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내수‧수출 차이 없어요.” 현대 아이오닉 5 충돌테스트 직관하다


지난 12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E-GMP 플랫폼 기반의 아이오닉 5 전기차 충돌테스트 시연 행사가 열렸다.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가 향후 도입할 예정인 강화 옵셋 충돌 시험(40% 부분충돌, 버전 2.0)과 동일한 조건으로 진행하고,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안전성을 입증했다.

글 강준기 기자(joonkik89@gmail.com)
사진 현대자동차

IIHS는 유로앤캡, NHTSA(미국 도로교통안전국)과 함께 세계 3대 충돌테스트 기관으로 꼽는다. 셋 중에선 IIHS가 가장 악명 높다. 지난 2012년 기습 도입한 스몰 오버랩 테스트가 좋은 예. 차 앞부분의 25%만 부분 충돌시키는 테스트로, 실제 사망사고의 1/4가 이 유형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충돌 에너지가 집약돼 승객의 큰 부상으로 직결하기 때문이다.

IIHS는 정면 충돌, 측면 충돌, 40% 옵셋 테스트, 25% 스몰 오버랩, 후방 추돌, 지붕 강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헤드램프 성능 등 다양한 부문의 테스트를 진행한다. 미국 시장에 출시된 모든 양산차를 시험하는데, 가장 안전한 차에게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등급을 부여한다. 충돌 안전성은 동일하게 뛰어난데, 헤드램프 성능이 조금 낮으면 ‘탑 세이프티 픽(TSP)’ 등급을 준다. 이 두 가지 등급을 받은 차는 안전성이 대단히 뛰어나단 뜻이다.

현대차그룹 총 26개 모델이 TSP 또는 TSP+ 등급 획득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의 총 26개 모델이 TSP+와 TSP 등급을 받았다. 27개 차종이 획득한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값진 기록이다. 그런데 폭스바겐그룹의 차종을 살펴보면, 27개 차종 가운데 연식변경으로 인해 중복 카운트한 모델이 7종이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1위는 현대차그룹이다. 이 가운데, E-GMP 플랫폼을 적용한 현대차그룹의 주요 전기차가 모두 TSP+ 최고 등급을 따냈다.

하지만 해당 결과를 두고 국내 소비자 가운데 여전히 신뢰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내수 모델과 수출 모델의 안전성 차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아이오닉 5 충돌테스트 시연 행사를 현대차가 개최했다.

이번 평가를 진행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은 지난 2015년 12월 준공됐다. 40,000m²(12,100평)의 시험동과 2,900 m²(877평)의 충돌시험장을 갖췄다. 충돌시험장의 경우, 100t(톤)의 이동식 충돌벽과 전방위 충돌이 가능한 총 3개의 트랙으로 구성했다. 최고속도 시속 100㎞, 최대 5t의 자동차까지 테스트할 수 있다.

충돌테스트 치른 아이오닉 5엔 ‘하이브리드 3’라고 부르는 더미 2개가 앞뒤 좌석에 들어갔다. 앞좌석엔 성인 남성 체격의 더미가, 뒷좌석엔 왜소 여성 체격의 더미가 각각 앉았다. 테스트 조건은 향후 IIHS가 도입할 예정인 옵셋 충돌테스트 2.0으로 시속 64㎞에서 진행한다. 기존 평가와 비교하면 뒷좌석에 여성 승객 인제 모형을 추가로 태웠다. 100t(톤)짜리 고정벽에 충돌하기 때문에, 실제 두 배 속도에서 충돌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참고로 충돌테스트용 더미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정면충돌용>

①1971년 하이브리드 1 : 초기 항공기 안전성 평가에 활용한 더미를 보완해, GM이 1971년 개발.

②1973년 하이브리드 2 : 하이브리드 1을 개선해 1990년대까지 사용

③1997년 하이브리드 3 : 하이브리드 3 더미는 미국 표준남성 체격과 유사한 50% 성인 남성, 표준체격보다 훨씬 큰 95% 남성, 왜소 여성을 대표하는 5% 여성 더미로 나누며, 다양한 연령의 영유야 더미도 있다. 1997년 개발돼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제품으로, 충돌 방향에 따라 정면과 측면 충돌 더미를 구분한다.

④쏘오(THor) : 최근에는 미국 교통부 주관으로 개발한 쏘오 더미를 평가에 활용한다. 사람의 신체와 더욱 유사한 구조로 거듭났고, 에어낵이나 안전벨트 착용 시 인제의 반응 특성을 더욱 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측정할 수 있는 센서 수량도 기존 52개에서 157개로 늘었고, 뇌진탕과 복부 및 하지부 상해를 보다 세분화해 측정할 수 있다.

<측면충돌용>

①1989년 EuroSID-1 : 초기에는 정면 더미인 하이브리드 2를 수정해 사용했으나, 본격적인 측면 전용 더미는 1989년 EuroSID-1을 도입하면서 시작했다.

②2000년 EuroSID-2 : 현재까지 사용 중인 EuroSID-2는 2000년 이후 사용을 본격화했다.

