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People] 삼성 라이온즈 이호성

신화가 될 소년

매일 뜨는 해인 데다 그저 지나가는 하루에 이름을 붙인 것뿐인데, 사람들은 매년 1월 1일이 되면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부터 모인다. 어두운 밤 산을 오르고, 저 멀리 바다로 떠나 수평선을 찾는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각자의 소원을 빌어 보는 짧은 순간. 작년 이맘때 소망한 것은 지금의 내가 모두 이뤄 냈다고,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새로운 내 모습으로 365일의 반환점을 돌아 이곳에 서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렇게 결의하는 속에서 반복되는 일출에도 특별한 의미가 생기는 게 아닐지. 지난해 아쉬움의 크기만큼 성장해 이번 가을 후련한 포효를 남긴 이호성은 과연 새해에 무엇을 빌고, 또 이뤄 낼까.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Seohyeon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새해 첫 주인공 누구세요~♬

무실점으로 가을을 지나고, 생애 첫 성인 대표팀에 뽑혀 일본에도 다녀왔죠. 비시즌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11월 27일 인터뷰)
가을야구에서 좋은 투구를 해서 나도 이제 성장한 건가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대표팀에서 훌륭한 선수들이랑 운동하고, 일본에 가서도 많은 걸 느꼈고요. 그곳에서도 뛰어난 투수들을 여럿 봤기 때문에 제가 지금 어떤 게 부족한지, 뭘 더 보완해야 할지를 배우고 돌아왔어요. 그때 느낀 걸 제 걸로 만들고자 비시즌이 되자마자 바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외에는 그냥 자고요. 먹기도 하고, 강아지랑 산책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반려견 ‘탱이’를 키우죠? 보더콜리는 산책량이 상당하다던데요.
산책을 정말 자주 시켜 줘야 해서 가족이 전부 움직이고 있어요. 저는 나가고 싶을 때마다 데리고 나가는 편이고요. 정기적으로는 아침저녁으로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면서 산책해요. 강아지 덕분에 부모님도 운동하시는 거죠. (강아지는 말을 잘 들어요?) 처음에는 되게 똑똑하다고, 천재견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항상 예외는 있더라고요. 탱이는 노는 거 말곤 관심이 없어요. 먹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오직 삑삑이 장난감만 좋아해요.

조금은 쉴 틈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은데, 운동 외에 하고 싶은 건 뭐였어요?
놀고 싶었죠. 카페 거리나 이곳저곳 구경하러 다니고 쇼핑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이번에 친구들하고 일본 오사카로 놀러 가거든요. 사실 저는 이미 한 번 가 봐서 후쿠오카나 다른 곳에 가고 싶었는데, 친구들이 안 가 봤다고 해서 남자 네 명이서 오사카에 갈 예정이에요.

한 번 가 본 곳인데 이번엔 뭘 할 거예요?
무계획 여행이어서 비행기랑 숙소만 잡아 뒀어요. 즉흥적으로 놀지 않을까요? 고기 먹고, 초밥집도 갔다가 라멘을 먹으러 가지 않을까 싶어요. 3박으로 가는데 내내 똑같을 것 같아요. (넷이 가면 방은 어떻게 나눠요?) 그냥 체크인할 때 옆에 있는 사람이랑 룸메이트를 하죠. 물론 상태가 좀 꼬질꼬질해 보이면 같이 안 쓰고요. (깔끔한 편이죠?) 저는 좀 그런 편이에요. 근데 이렇게 물어보면 자기가 더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나요? (궁금)

선수단 워크숍에서 장기자랑 1등은 누가 했는지 궁금해요.
제가 했습니다. 상금은 총무 (이)재익이 형을 통해서 (구)자욱이 형한테 보고를 올린 다음에 워크숍 끝난 지 2주 정도 지나고 따로 받았어요. (그날의 텐션은 취기를 빌린 거였어요?) 사실 그날 술을 많이 먹진 않았는데, 제 앞에 나간 사람들이 식상한 거예요. (배)찬승이나 (양)도근이 형이 다 재미가 없었는데, 형들은 그런 분위기를 원치 않는 것 같아서 이 악물고 했습니다. 원래 그렇게 나서는 성격이 전혀 아닌데 노력했습니다. 다 함께 즐기러 간 거니까 분위기를 띄우려고 절 희생했어요.

