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다저스, 유일한 걱정거리
이런 기회는 놓칠 수 없다. 상대가 다저스 아닌가. 같은 하늘을 허락할 수 없는 사이다. 무슨 트집이라고 잡아야 한다.
양키스의 전설이 등장했다. 251승의 좌완 투수다. 명예의 전당으로 간 CC 사바시아(44)가 참전했다.
“벤치에서 눈물을 흘린다고? 그것 참 안쓰러운 일이다. 선수도 사람이다. 감정을 드러내는 건 어쩔 수 없다. 숨길 일도 아니다. 다만, 장소가 따로 있다. 그런 건 라커에서나 할 일이다. 팀 동료나 상대가 보는 데서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 한다.”
매체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대상이 누군지는 뻔하다. 일본인 투수 사사키 로키(23)에 대한 비판이다.
애써 점잖은 말투다. 그러나 속에는 비웃음이 한가득이다. 왜 아니겠나. 다 큰 남자가 눈물을 보였다. 딱히 그럴 상황도 아니다. 누굴 탓할 일도 없다. 자신이 못 던져서, 비롯된 일이다. 굳이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는 게 난감할 따름이다.
물론 본인은 부인한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그런 일 없었다.” 애써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많은 시청자가 TV 화면에서 그렇게 봤다.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다저스는 8차전 도로를 질주하는 중이다.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거칠 것 없는 연승 행진을 거듭한다. 어제(3일)는 역전 끝내기 드라마도 찍었다. 전년도 MVP가 주연 배우로 활약했다. 스토리와 감동, 흥행이 모두 보장된 완벽한 한편이다.
그런 팀에도 걱정이 하나 있다. 새로 들어온 신입이 문제다.
“끈적한 것을 바른 것 같다(?)”
입단 훨씬 전부터다. 말들이 꽤 많았다. ‘미리 침을 발라 놨다’, ‘탬퍼링이다’. 온갖 시기와 질투가 난무했다.
그래서 그런 것 같다. 초반 부진에 사이다를 느끼는 분위기다. 아니, 그 정도면 양반이다. ‘그럼 그렇지’ ‘MLB가 어디 만만하냐’. 하는 소리가 적시타처럼 터진다.
아예 싹을 자르려고 들기도 한다. 그렇게 못 던졌는데도, 부정 투구라는 주장이 나온다. 골드글러브 수상자 에릭 호스머의 지적이다.
“마운드에서 손에 바람을 넣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내려갈 때 보면 끈적끈적한 뭔가 묻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로키가 MLB의 공을 제대로 잡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누가 가서 안아줘야 한다.”
뭐 그럴싸한 말이다. 대부분의 아시아 출신 투수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MLB 공인구가 미끄럽고, 실밥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초반에 애를 먹는다. 아마도 호스머는 그 점을 잘 아는 것 같다.
그래도 “너무 갔다” 싶기도 하다. 아무리 간이 크다고 해도 그렇다. 설마 홈 데뷔전에서 부정행위를 생각하겠나. 그것도 겨우 23살짜리가 말이다.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도 고개를 꼰다. “열정을 안고 새로운 리그에 도전을 택한 젊은 선수가 (다저스 구장에서) 처음 등판부터 속임수를 쓸 것 같지는 않다”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전국적인 비판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혹은 놀림감이 돼 버렸다. 비상한 관심 속에 입단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사이에 반감의 크기도 함께 커진 것이다.
일본 내 여론도 부정적인 이유
그에게는 더 큰 난관이 있다. 자신의 나라에서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내 여론은 반반이다. 물론 응원하는 목소리는 당연하다. 퍼펙트게임을 달성했고, 시속 160㎞를 훌쩍 넘기는 파워를 지닌 기대주다. 오타니 쇼헤이를 이을 월드스타 감이다.
반면 마땅치 않은 시선도 상당하다. 해외파 선수에게는 무척 특이한 현상이다. 이는 미국행의 과정에서 쌓인 업보(?) 탓이다.
그는 프로 4년 차부터 ‘ML 행’을 욕심 냈다. 그게 너무 이르다는 말이다. 어느 정도 기여를 한 뒤에 해야 할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프로 첫 해(2020년)는 수습 기간이었다. 실전 없이 훈련만 시켰다. 제대로 키우겠다는 감독(이구치 타다히토)의 의지였다. 그런 시간을 빼면, 실제 보탬이 된 것은 2시즌(2022~2023년) 뿐이다.
그나마도 병가가 잦았다. 조금만 이상해도, 쉬는 시간을 줬다. 때문에 규정 이닝(144)을 채운 적이 한 번도 없다. 121이닝(2022년)이 가장 많이 던진 해다. 2023년에는 91이닝 밖에 등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떠나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연봉 협상을 거부하고, 팀 훈련에도 차질을 빚었다. 선수 노조 탈퇴도 강행했다.
지바 롯데 팬들의 못 마땅함은 당연하다. 자기밖에 모른다는 ‘와가마마(わがまま)’로 불리는 이유다. 사실 표정 연기가 안 된 것도 문제였다. 드래프트(2019년) 때 롯데가 지명하자,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물론 입단 과정은 둘 만의 비밀이다. 모종의 약속에 대한 소문도 파다했다.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보내주겠다는 조항이 있다는 얘기다. (일본은 KBO처럼 7년 제한이 없다. 구단이 허락하면 언제라도 포스팅 자격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지탄은 강렬했다. ‘롯데가 환승역이냐’는 원망이 들끓었다.
심지어 혼자 떠난 것도 아니다. 구단의 스태프 3명을 데려갔다. 트레이닝 파트를 맡았던 알토란 같은 직원들이다. 개인에게는 기회가 맞다. 하지만, 조직은 황당할 일이다.
계속되는 ‘태도 논란’
그런 상황이다. 잘해도 시원치 않다. 그런데 계속 죽을 쑨다. 실력은 그렇다 치자. 젊고, 앞으로 창창하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태도 논란’은 납득이 어렵다.
문제가 된 행동은 3가지다.
▲ 교체를 위해 감독(데이브 로버츠)이 올라갔다. 공을 건네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자신이 갖고 내려와, 볼 보이에게 던져줬다. 불만의 표시라는 오해에도 할 말은 없다.
▲ 강판 이후도 그렇다. 남겨둔 주자가 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책임이다. 그걸 다음 투수가 처리하는 과정까지 함께 해야 한다. 덕아웃을 떠나면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바로 라커룸으로 향했다. 커쇼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다. 감독이 뒤따라가 다시 데리고 나와야 했다.
▲ 세 번째가 결정적이다. 감독의 지시(?)로 덕아웃 1열에 자리했다. 그런데 눈가에 물기가 촉촉하다. CC 사바시아가 “나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일이다.
야구가 안 될 수도 있다. 팀이 바뀌고, 리그가 달라졌다. 어려운 도전이고, 부담감도 몇 배로 억누른다. 어디까지나 성장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건 다르다. 태도 논란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처음 생긴 것도 아니다. 수년간의 평가가 축적된 결과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감히 오타니 님에게 누를 끼치면 곤란하다.’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그러나 지금 사사키의 결과가 그렇다. 다저스의 유일한 걱정거리다. 오타니가 쌓아 놓은 덕에 민폐가 된다. 그게 그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지점이다.
이제 루키의 세 번째 등판을 앞두고 있다. 6일(한국시간) 필리스 전이다. 아마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다. 자칫하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