③2004 World-SID : World-SID는 정면 쏘오 더미와 같은 최신 모형으로, 2004년 개발돼 사용 중이다. 이전 세대인 EuroSID-2와 비교해 센서가 48→88개로 늘어, 다양한 상해 측정이 가능하다. 참고로 쏘오와 World-SID를 포함한 한 세트 가격은 약 15억 원에 이른다.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한 E-GMP 플랫폼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충격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며, 실내 공간은 안전하게 유지했다. 특히 충돌 이후에도 앞뒤 도어를 정상적으로 열 수 있었다. A필러가 구겨지지 않았으며, 운전석 더미의 다리 공간도 안전하게 확보했다.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보닛의 길이가 짧은 전기차 전용 E-GMP 플랫폼이지만, 충격 분산 구조를 효과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내수 모델과 수출 모델의 골격 차이는 없을까? 현대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판매 모델과 해외 수출 모델의 차이는 없다. 또한, 국내 공장 생산 모델과 해외 생산 모델의 차이 역시 없다. 차의 기본 골격 구조는 충돌, 내구, NVH(소음‧진동‧불쾌감), R&H(승차품질&핸들링), 연비 등 모든 성능에 영향이 있으므로, 당사는 ‘글로벌 원 바디(Global One Body)’ 골격 구조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국에서 요구하는 법규 차이로 인해 일부 대응구조 차이가 있다, 가령, 북미의 경우 보행자 사고 빈도가 낮지만, 내수 및 유럽의 경우 보행자 사망 비율이 높아 보행자 보호 법규를 적용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범퍼 아래에 로워 스티프너 구조와 범퍼백 빔 전단부에 폼을 적용해 보행자 다리를 보호하는 구조 차이가 있다. 이를 제외한 골격 구조는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치열한 준비에 대한 결과물

그렇다면 현대차그룹 26개 모델이 IIHS에서 뛰어난 안전성을 입증한 비결을 무엇일까? 현대차그룹은 신차를 개발하며, 실차 충돌 시험 전 슈퍼컴퓨터를 통해 가상 충돌 ‘시뮬레이션’을 차종 당 평균 3,000회 이상 진행한다. 한 건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기까지 15시간 이상이 필요한데, 이를 감안하면 한 차종의 충돌 안전 개발에만 45,000시간을 쏟는다는 뜻이다. 이후 실차 충돌은 약 100회 진행하며, 시험 직후 안전성 검증 과정 역시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참고로 현대차그룹은 충돌테스트 차에 탑승하는 인체 모형을 총 27종 170세트를 보유하고 있다. 영유아부터 다양한 체구의 남녀성인을 모사하는 인체 모형을 활용한다. 최근에는 인체 반응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정면충돌 인체 모형인 쏘오(THOR, Test Device for Human Occupant Restraint)와 측면충돌 인체 모형인 월드SID(Worldwide harmonized Side Impact Dummy)를 중심으로 충돌 안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테스트 기관 조건에 맞는 충돌시험 외에, 실제 ‘필드’에서 일어날 다양한 사고 유형에 맞는 테스트 역시 진행한다. 가령, 가드 레일에 부딪히는 사고나 하부에서 튀어 오르는 장애물로 인한 사고 시험 등을 진행한다.

특히 E-GMP 플랫폼은 배터리 팩을 안전하게 보호할 구조 설계를 통해, 충돌 사고로 인한 배터리 손상을 최소화했다. 가령, 차체 밑바닥과 배터리 팩의 관통 볼트 체결구조를 적용해 안정성을 키웠다. 또한, 측면 충돌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드실 내부에 알루미늄 압출재를 넣고 튼튼한 멤버 구조를 구성했다. 아울러 후방 추돌 시에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앞쪽 하단의 서브 프레임 구조와 유사한 구조를 적용해 배터리와 후륜 모터를 보호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삼원계 고밀도 NCM 배터리와 저밀도 LFP 배터리와 같이 배터리 사양 별 발화 특성을 확인해, 배터리 모듈의 한계 변형량을 설정하고 배터리 팩의 구조도 개선해 반영했다. 더불어 배터리 장착 위치가 하부에 있기 때문에, 도로 구조물로 인한 하부 손상에 따른 화재 위험성의 발생 가능 조건을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차 시험으로 검증했다. 또한, 고전압 전잔 부품은 충돌 압착 시에도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 부위에 배치하고 있다.

즉, 이번 충돌테스트 시연과 IIHS의 검증 결과가 말하듯, E-GMP 기반의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튼튼한 충돌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 미국의 실제 사고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위의 옵셋 충돌시험 속도는 필드 사고의 99% 이상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열폭주’ 현상 등 리튬-이온 배터리 특유의 화재 특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사고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차이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화재가 일어나는 과정과 결과가 사뭇 다르다. 불이 빠른 시간에 큰 폭으로 번지고, 긴 시간 유지하기 때문에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을 때 불이 번지는 시간을 지연시킬 설계가 필요하며, 현대차 역시 관련한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