며칠 전 구단 행사에서도 배찬승과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잘 부르던데요?
살면서 처음 불러 봤어요. 당일에 찬승이가 같이 나가자고 하고, 자욱이 형이 제가 안 하면 누가 하냐고 말씀하셔서 급히 연습했던 거고요. (삼튜브에서 그 장면을 봤는데, 살짝 무섭게 들리더라고요.) 장난 반 진심 반 아니었을까요? 우리 팀에 무서운 선배님이 있다기보다는 다 편하게 해 주시는데, 그래도 선배라면 당연히 어렵게 대하는 게 맞다고 봐요.

최근에 오승환이 블로그에 글을 남겼는데, ‘야구에 진심인 어린 선수’로 언급이 됐어요. 어떤 모습을 보고 그렇게 얘기한 것 같아요?
평소에 야구장에서 하는 행동이나 태도, 아니면 혼자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봐 주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로커룸에서 제가 승환 선배님 바로 옆자리였거든요. 로커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실내 연습장이나 웨이트 트레이닝하러 나가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언급해 주셨을 듯합니다.

지난 176호에 출연한 김헌곤은 최고 미남으로 이호성을 꼽았어요.
오랜만에 뵈면 항상 “이야~ 호성이 오늘 멋있는데? 잘생겼는데?” 하시거든요. 감사하다고는 하지만, 매번 진심일지는 몰랐어요. 진실한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요.

김헌곤은 어떤 선배예요?
헌곤이 형은 도움이 되는 말을 자주 해 주세요. 잘 풀릴 때의 마음가짐을 잘되지 않을 때도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좋을 때는 에너지가 막 나오지만, 안될 때 제 마음은 어땠냐고 물어보시면서요. 말을 길게 하시지도 않는데, 그 짧은 한마디에 눈이 딱 떠져요. 저보다 훨씬 길게 야구하셨고, 어려운 시간도 오래 보내셨으니 별거 아닌 문장도 묵직하게 다가와요. 힘든 시기를 지나왔을 형의 마음이 공감돼서 슬플 때도 있고요. 세리머니에 관해서 얘기한 적도 있는데요. 덤덤한 선수도 멋있지만, 형이나 저 같은 선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게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시면서 잘하고 있다고 격려도 해 주셨어요.

#오늘도 해냈다!

포스트 시즌에는 위기마다 완벽한 활약을 펼쳤어요. 매 경기가 끝나고 마음이 어땠어요?
오늘도 잘 해냈다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경기장을 나설 땐 한 경기가 끝났으니 이 기분도 빠르게 털어 내고 다음 등판을 준비하려고 했고요.

플레이오프 2차전 땐 불펜 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며 나오더라고요. 등판할 때 어떤 상황이었어요?
경기 전날 찬승이랑 등판 전에 긴장감을 올려 주기 위해 서로 등을 때려 주기로 했어요. 영상엔 안 잡혔는데 그날 처음 맞은 거였거든요. 근데 찬승이가 전력으로 때려서 진짜 아팠어요. 그래서 소리를 지르며 나간 건데 저 혼자 포효한 걸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반대로 배찬승이 등판할 때도 때렸어요?
진짜 세게, 제 손이 아플 정도로 때렸는데 찬승이는 소리를 안 냈어요.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는 통증을 잘 못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찬승이가 무척 긴장해서 그랬던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저만 소릴 지르며 나갔습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위기 탈출 후 시원하게 욕도 한 번 하고(?) 뒤늦게 글러브로 가리던데, ‘아차!’ 하고 의식해서 한 행동인가요?
사실 그때 욕한 줄도 몰랐어요. 짤로 뜨길래 그걸 보고 알았죠. 근데 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 장면이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내향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댔는데, 마운드 밖에서도 달라졌어요?
야구장 밖에서도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으려고 했어요. 학생 때는 기껏해야 저보다 2살 많은 형이 전부였는데, 프로선수가 되면 나이 차이가 그것보다 훨씬 큰 선배님들과 코치님들이 계신 곳에서 운동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입단하고서 사회생활 차원의 적응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도 ‘이렇게 해선 안 되겠다. 형들이 있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하고, 내 운동과 나를 위해서는 고집해야 할 게 있다’라는 생각이 드니까 조금씩 바뀌었어요.

어떻게 갑자기 그런 생각의 변화가 생겼어요?
그냥 야구가 잘 안되니까… (헤헤) 경산에 있으면 시간이 많거든요. 혼자 생각도 하고, 스스로를 자주 돌아보다가 떠올랐죠. 물론 지금도 남들 눈치를 안 본다고 할 순 없어요. 그래도 언젠가 자욱이 형한테 성격을 바꿔 보려 한다고 말씀드렸을 때, “그래, 너는 성격 좀 바꿔라, 쌈닭처럼 해 봐라!”하고 밀어주셨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형들 눈치를 안 보고 활발해질 수 있었어요. 형들이 이런 저를 다 받아 주신 덕분에 가능했던 거고요.

