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피우고 자사고 간 딸... "의대 가려고 자퇴하겠다" 폭탄 선언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자퇴 후 재입학ㆍ편입학 증가
내신 만회하고, 공부 시간 확보
학습 동기 저하 등 부작용도 우려
Q: 40대 후반 학부모 A다. 아이가 우리 부부와 갈등 끝에 자기 고집대로 올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에 입학했다. 그런데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르더니, 갑자기 “자퇴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이유인즉슨, “의대에 가고 싶은데, 교과 내신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도저히 안 되겠다”며 검정고시와 재입학까지 이야기했다. 특히 “재입학하면 지난 1학년 성적이 모두 지워지고 새로 내신을 받을 수 있어서 오히려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아이 말대로 검정고시가 정말 불리한 것인지, 재입학은 도대체 무엇인지, 검정고시나 재입학을 하더라도 명문대 진학에 불이익은 없는지 너무 혼란스럽고 답답하다.
A: 최근 부쩍 늘어난 질문이다. A씨 부부는 아이가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학교에서 물의를 빚어 퇴학을 당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자퇴 이야기를 꺼내니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다. 과거 운동부 학생이 졸업을 늦게 하는 경우는 봤어도 요즘같이 명문대 진학을 위해 1년을 ‘꿇고’ 재입학이나 편입학을 한다니···사실 부모 세대에서 자퇴란 흔한 일은 아니었기에, A씨가 받는 충격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요즘 명문대 진학을 위해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거나, 재입학 또는 편입학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고등학생 127만8,269명 가운데 2만5,915명이 학교를 떠났다. 이는 2%에 해당하는 규모로, 최근 10년간 가장 높다. 또 최근 3년간 1.5%(2021년), 1.9%(2022년), 2%(2023년)로 해마다 그 비율도 늘고 있다. 이유도 다양하다. 자퇴(질병, 가사, 부적응, 해외 출국, 기타), 퇴학(품행), 유예, 면제, 제적 등이다.
먼저, 재입학과 편입학 개념을 짚어 보자. 재입학이란, 자퇴한 학생이 다시 같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 경우 학년은 이전보다 같거나 낮아진다. 학교장이 교육과정 이수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시로 허용할 수 있다. 편입학은 자퇴 후 다른 학교에 입학하거나 원래 학교에서 상급 학년으로 입학하는 것을 뜻한다. 자퇴일, 혹은 퇴학한 연도의 다음 학년도부터 편입학이 가능하다. 자퇴 후 다음 학년도부터 편입이 가능하며, 신청은 학년도 시작일부터 자퇴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재입학한 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재입학 이전의 기록은 중단 시점까지 입력되며, 재입학 이후의 성적과 활동 내용은 새로 기록된다.
즉, 이 경우 내신 성적이 ‘초기화’되므로 교과 내신 점수가 낮은 자사고, 특목고 학생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사실 자사‧특목고의 중간‧기말고사 후, 화장실은 울음바다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전년도 내신 성적이 초기화되면서 금년도 내신 성적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자사‧특목고에 재학 중인 의과대학 지망자를 중심으로 재입학과 편입학이 늘고 있다. 적어도 1등급 초반이 나와야 의학 계열 진학이 가능하니, 보통 1등급 중ㆍ후반대 학생이 이 전략을 택한다. 정시모집에 자신감이 없고 현재 내신 점수로 수시모집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종합전형에서 승산이 없으니 ‘초기화’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검정고시를 보지 않고 재입학과 편입학을 택할까. 수시모집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검정고시 출신자는 수시모집에서 논술전형 이외에는 지원하기가 어렵다.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종합전형은 내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요하게 평가하는데, 검정고시 출신은 이런 부분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검정고시 출신자는 석차 등급 반영이 불가능할 때 검정고시 점수 학생부(교과) 변환 점수표 또는 비교 내신을 적용해 성적을 환산한다. 그러나 최고 성적이 보통 3등급으로 간주돼 명문대 진학이 어렵다. 또한 학생부가 없어서 종합전형 지원 시 대체 서식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도 쉽지 않다. 시간 활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으나 자기 관리가 철저하지 않으면 수험 생활이 쉽지 않다는 점도 감점 요인이다.
그래서 많은 자퇴 학생이 이런 문제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재입학이나 편입학을 선호한다. 내신을 만회하고 공부할 시간을 버는 전략이다. 물론 정시 모집만을 목표로 한다면 검정고시가 낫다.
재입학과 편입학에 문제는 없을까? 항상 긍정적인 상황만 있는 건 아니다. 자퇴 후에 흐트러진 공부 자세, 후배와 함께 공부하는 심적 부담감, 어긋난 교우 관계, 내신이 오르지 않을 때의 좌절감, 학습 동기 저하 등 부작용도 있어 적극적으로 ‘자퇴 후 재입학’을 권할 수는 없다. 그래도 갈등 속에서 자퇴 후 재입학해야 한다면 자퇴 이후의 시간표를 세밀하게 짜거나, 학원 종합반이나 기숙학원에 들어가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이 시간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소개한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인 ‘꿈드림’을 이용하길 바란다. 전국에 220여 개 센터가 있으며, 고등학교 미진학 또는 중퇴한 청소년이면 이용할 수 있다. 센터에서는 검정고시 취득 지원, 대학 입시 지원(1대 1 컨설팅, 대입 설명회 등), 복교지원, 학업중단숙려제, 학업 동기부여 및 학업능력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1010110001061)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2509520005785)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1809550002242)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0609120002506)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2810360003294)
이만기(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교육평론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명태균 "김건희 여사한테 돈 받아오겠다"… 김 여사 대선 개입 정황? | 한국일보
- 정치 신인은 브로커의 먹잇감... 불법 선거 대가는 돈과 인사권 | 한국일보
- '옥순·선경 롱게스트=빌런' 구도 짜고 악플은 "견뎌라"...화제성이 사람 잡는다 | 한국일보
- 배우 남보라, 깜짝 결혼 발표 "좋은 짝꿍과 평생 함께… " | 한국일보
- 김준호, 묘 앞에서 기도 "김지민과 내년 같이 살게 해주세요" ('독박투어') | 한국일보
- [단독] 강호동 농협 회장, 사실상 사조직에 활동비 월 100만 원씩 지급 | 한국일보
- 미아동 떠나 논현동서 수억 수익… 점집도 '강남불패' | 한국일보
- [단독] 국회 동행명령에 도망간 명태균, 무릎 아프다며 국감 불출석 | 한국일보
- 배우 김청, 결혼 3일 만 이혼한 사연… "바보 같았다" ('가보자고') | 한국일보
- '4혼' 박영규 아내, 남다른 미모로 화제 "채시라 닮은꼴"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