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도 계속하기도…트럼프, 이란 종전 합의 ‘진퇴양난 딜레마’
종전 땐 “핵 용인·이란에 양보”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두고 정치적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29일 백악관 참모들과 약 2시간 동안 상황실 회의를 가졌으나 아무런 발표 없이 침묵을 지킨 이면에는, 전쟁을 계속하기도 어렵고 현재 조건으로 끝내기도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의 고뇌가 깊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타결이 임박했던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을 거부하고, 동결자산 해제와 해협 통행료 등 조건을 대폭 강화한 수정안을 이란에 다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막판에 판을 흔든 초강수를 던졌지만, 미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정치적 패배를 피하기 힘든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거론되는 잠정 합의안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해상 봉쇄 완화다. 가장 폭발력 있는 이란 핵 문제는 향후 60일간의 추가 협상으로 넘기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 구조를 가리켜 “미국이 이란으로부터 확실한 핵 폐기 확약을 받지도 못한 채 자산 동결 해제와 봉쇄 완화라는 핵심 협상 카드만 먼저 내주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이란 측 협상 총괄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역시 “이란의 권리가 지켜질 때까지 그 어떤 합의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어, 미국이 먼저 패를 보여줄 경우 이란 특유의 ‘침대 축구’ 시간 끌기 전략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협상 내용이 알려지자 미 정가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친정인 공화당 강경파 내부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전쟁 목표였던 고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을 제거한다더니 왜 그대로 남겨두느냐”며 질타했고, 로저 위커 의원은 이번 합의가 국제사회에 미국의 ‘약함의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조차 이란이 호르무즈 통제권을 유지하면 역내 세력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당인 민주당도 가세했다. 코리 부커 의원은 “트럼프가 바보처럼 이용당하고 있다”고 혹평했고, 크리스 밴 홀런 의원은 “결국 전쟁 전 상태 또는 그보다 나쁜 상태로 돌아가는 악수”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한 딜레마는 이 지점에 있다. 당장 종전 협상을 깨고 전쟁을 재개하자니 국제 유가가 폭등하며 눈앞에 닥친 11월 중간선거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고 현재 조건대로 전쟁을 끝내자니 이란에 양보만 했다는 당내외의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CNN은 현 상황을 두고 “전쟁을 재개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최선의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는 것조차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조건을 강화한 수정안을 보냈지만, 그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합의조차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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