4월 29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서는 만루에서 고명준을 삼진으로 잡았잖아요. 준플레이오프 1차전하고 상황이 정말 비슷했죠?
저도 그렇게 똑같은 게 신기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준플레이오프가 끝나고 돌아보니까 그날의 승부는 실력 차이가 아니라, 4월 말에 이겼던 기억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경기장 안에서는 상대의 잔상이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좀 더 과감하게 승부하러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모자 안쪽에 ‘기세, 자신감, 값진 경험, 즐기자, 분노, 주도권, 평정심, 승부욕’ 등 여러 문구를 써 뒀더라고요. 내년에는 어떤 걸 쓸 거예요?
많이 안 적으려고요. 너무 주저리주저리 한 것 같아서 줄일 생각인데, 그래도 떠오르는 단어가 있으면 쓰지 않을까요? 아직은 떠오르는 게 없지만요. (써 놓고 이룬 건 뭐였어요?) 기세요. 값진 경험이니 즐기자고 한 것도 그렇고요. 그리고 가을야구 때 써 둔 문구는 다 이뤘어요. 마운드에 있을 때 떠오르는 기분을 적어 보자 했는데, 가을야구를 치르면서 분노도 느껴 봤고, 타자와 싸우면서 주도권을 가져오는 경험도 했어요. 또 처음 마주한 타자에게 제 기가 꺾이지 않게끔도 해냈고요.

베테랑 타자를 많이 상대했는데, 어떻게 기세가 눌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라운드에서만큼은 선후배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특히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도 있었나요?) 크게 없었어요. 그때의 긴장감과 자신감에서는 불안을 느낀 순간이 없었어요.

그때는 야구장에 나가는 게 재밌었겠어요.
이제 와서 얘기하는 거지만 정말 몸이 힘들었어요. 144경기 이후에 추가 경기가 있는 거고, 저는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른 거였으니까요. 그러면서 느낀 건 결국 정규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가을에는 상대 팀을 기다려야 한다는 거였죠. 무조건 위에서 기다려야 해요. (근데 하나씩 깨고 올라가는 재미도 있지 않아요?) 그건 또 그렇죠. 그 재미도 있긴 한데, 그게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는 아닌 것 같고요. (웃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NC 다이노스에 패했잖아요. 그때 팀 분위기는 어땠어요?
뭔가 좀 잘못됐다 싶었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어요. 1차전을 지더라도 2차전 선발 투수가 원태인이니까요. 역시나 태인이 형이 잘해 줬고요. 준플레이오프 끝나고도 (강)민호 형이 “됐다, 우리 할 만큼 했다! (최)원태 해 줬고, 상대 외국인 투수들 공략 잘했고, 이제 져도 된다. 가서 지자!” 하셨거든요. 후배들더러 마음 편히 뛰라고 하신 말씀이겠죠? 그렇게 대전에 갔는데, 정작 민호 형이 제일 열심히 하시는 거예요. (웃음) 진짜 죽을힘을 다해서 뛰시더라고요. 솔직히 선배님이 그렇게 최선을 다하시는 걸 보면 후배들은 당연히 따라가죠. 가을야구인 만큼 긴장감도 있고, 아무리 힘들어도 그라운드에 나서는 순간부터는 죽어라 하거든요. 근데 마음 한편에는 할 만큼 했으니 편하게 해도 된다는 안심이 있었어요.

강민호 선배의 어떤 모습을 보고 죽을힘을 다한다고 느꼈어요?
허리도 안 좋으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다 참고 전 경기에 출전하셨잖아요. 끝날 때까지 투수를 리드하는 모습도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했지만, 작년 가을야구 때는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잖아요. 이번 가을을 지나고 지난 시간도 생각났어요?
그런 걸 보면 마음보다 몸이 힘든 게 훨씬 낫다고 느껴요. 주변에서 저한테 ‘작년에 했던 말을 올해 다 이룬 게 진짜 멋지다’라고, 그렇게 스스로 바꿀 힘을 가진 게 대단하고 또 대견하다고 얘기해 줬어요. 제가 원래 감성적인 사람이 아닌데 그 말을 들으니, 작년의 제가 떠오르더라고요. ‘나도 진짜 될 수 있구나’, ‘사람은 정말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살 수 있구나’ 싶었어요.

