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 돌파하려면 지금 20조원 투자해야"

"한국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삼성 파운드리 '원툴(one tool)'에서 벗어나 대만 TSMC 같은 'KSMC'를 만들고 20조원의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 10년 후 200조 이상, 20년 후 300조 이상 경제 효과를 예상한다."
권석준 성균관대 고분자공학부 교수는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반도체특별위원회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산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한국 파운드리는 허리와 다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대세인 AI(인공지능) 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성장을 위해서는 국내 팹리스 기업에 맞는 파운드리를 구축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와 산업계의 공동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며 2031년 양산 시작까지 총 20조원의 초기 투자 규모를 예상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올해 2월 인공지능(AI) 반도체 발전 등 변곡점을 맞는 시기에 국내 반도체산업 생태계와 정책·제도를 분석하고 기술경쟁력 강화, 선도전략 제시를 위해 반도체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구해 왔다. 공동위원장인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이혁재 교수 등 공학계 석학과 산업계 전문가로 구성됐다.
과거 반도체 산업은 설계와 제조, 소부장 등을 나누어 전세계가 서로 협력하며 발전해 왔지만 지금은 국가안보산업이 되며 국가대항전으로 돌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최근 경쟁체제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한국 반도체 산업 위기 조짐으로 7가지를 꼽았다.
먼저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며 우위를 보이던 한국 기술력이 해외 기업과 기술 격차가 매우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선도적 투자 경쟁력을 잃어 투자 악순환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제조의 기반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이 취약하고 팹리스, 패키징 산업 성장 기반이 미약하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반도체 인재 해외 유출과 전력·용수 같은 필수 인프라 부족도 문제로 지적됐다. 속도 싸움인 반도체 발전을 지연시키는 중복·불필요 규제를 정리하고 주 52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산업 종사자의 '부지런함'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이어진 반도체특위 소속 위원 발표에서는 한국 반도체 위기 극복 방안 네 가지가 각각 제시됐다.
먼저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투자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투자 시기를 놓치면 다음 투자까지 놓칠 확률이 높다"며 "제조시설 등 적시투자를 위해 20년간 300조원 규모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며 투자를 통해 제조 지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국내 생산 소부장 제품을 국내에 판매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두 번째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상황에 맞는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인 TSMC처럼 'KSMC'를 만들고 투자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권 교수는 KSMC가 국내 팹리스부터 소부장, 패키징까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원과 품질관리, 품질 인증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김동순 세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AI기술, 옹스트롬(Å, 100억분의 1m) 공정 도입 등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며 기술패권이 결정되는 전환기"라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위한 목적 지향적인 R&D를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백광현 중앙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중국 등 외국의 반도체 우수인력 유치가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인재 유입을 위해 외국인 대상 대학 학과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가 평생직업이 될 수 있도록 반도체 특별 연금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기남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정치적 상황이 엄중하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를 지켜내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공학한림원에서 1년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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