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이주노동자들의 고충] “직장서 폭언·폭행 시달려도 도망칠 수 없어요”

어태희 2025. 7. 2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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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자는 넘어진 A씨에게 망치를 휘두르려고도 했다.

광역 자치단체 중 3번째로 외국인 체류자 수가 많은 경남에도 이주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이 많은 경남에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김형진 김해이주민인권센터장은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제한돼 괴롭힘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 수위 또한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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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수위 강화 등 제도개혁 필요

#1. 경남에서 일하던 필리핀 노동자 A씨는 ‘빠릿빠릿하게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급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상급자는 넘어진 A씨에게 망치를 휘두르려고도 했다. A씨는 신고하고 싶었으나 이전에 같은 상황의 동료들이 겪은 부당한 처우에 두려워 입을 다물었다.

#2. 파키스탄 노동자 B씨는 사업주로부터 “가난한 나라에서 돈 벌러 왔으면 똑바로 하라”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업주는 “B가 작업장에서 미끄러져 다쳤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CCTV 확인 없이 돌아갔다.

최근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의 인권 유린 사건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이주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광역 자치단체 중 3번째로 외국인 체류자 수가 많은 경남에도 이주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생산 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확보한 이달 초 촬영된 영상에는 이곳 노동자가 이주노동자 A씨를 비닐로 벽돌에 묶어 지게차로 옮기는 모습과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다른 노동자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생산 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확보한 이달 초 촬영된 영상에는 이곳 노동자가 이주노동자 A씨를 비닐로 벽돌에 묶어 지게차로 옮기는 모습과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다른 노동자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경남은 광역 지자체 중 경기와 충남 다음으로 많은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다. 법무부의 6월 말 기준 ‘지역별 외국인 현황’에 따르면 경남에 체류한 외국인은 12만1703명이다. 통상적으로 이주노동자는 취업비자인 E7~E10을 취득한 사람으로 구분하고 있다. E7~E10 비자를 취득한 경남 외국인은 6만534명이다. 이와 함께 거주비자인 F1~F6을 취득한 외국인(4만3672명) 또한 취업 활동이 가능하고, 불법체류 노동자는 통계에 해당하지 않기에 실제 지역에 근무 중인 외국인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업이 많은 경남에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경상남도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이주노동자의 상담이 종종 들어온다.

이성문 경상남도외국인주민지원센터 팀장은 “보통은 사업주의 괴롭힘보다 노동자들과 업무 관련이 밀접한 관리자의 폭언이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고충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더욱 취약한 것은 언어 장벽과 고용허가제 정책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고용허가제 정책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일터가 고정돼 있어 직장 내 괴롭힘을 겪더라도 사업장을 떠나기 쉽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업장 변경 사유가 되지만 외국인으로서 괴롭힘 소명이 쉽지 않다.

이 팀장은 “자국민도 힘든 괴롭힘의 입증이 쉽지 않고, 입증할 수 있더라도 처리하기 위해 고용센터와 노동청을 계속 오가며 시간을 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신고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회사가 더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며 “참다 못해 저희 센터에서 도와 달라고 얘기하거나 ‘차라리 불법체류자로 살겠다’며 도망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가 자국민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용허가제 등 관련 제도의 개선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형진 김해이주민인권센터장은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제한돼 괴롭힘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 수위 또한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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