작년 가을야구 이후에 찍은 ‘경산 두 바퀴’ 콘텐츠를 봤는데, 댓글에 팬들의 격려가 가득하더라고요.
저도 그 영상에 있는 댓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원래 댓글을 잘 안 보는데, 그것만 찾아본 것 같아요. 사실 그렇게까지 슬픈 분위기는 아니었고 쓸데없는 얘기도 했는데, PD님들이 편집을 정말 잘하시거든요. 그래서 그런 감성적인 분위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 영상이 올라온 지 1년이 지났는데도 계속 새 댓글이 달리고 있더라고요. ‘호성아 이 말을 기억해, “던질 수 있슴다!”’도 있어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어떤 상황이었어요?
당시 그 타이밍에 코치님이 올라오신다면 분명 교체될 거라고 봤거든요. 타이트한 경기였던 만큼 빠른 투수 교체가 이뤄지겠구나 싶었는데, 올라오시면서 주심한테 가지 않고 바로 저한테 오시더라고요. 그래서 ‘나랑 얘기하고 바꾸시려나?’ 싶어서 “던질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외쳤어요. 워낙 시끄러웠으니 들리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러면 안 됐다고 생각해요. 마운드에 있는 선수로서는 던지고 싶은 게 당연해도 감독님과 코치님의 선택이면 따라야 맞거든요. 저도 모르게 그 상황을 막고 싶은 마음에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 듯해요.

평소에는 그런 얘길 안 해요?
못 해요. 그라운드 위 선수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벤치에서는 제가 못 보는 걸 읽으실 수도 있잖아요. 결국은 팀이 이겨야 하는 거니까요. 선수 욕심보다는 냉정한 판단이 우선이라 생각해요. 그날은 잘 해결해서 다행이었죠. 근데, 그렇게 “할 수 있슴다!” 했는데 코치님은 정작 “네가 계속 던질 거다. 안 내릴 거다”라고 하셔서 그냥 “넵!”이라고 답했어요. (머쓱)

잘 안 풀릴 것 같을 때도 솔직하게 얘기해요?
아뇨. 운동선수라면 그런 마음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질 것 같아도 지겠다고 느끼면 안 되고요. 승부가 힘든 상황에도 이기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이길 때도 있으니까요.

포스트 시즌 원정 경기에는 부모님이 오셨다고 들었어요. 이후에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해요.
별말씀 안 하셨는데… 가을야구라고 해서 특별한 얘기를 하시진 않았고, 정규 시즌 때처럼 한 경기 끝나면 고생했다고 하신 정도였어요. 오히려 부담을 주기 싫은 마음에 그러셨을 것 같아요. 제가 프로에 입단하면서 아버지한테 부탁했던 게, 어쨌든 직업이 됐으니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데 매 경기에 일희일비하지 말아 달라고 했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되든 토너먼트 대회가 아니고, 오늘이 지나도 또 다음 경기가 다가오니까요.

시즌 후반에는 힘에 부치는 느낌에 수면 시간부터 먹는 것까지 하나하나 다 체크했다고요.
경기가 끝나고 숙소에 가면 밤 11시 정도가 돼요. 그때부터 사우나에서 온탕, 냉탕에 번갈아 들어가면 몸이 좀 노곤해지거든요. 그때 바로 자려고 해요. 수면 시간은 9시간에서 9시간 반 정도가 제일 좋았고요. 그리고 자기 전에 너무 많이 먹으면 몸이 깊게 잠들지 못하고 소화하는 데 에너지를 뺏기는 것 같아서요. 저녁 경기 이후에는 필요한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정도만 챙기고 아침에 일어나서 양껏 먹으려고 해요.

먹는 건 좋아하는 편이에요?
진짜 좋아하죠. 몸에 안 좋은 건 최대한 자제하려고 하지만요. 밀가루나 튀긴 건 물론이고, 면도 좋아하고요.

입단 초에 비해 지금은 5kg 이상 찌웠다고 들었어요.
거의 7kg을 늘렸어요. 입단했을 때가 87kg였는데, 입단 초반에 러닝을 열심히 했더니 81kg까지 빠졌어요. 그러다가 85kg까지 늘렸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해서 92kg까지 몸을 키웠거든요. 지금 91kg으로 살짝 줄긴 했는데, 시즌을 치르면서 살이 빠지진 않더라고요.

