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포럼V: 바깥 향한 속삭임 대구미술관서 10월 25일까지 국내외 8명 작가 시선으로 본 시대·기억·역사·감각·정체성 회화·사진·영상 작품에 담아
'대구포럼 V : 바깥을 향한 속삭임' 포스터. 대구미술관 제공
거대한 목소리보다 작은 속삭임이 더 깊은 울림을 남길 때가 있다. 빠르게 쏟아지는 정보와 강한 주장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감정과 관계, 시대의 미세한 흔들림을 예술의 언어로 들여다보는 전시가 관람객을 맞는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미술관은 오는 10월 25일까지 미술관 1전시실에서 '대구포럼 V : 바깥을 향한 속삭임'을 개최한다.
대구미술관의 대표 기획전인 '대구포럼'은 동시대 사회를 예술적 시선으로 탐구하는 연속 전시로, 올해 다섯 번째를 맞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와 사진, 영상, 설치 등 40여점을 통해 거대한 담론 뒤에 가려진 우리 시대의 감정과 변화, 그리고 쉽게 지나치는 사회의 신호를 조명한다.
김범의 단채널 영상 작품 '노란 비명 그리기'(2012). 대구미술관 제공
변카카의 작품 '시간의 증상들'(2026). 대구미술관 제공
애니 닝의 단채널 영상 작품 '외래 침입종'(Alien Invasion·2023). 대구미술관 제공
전시에는 베트남의 타오 응우옌 판, 이란 출신 미국 작가 시린 네샤트, 독일의 마리오 파이퍼, 중국의 애니 닝을 비롯해 한국의 김수자, 변카카, 최지목, 김범 등 국내외 작가 8명이 참여한다. 서로 다른 문화와 시대를 살아온 작가들은 기억과 역사, 권력과 정체성, 신체와 감각, 공동체와 관계를 저마다의 조형 언어로 풀어내며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감각을 제안한다.
전시 제목인 '바깥을 향한 속삭임'은 가장 작은 목소리가 세상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속삭임은 사랑을 전하고 슬픔을 위로하며 쉽게 말할 수 없는 진실을 건네는 가장 낮은 언어이자, 권력이 쉽게 통제할 수 없는 감각의 통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속삭임을 통해 불안과 희망, 저항과 변화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움직여 왔는지를 돌아본다.
김수자의 작품 '연역적 언어'(Deductive Object·2024~2025). 대구미술관 제공
타오 응우옌 판의 3채널 영상 설치 작품 '퍼스트 레인, 브리즈 솔레이유'(2021~). 대구미술관 제공
시린 네샤트의 4K 영상 작품 '두 유 데어!: 브루클린(Do You Dare!?: Brooklyn)'(2025). 대구미술관 제공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오늘의 풍경을 포착한다. 타오 응우옌 판은 식민주의와 전쟁 이후에도 남아 있는 기억의 흔적을 되짚고, 시린 네샤트는 권력과 미디어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개인을 응시한다. 마리오 파이퍼는 서로 다른 증언을 통해 사회가 외면한 진실의 균열을 드러내고, 애니 닝은 공동체 안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불안과 자기 의심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김수자는 몸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통해 언어 이전의 감각을 이야기하고, 변카카는 시간을 견디는 신체의 의지와 존엄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최지목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잔상을 통해 감각의 세계를 펼쳐 보이며, 김범은 익숙한 세계를 뒤집는 상상력으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현실을 다시 질문한다.
작품들은 세상을 설명하거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함께 바라보고 느끼도록 이끈다.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속삭임은 가장 작지만 가장 오래 남는 언어이며,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변화의 기운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예술적 감각으로 다가온다.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문화와 시대를 살아가는 여덟 명의 작가들이 오늘의 세계를 어떻게 감각하는지를 살펴보는 자리"라며 "관람객들이 작품 속 목소리에 공감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