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마스 '아파트', 한미 합작 건축·건설 K-유희…英·美 차트 女가수 신기록 예상
스포티파이서 7일 만에 1억 스트리밍
오피셜 차트 싱글 톱100 6위·빌보드 '핫100' 12위 예상
영화 '브링 잇 온' 등에 삽입된 '미키' 터폴레이션 주목
국내에선 同名異曲 윤수일 '아파트' 재조명·역주행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27·박채영)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39)가 지어낸 '아파트(APT.)'는 유희적 상상력이 K팝의 영토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곡을 만들고 프로모션하는 과정에서 건물(노래) 디자인·계획에 방점을 찍는 건축, 건물(노래)을 실제로 짓는 작업에 중점을 두는 건설이 유희적으로 잘 맞물렸다는 평이다.
이로 인해 '아파트'는 지난 18일 발매 이래 각종 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로제는 국내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미국 스포티파이 차트 1위, 글로벌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차트 1위에 등극했다. 애플 뮤직 데일리 톱 송 글로벌(Daily Top Songs Global)에선 K팝 가수 처음으로 정상을 차지했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5일 만에 유튜브에서 1억뷰를 달성했다.
또 발매 1주일 만인 이날 스포티파이에서 1억 스트리밍을 달성했다.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단 기록이다. K팝 아티스트로서는 해당 플랫폼에서 6일 만에 1억 스트리밍을 달성한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세븐' 이후 두 번째로 일주일 내 1억 스트리밍에 도달하게 됐다.
로제 '아파트'는 세계 양대 팝 차트에서도 K팝 여성 가수 신기록을 쓸 확률이 크다. 곧 공개를 앞둔 영국 오피셜 차트 싱글 톱100에선 6위 진입이 점쳐진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선 12위가 예상되고 있다.
오피셜 톱100 기존 최고 K팝 여성 가수 순위는 블랙핑크 다른 멤버 제니가 캐나다 스타 싱어송라이터 위켄드·미국 배우 겸 가수 릴리 로즈 멜로디 뎁과 함께 부른 HBO 시리즈 '디 아이돌' OST '원 오브 더 걸스(One Of The girls)'이다. 이 차트 최고 순위 21위를 찍었다. 빌보드 '핫100'에서 K팝 여성 가수 최고 순위는 블랙핑크과 미국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가 협업한 '아이스크림'으로, 이 곡은 최고 순위 13위에 올랐다.
로제와 마스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댄스곡인 '아파트'는 여러 곡을 떠올리게 하는 단순한 후렴구에 다양한 코드와 악기를 써서 풍부한 사운드 질감을 안긴다는 점이 특징이다.
K-유희가 바탕이 된 흥겨운 건축 설계
로제가 지난 20일 미국 패션지 '보그'의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된 영상에서 곡 발매에 맞춰 '아파트 게임'과 한국의 술 문화를 소개한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로제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술로 '소맥(Somaek)'를 꼽으며 소주와 맥주를 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으로 인해 하이트진로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로제가 이 회사에서 나오는 빨간 뚜껑의 참이슬과 맥주로 소맥을 제조했기 때문이다. 로제와 '아파트'의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K-유희적 요소가 부각되면서 2012년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싸이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유희성으로 인해 밈(meme)이 되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같은 단어를 반복하거나 K-술자리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알 만한 건배를 노랫말에 삽입했다는 점에서 싸이의 '젠틀맨' 작법을 떠올리게도 한다.
곡에 펑키(funky)함을 불어넣은 마스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마스는 노래는 물론 춤, 작곡, 연주, 퍼포먼스 등 전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팝뿐만 아니라 펑크, 솔, 레게, 힙합,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만큼 이번 로제와 협업에 관심이 쏠렸다. 마스는 지난 8월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첫 듀엣곡인 발라드 '다이 위드 어 스마일(Die with a Smile)'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6월 17~18일 올림픽주경기장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해 양일간 10만1000명을 끌어모으는 등 국내에서 팬덤을 구축 중이다.
로제는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을 통해 "제가 평소에 친구들과 즐겁게 하던 게임을 소재로 스튜디오에서 놀다가 자연스럽게 쓰인 곡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듣고 즐겨주셔서 정말 감격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사실 그동안 고민과 걱정도 많았지만, 그만큼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서 행복하고 힘이 난다"고 전했다.
익숙한 요소 아우른 정겨운 건설
실제 로제 '아파트'의 작사·작곡 크레디트를 보면, '미키' 원작자들인 프로듀서 겸 송라이터 듀오 '친 앤드 채프먼(Chinn And Chapman)'의 마이클 도널드 '마이크' 챔피언과 니콜라스 베리 '니키' 친이 이름을 올렸다.
'아파트'는 '미키'를 인터폴레이션(Interpolation)했다. 샘플링과 인터폴레이션은 종종 혼동돼 사용되는데 두 경우 차이는 명확하다. 샘플링은 원작의 음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K팝 업계 대표적인 예는 미국 '디스코 여왕'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 간주를 샘플링한 그룹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가 있다.
반면 인터폴레이션은 원작의 음원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새로 녹음하거나 변형한 것을 가리킨다. K팝계 앞서 대표적인 예는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의 첫 싱글 '핑크 베놈'이다. 리사가 이 곡에서 바베이도스 출신 미국 팝스타 리애나의 데뷔곡 '폰 데 리플레이(Pon de Replay)'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인 '잇 고즈 원 바이 원, 이븐 투 바이 투(It goes one by one, even two by two)'의 가사와 멜로디를 가져와 불렀다. 인터폴레이션은 이렇게 추억과 새로움을 동시에 환기시키는 기술이다.
이와 함께 '아파트'라는 노래 제목은 국내에선 자연스레 가수 윤수일의 동명이곡(同名異曲)을 떠올리게 한다. 윤수일은 윤수일밴드로서 1984년 발표한 3집 타이틀곡인 '아름다워'는 최근 MZ세대에서 '한국 시티팝 원조'로 통하며 디깅(digging)되고 있는데, 로제의 '아파트'로 다시 젊은 세대에게 재조명되는 상황이다. 응원가로 꾸준히 불려온 윤수일의 '아파트'는 발표 42년 만에 차트에서도 역주할 조짐이다. 누리꾼들은 윤수일을 가리켜 "조합장님 드디어 해냈다" 등이라고 반응하고 있다. 중장년 세대에서는 윤수일의 '아파트'를 재조명하게 만든 로제의 '아파트'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 곡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도 반응하는 까닭이다.
아울러 K팝 인기 아이돌들이 '아파트' 도입부의 게임 챌린지에 대거 참여하면서 곡에 더 탄력이 붙고 있다. 로제가 오는 12월6일 발매하는 솔로 정규 1집 '로지(rosie)' 선공개곡으로, 이 음반 발표 이후에도 연말까지 흥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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