174호(25년 10월 호)에 출연한 배찬승도 시즌 중엔 오히려 살이 찐다고 하더라고요.
찬승이는 찔 수밖에 없어요. 학생 때 먹는 거랑 지금이랑은 식단이 다르잖아요. 학교 급식이나, 학부모님들이 해 주시는 밥은 양도 그렇고 메뉴도 대부분 정해져 있거든요. 안 그래도 식욕이 센 앤데 억제된 환경에 있다가 좋은 식단에 양도 무한 리필로 먹을 수 있는 곳에 온 거죠. 찬승이는 정해 두지 않으면 계속 먹을 거예요. 그래서 시즌에 들어가도 살이 안 빠지고 끝까지 공에 힘이 있었던 거라고 봐요.

벌크업을 위해 했던 노력은 어떤 거예요?
꼬박꼬박 잘 챙겨 먹으려고 했어요. 가끔 경기 끝나고 너무 힘이 들면 빨리 자고 싶은 날이 있잖아요. 그런 날에도 무조건 단백질을 챙겨 먹고 자고요. 아버지가 제가 건강하게 먹는 것에 약간의 집착(?)이 있으세요. 고기를 굽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게끔 만들어서 보내 주시거든요. 아마 혼자 살면서도 냉동실은 항상 고기로 차 있을 것 같아요. 다른 것보다도 고기로 채우는 단백질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서 닭가슴살이나 고기가 있으면 틈틈이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 이후에 고기를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프로틴 음료로라도 식단을 열심히 챙겼어요.

그렇게 체격을 키우고 야구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웨이트 트레이닝할 때 들 수 있는 무게가 늘었죠. 정확하게 얼마나 늘었는지는 전후로 측정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요. 저는 폭발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점프력과 순발력이 정말 좋아졌어요. 근육량이 늘어나면서 몸이 둔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고요.

일상에서도 달라진 게 있어요?
옷이 작아졌어요. 바지가 잘 안 맞더라고요. 그래도 버리진 않았고, 아까워서 후배들한테 주고 있어요. 이번에 경산 숙소를 정리하면서도 신발이나 옷을 (육)선엽이랑 찬승이한테 몇 개 주고 왔어요. 옷에 관심이 꽤 있어서 갖고 있는 것도 원체 많았고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해요?) 캐주얼을 좋아하는데, 상황에 따라서 포멀한 스타일로도 입어요.

루틴이나 징크스도 있어요?
징크스가 있다 싶으면 빨리 깨 버리려고 해요. 만약 어떤 언더티를 입고 잘 던졌다 해도 그걸 신경 쓴다는 걸 인지한 순간 다음날 바로 다른 티를 입어요. 사사로운 부분에 사로잡히기 싫어서요.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김)성윤이 형이랑 얘기하다가 “형, 어제 농군 바지 입고 잘 쳤는데 왜 오늘 그대로 안 입어요?”하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형이 “그런 징크스 만드는 거 아이다” 하더라고요. 징크스를 안 만들려고 일부러 신경을 쓴대요. 4안타를 쳐도 다음날 배트를 바꾸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더라고요. 이런 게 바로 심적으로 쫓기지 않는 방법이고, 성윤이 형은 정말 단단한 사람이란 걸 그때 느꼈어요.

#LEE H S

대표팀 선발 비하인드가 궁금해요. 10월 23일에 알려졌는데, 어떻게 연락을 듣게 됐어요?
한화랑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을 때 코치님이 오셔서 먼저 팔 상태를 물어보셨어요. 부상 선수가 있어서 그런데, 몸 상태는 어떻냐고요. 그래서 충분히 할 수 있고, 가서 지금까지 못 해 본 경험을 통해 야구를 더 배워 보고 싶다고 의욕을 어필했어요. 그리고 몇 시간 뒤에 대표팀에 선발됐다고 알려 주셨고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어땠어요?
평가전이긴 해도 가슴에 태극기를 달 수 있다는 게 큰 영광이었고, 그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었어요. 설렘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죠. 근데 그 당시에는 그런 감상을 느낄 새도 없었어요. 당장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었으니까요. 가을야구가 다 끝나고 나서야 ‘찬승이랑 같이 대표팀에 가는구나’ 싶었어요.

원래 기쁜 일에도 덤덤한 편이에요?
좋은 일에는 최대한 담담하게 대하려고 하고요. 안 좋은 일에도 무던해지려는데 쉽진 않죠.

