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데시벨> (Decibel,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데시벨>의 스포일러가 될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4강 신화의 시작점인 폴란드전이 열렸던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
이곳에서 폭탄 테러로 인해 연기가 솟아오르는 <데시벨>의 티저 예고편은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물론, 폭탄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가 국내에서도 처음은 아니지만(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효시인 <쉬리>(1999년)만 하더라도 일정 시간 빛에 노출되면 터진다는 '액체 폭탄 CTX'는 공포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실시간으로 부산 도심 주요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소음 반응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한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담았다는 점은 <데시벨>의 기대 포인트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데시벨>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에 나왔을 폭탄 테러와 잠수함 영화에서 볼법한 상황이 답습된 작품이었다. (지금도 가끔 TV에서 방송되면 끝까지 보게 되는 쟝 드봉 감독의 걸작, <스피드>(1994년)가 떠올려질 관객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주인공의 성실한 추리 보다는 화려한 폭발만 일삼았던 2010년대 시즈노 코분 감독의 <명탐정 코난> 극장판들을 본 느낌까지 들었다. (그의 연출작 중 하나로 J리그 경기장에 숨겨진 폭탄으로 위험에 빠지는 내용을 담은 <명탐정 코난: 11번째 스트라이커>(2012년)가 있다)
다국적 환태평양 훈련, '림팩'을 마친 해군 잠수함 '한라함'이 복귀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승조원들끼리의 우애가 꽃피던 것도 잠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뢰가 날아와 '한라함'을 향한다.
어떻게든 어뢰를 피한 후, '한라함'의 부장 '강도영'(김래원)은 생존을 위한 결단을 내린다.
1년 후, '강도영'은 그런 리더쉽을 인정받은 영웅으로 각종 행사에 초청된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 관해 설명을 하던 중 트라우마 증상을 보이는 등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도영'은 소음 반응 폭탄의 설계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테러의 타깃으로 지목된다.
그와 함께 '한라함'에 있었던 동료의 주택에서 일어난 폭발을 시작으로,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 대형 워터파크, 놀이터 등 공간들이 연달아 테러의 장소로 지목된다.
'강도영'은 특종을 잡아, 세간의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이 꿈인 취재 기자 '오대오'(정상훈)를 만난다.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말라며 이름이 지어진 '오대오'는 아들과 함께 축구를 보던 중 '강도영'을 발견했고, 고민 끝에 테러 사건에 동행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한편, '강도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요원 '차영한'(박병은)은 처음에 발생한 주택 폭발 사건이 단순 테러라 생각했으나, 폭발이 일어난 현장마다 '강도영'의 흔적이 남은 것을 발견하고 사건에 더욱 깊이 관여한다.
그렇게 '차영한'은 테러범이 멘사 출신 해군 대위 '전태성'(이종석)임을 파악한다.
'전태성'은 직접 프로그래밍한 앱으로 '강도영'의 스마트폰에 제약을 거는 등 자신 외에는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면서, '강도영' 주변의 인물을 건드린 후 자신이 테러를 하게 된 사연을 '강도영'에게 말한다.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 예정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소음 반응 폭탄'을 소재로 했고, 이를 활용하는 초반 장면에선 긴장감을 유발한다.
놀이터에서 '강도영'의 아내이자, 해군 EOD(폭발물 처리반) 상사 '장유정'(이상희)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그 대표적인 예.
하지만 영화의 진의가 발휘되는 중·후반부, 그러니까 '전태성'의 정체가 밝혀지고 난 이후부터 작품은 흔들리고 만다.
이 상황부터 영화는 토니 스콧 감독의 <크림슨 타이드>(1995년),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실화 바탕 영화 <K-19 위도우메이커>(2001년)에 나올법한 '상명하복'과 '생과 사의 순간에서 나오는 결단'을 요약해 보여준다.
'전태성'은 '한라함'에서 절반의 승조원만 살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강도영'에게 질문하기 위해 이런 테러를 계획한 것.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 '강도영'이 펼친 '선택'에 있었다.
'한라함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강도영'은 그런 이들이 세워둔 '마리오네트 인형' 같은 존재였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관객이라면,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10여 년 동안 반복되어 온 실제 사건들을 여럿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데시벨>은 전반부와 후반부 따로 노는 전개와 '오대오'가 주는 유머 코드 등에 적응할 수 있느냐에 따라, 평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2022/11/07 CGV 용산아이파크몰
- 감독
- 황인호
- 출연
- 김래원, 이종석, 정상훈, 박병은, 이상희, 조달환, 차은우, 이종욱, 신윤주, 이화영, 신영찬, 박진수, 김동연, 한민엽
- 평점
-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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