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착륙 땐 주식, 경기침체 땐 채권…머니 무브 'R'이 좌우

배현정 2024. 9. 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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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하…투자 전략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함에 따라 금융·부동산 투자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남아 있는 데다 금리 인하 속도 등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과거 완만한 금리 하락기는 거의 모든 자산의 상승을 불러왔다.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가 1990년 이후 5차례 있었던 미국 금리 인하 시기 자산별 수익률(첫 금리 인하 후 26주 이후)을 분석한 결과다. 1995년과 2019년 자산별 수익률은 미국 주식이 10.4%로 첫손에 꼽혔고 뒤를 신흥국 채권(9.5%)·선진국 증시(8.1%)·미국 장기채(7.9%)·부동산(6.9%)이 이었다.

반면, 경기 침체로 인해 금리를 급격히 내렸던 시기(1990·2001·2007·2020년) 수익률은 미국 장기채(5.6%) 등 ‘안전자산’으로의 쏠림이 뚜렷했다. 증시는 무너졌다. 선진국, 신흥국를 가리지 않고 주가가 10% 이상 폭락했다. 결과적으로 경기 침체 동반 여부에 따라 투자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연준이 18일(현지시간) 단행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은 통상 경기 침체의 전주곡으로 해석된다. 빅컷으로 금리 인하의 포문을 열었던 2001·2007년의 경우 빅컷 이후 2~3개월 뒤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금리 인하는 긴급한 대응을 위한 것이 아니고, 고용시장의 강세를 위한 선제적인 대응”이라고 밝혔다. 증시는 일단 ‘보험적 성격의 금리 인하’에 손을 들어줬다. 빅컷 당일엔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약세를 보였지만, 이튿날인 19일에는 강세로 돌아섰다. 에버코어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특히 소형주, 경기순환주, 원자재, 원자재 통화 등 경기 사이클에 맞춰진 위험 자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빅컷은 통상 경기침체 전주곡 해석
이날 금리 인하 수혜 대상으로 꼽히는 은행주와 부동산, 산업 관련 종목 역시 일제히 강세로 돌아섰다. 국내 증시에선 바이오주가 급격히 날아올랐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5.96%)·셀트리온(3.23%), 알테오젠(9.55%)은 빅컷 당일에도 강세를 보였다. 김지윤 하나은행 PB부장은 “바이오주는 유망 미래산업이면서 신약개발에 10년 이상 투자가 필요한 만큼 대표적 금리 인하 수혜주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고금리에 억눌려 있던 중소형주는 물론 대표적 성장주인 대형 기술주에도 금리 인하는 단비가 될 수 있다. 빅컷 이튿날, 엔비디아(3.97%)를 비롯해 AMD(5.7%) 브로드컴(3.9%) 등 반도체주도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19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은 온스당 26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금리 인하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금값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UBS는 이날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목표 가격을 내년 중반 온스당 2700달러로 제시했다. 조규원 금 투자전략가는 “코로나 직후처럼 급격한 충격이 올 경우 금값이 단기 급락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적립식으로 분할 매수하며 장기적 금값 상승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값 상승세, 적립식 분할 매수할 만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부동산 시장 역시 다시 들썩일 수 있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4대 상승 변수는 공급 부족, 금리 인하, 유동성 증가, 매수 심리를 꼽을 수 있는데 향후 수년간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라는 변곡점은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 규제 시행으로 당분간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이달 대출 규제가 강화된 만큼, 일찍부터 예고됐던 금리 인하의 영향은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엔 경기 침체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코로나 직후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급격한 경기 하락이 예상되면 주식(위험자산)에서 채권(안전자산)으로 대피가 필요하다. 금리 인하에 환호하는 증시와 달리, 원자재 시장은 이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이 짙다. 실물 경제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구리와 원유 가격은 약세를 벗어나고 못하고 있어서다. 경기 둔화에 따라 수요 부진이 예상되며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고용 둔화 등 경기 침체 논란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금리 인하 수혜자산인 채권·리츠 등 방어적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추천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미 연준의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까지 1.50%포인트 추가 인하가 예고된 만큼 대출 금리 하락의 수혜 대상인 미국 리츠와 장기채, 모기지 채권 등의 상승 여력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묻지마 채권 매수’는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10월 국내 기준 금리 인하가 시작되도, 속도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며 “금리 인하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면, 채권 금리는 반등(채권 가격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 금리 인하에도 채권시장은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국고채 금리는 단기물(3년물 0.5bp)은 하락하고 중장기물(10년물 1.0bp)은 올랐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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