53번은 비는 번호라 골랐댔는데, 또 대표팀에 가게 된다면 바꿀 거예요?
만약 다시 가게 된다고 해도 비는 번호 중에서 고를 것 같아요. 특정 등번호에 애착이 크진 않거든요. 53번은 그냥 눈에 들어왔어요. 지금 삼성에서 달고 있는 1번은 마음에 듭니다.

대표팀에서 정우주가 “호성이 형은 잘생겨서 다가가기 힘들다”라고 한 말은 어땠어요?
우주도 찬승이랑 비슷하구나 싶었어요. 까불거리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금세 친해졌어요. 저도 그렇고 우주도 선배라고 해서 어려워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서 치대는(?) 성격이라서요. 제가 형이라고 어렵게 하지도 않았고요.

돈키호테에서 배찬승과 목격담이 올라왔는데, 기념품은 어떤 걸 샀어요?
파스나 상비약처럼 대표적인 일본 기념품이 있잖아요. 그런 것만 가족들 선물용으로 사고 다른 특별한 건 안 샀어요. 저도 가끔 속이 안 좋을 때 먹을 소화제나, 유니클로에 가서 니들스 컬래버 제품 두 개쯤 구매한 정도였어요.

일본팀이 훈련할 때 영상으로도 찍던데 어떤 걸 담았어요?
투수들이 몸을 풀고 있길래 캐치볼을 하기 전에 어떤 드릴을 하고, 공을 던질 때 어디에 신경을 쓰는지 보려고 찍었어요. 오타 타이세이(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랑 타이라 카이마(세이부 라이온즈) 선수였는데, 영상을 다시 보니까 오른쪽 다리에 중심을 누르는 방법이 좀 다르더라고요. 피니시 동작도 더 깔끔하고요. 무엇보다 캐치볼 할 때 집중력이 유난히 높다고 느꼈어요. 공이 미트에 정확히 도달할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더라고요.

도쿄돔에서 처음 뛰어 본 후기가 궁금해요.
마운드가 평소보다 높다고 느꼈어요. 근데 다른 야구장 마운드랑 크게 다르진 않고,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랑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관중도 한국에 비하면 거의 두 배 많이 들어오잖아요.) 다행히 그런 것 때문에 압도된다는 느낌은 크게 안 들었어요.

KBO리그 경기와는 다르게 한국 측 관중들이 모두 애국가를 따라 불렀는데, 그라운드에 도열한 선수들도 들었어요?
다 들렸죠. 진짜 전쟁터에 나선 느낌이었어요. 평가전이었음에도 애국가를 들으면서 이 경기에 무게감이 생긴 것처럼 다가왔고요.

2차전은 무승부로 끝났지만, 9회 말 2아웃에 동점 홈런이 나와 승리한 느낌이었어요. 당시 선수단 분위기는 어땠나요?
엄청 좋았죠. 형들 다 “(김)주원이가 대한민국 살렸다”라고 하고, “주원이가 이순신 장군이다!”하고요. 주원이 형이 경기 내내 잘 안 풀리고 힘들었을 텐데 잘 끝나서 다행이었죠.

#호성♥찐(빵)만(두)

최애 음식이 만두랬는데, 평생 하나의 만두와 함께해야 한다면? 찐빵만두 vs 군만두!
군만두는 짜장면이랑 먹으면 진짜 맛있긴 한데… 그래도 찐빵만두요. (찐빵만두 대 물만두는요?) 물만두도 짜파게티랑 먹었을 때 진짜 맛있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렇지만 찐빵만두를 고르겠습니다. (짜장을 좋아해요?) 짜장면을 특히 좋아하진 않아요. 중식을 먹게 되면 고르는 정도예요. (찐빵만두 vs 납작만두!) 납작만두도 참 좋아하는데, 그래도 찐빵만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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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찐빵만두 vs 박진만두!
박진…(입틀막) 이거 나가도 되는 거예요? 박진만 감독님이요. 평생 찐빵만두를 못 먹고 감독님과 함께해야 해도 좋아요. 이번 시즌에 제가 못할 때도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한 분이거든요. 그런 마음을 계속 가슴 속에 갖고 있어요. 둘이 대화를 오래 나눠 본 적은 거의 없는데, 잘 던진 날에는 수고했다고 해 주시고요. 못 던진 날에는 별말씀을 안 하세요. (이 자리에서 감독님에게 만두 데이트를 신청해 보면 어때요?) 앗… 아직은 살짝 어렵습니다.

