렴하면서 체중 감량 효과는 더 좋다는데요. 또 다른 수십 개 제약사가 새 약물을 개발 중이죠.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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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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