근데, 찐빵만두는 얼마나 좋아하는 거예요?
진~짜 좋아해요. 군만두랑 물만두, 튀김만두 이렇게 세 개도 좋아하는데, 하나만 먹고 살아야 한다면 찐빵만두를 고를 거예요. 정통 만두를 좋아하거든요. 어렸을 때 찐빵만두를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그걸 잊을 수가 없어요. 길을 지나가다가도 찐빵만두 솥이 보이면 부모님께 무조건 사 달라고 했어요.

최근에는 언제 먹었어요?
대표팀에 있을 때 (김)영웅이 형하고 찬승이랑 잠깐 남산 타워에 다녀왔거든요. 셋 다 한 번도 안 가 봐서요.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찐빵이랑 찐빵만두를 파는 곳이 있어서 3주 전쯤 먹었어요. 그날은 밥을 먹고 만두를 먹은 거라 한 개만 먹었지만 그게 아니라면 최대 열 개까지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올해 시구를 지도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더라고요. 내년에도 계속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찬승이한테 넘겨주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뭘 가장 신경 썼어요?) 내성적으로 보이지 않게 시구자에게 다가가는 걸 신경 썼어요. 사진에 잘 나오는 자세를 만들어 드리는 거나, 팀 세리머니를 알려드리는 건 당연하고요. 투구야 계속 던지면 던질수록 정확성이 올라가고 익숙해지니 어렵다고 하시면 그렇게 안내해 드리고요.

#내가 바뀐다는 것

7월부터는 이미 올해 밥값은 다했으니, 스스로 갉아먹지 말자고 생각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실제로 깨달음 이후에 마음이 바뀌던가요?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한다고 스스로 주문하고 있었나 봐요. 근데 결과가 빠르게 따라오지 않으니까, 아무리 다짐해도 쉽게 바뀌진 않더라고요.

지난 3년간 체격도 마음도 혼자서 많이 바꿔 낸 듯해요. 프로 입단 후 가장 크게 바뀐 게 있다면 뭘까요?
아무래도 심적인 변화가 가장 크죠. 그전까지는 잘 안되는 게 있거나 경기 결과에 따라서 낙심하기도, 스스로 실망하기도 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앞으로도 시행착오를 겪어 나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결과가 나빠도 실망감에 빠져 있기보다는 빨리 어떻게든 길을 찾아서 실패를 긍정적인 원동력으로 바꿔 나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마음이 차차 바뀌었어요.

불펜에서 몸을 풀 때 노란 공을 쥐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여요. 어떤 용도로 쓰고 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들고 다녔어요. 처음에는 고등학교 코치님이 손에 악력기나 큰 소프트볼을 들고 다니면 좋다고 하셨어요. 근데 저는 악력기보다는 큰 공을 잡고 다니면서 변화구 연습도 하고, 손가락에 끼우기도 하면서 연습했거든요. 그게 어느 순간부터 캐치볼을 할 때나 변화구 회전수가 느는 데도 도움이 되길래 불펜에서 그 공을 던지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어요.

학생 시절 꿈꾸던 선수로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원)태인이 형 같은 선수요. 공을 정말 잘 던지잖아요. 선발 투수로서 제구도 좋고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고요. 포효하는 것도 멋지고 삼성의 간판스타인 데다 잘생겼으니까요. (이런 얘길 직접 한 적도 있어요?) 아이, 오글거려서 못 했죠. 어떻게 해요. (질색) 말하면 좋아할 것 같긴 해요. 근데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가 좀… 남자가 남자한테요?

멋있다고 직접 칭찬했던 남자는 없어요?
찬승이한테도 했던 것 같은데요. 태인이 형한테도 멋있다고는 하죠. 어렸을 때 형처럼 되고 싶었다고 진지하게 말하진 못해도요. 경기하면서 찬승이한테 “야, 오늘 너 멋졌다” 하면 자기도 잘된 것 같은 날엔 “행님, 저도 압니다~” 하고요. 제가 보기엔 잘했는데, 자기가 마음에 안 드는 투구를 하고 내려오면 “아, 뭐가 멋져요. 또오…” 해요. (사투리까지 잘 따라 하네요?) 대구에 있으면 심하진 않아도 그 억양이 나와요. ‘사거리’라고 안 하고 ‘네거리’라고 하고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금방 주변 사람들한테 물들었네요.

어렸을 때 응원하던 팀도 있었어요?
옛날에 삼성을 좋아했죠. 이건 진짜예요. 항상 1등이면서 매일 이기는 팀이 좋았고, 그러다 보니 삼성이 눈에 들어왔어요. 제가 초등학생 때 한창 왕조 시절을 보냈으니까요. 야구를 틀면 항상 삼성이 이기고 있으니 ‘저 팀 진짜 잘한다~’ 하면서 봤죠.

야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초등학생 때 학교 앞에 분식집이 있었는데, 사장님 아들이 저랑 친한 형이었거든요. 그때부터 떡볶이에 만두 먹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그때 사장님이 취미반 야구부에 들어가면 매일매일 공짜로 간식을 먹을 수 있다고 알려 주셨어요. 초등학생 때는 따로 하는 거 없이 미술 학원이랑 피아노 학원만 다녔거든요. 근데 뛰어노는 걸 훨씬 좋아하고, 피아노 학원은 다니기 싫어서 도망가고 그랬죠. 그래서 엄마한테 말씀드리니까 이때다 싶으셨는지 취미반 유소년야구단에 다니게 하셨어요.

그 분식집 사장님을 이후에 다시 만난 적도 있어요?
아뇨. 전학을 가면서 단 한 번도 그 동네에 가 본 적이 없어요. 중간에 야구를 관둘 뻔한 적도 있고요. 어렸을 때는 제가 스포츠를 종류별로 했거든요. 수영이랑 검도, 태권도, 합기도, 축구도 했어요. 그때는 운동에 확 빠지다가도 금방 질리는 스타일이어서, 야구하다 말고 엄마한테 축구하고 싶다고 했어요. 엄마는 축구도 이렇게 몇 번 하다가 또 관두겠거니 생각하셨대요. 아무튼 축구하겠다고 야구부를 관두려 했는데, 유소년야구단 감독님이 집에 직접 찾아오신 거예요.

감독님이 일찍부터 재능을 알아본 걸까요?
운동이 끝나면 항상 집으로 데려다주셨는데, 그전까지는 한 번도 저희 부모님하고 만나신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마지막 날 저를 데려다 주시면서 엄마한테 “호성이 운동하러 나오는 게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들었는데, 야구를 계속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하셨대요. 설득당하신 엄마가 저한테 좀만 더 해 보자고 하셔서 반년 정도 더 다녔나? 그러다 이사를 하면서 야구도 자연스럽게 그만뒀죠.

그러다 어떻게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야구는 이제 안 하겠거니 했는데, 전학 간 학교에서 처음 자리에 앉자마자 짝꿍이 부천 소사 리틀야구단에 다니고 있던 거예요. 체육 시간에 별생각 없이 티볼을 하는데, 친구 말로 제가 말도 안 되게 잘 치더래요. 저한테 야구했었냐고 물어보길래 취미반을 다녔다고 했죠. 그 이후에 캐치볼도 했는데, “너 안 되겠다, 테스트 보러 가자!”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친구들이랑 놀 생각에 신나서 다시 엄마한테 말씀드렸죠. 이번에는 취미반이 아니고 진짜 리틀야구단이라고 하면서 보내 달라니까 엄마가 안 된다고 하시는 거예요. 어차피 하다가 또 관둘 거니까 가지 말랬는데, 그러니까 제가 바로 아빠한테 갔어요. 아빠는 운동선수 출신이시거든요. 육상을 하셨는데, 이왕 운동할 거면 힘든 데 가서 굴러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본인이 운동하셨으니까 저도 한번 시켜 보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리틀야구단에 혼자 찾아갔어요?
리틀야구를 소개해 준 친구가 캐치볼 상대를 해 준다고 같이 갔는데, 제가 걔보다 더 멀리 던진 거예요. 오랜만에 공을 던진 거였는데도요. 그래서 감독님이 절 보고 투수를 해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인천에서 유소년야구단 감독을 하고 계신 박형식 감독님이신데, 중학생 때도 투구폼을 봐 주셨고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어요.

초등학생 때 사진을 보면 안경을 쓰고 있던데, 시력이 안 좋아요?
시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 렌즈를 껴요. 인공눈물을 들고 다녀서 경기할 때 불편하진 않아요. 일본에서 사 온 건데 파란색 뚜껑인 제품으로요.

학생 선수 시절에는 포수 장비를 낀 사진도 있더라고요. 어쩌다 하게 됐어요?
최대 투구 수를 던진 다음 날이어서 쉬어야 했거든요. 실제로 경기에 출전하진 않았고, 불펜에서 투수 공을 받아 준 거였어요. 또 제가 중학생 때 포수 출신이어서요. 초등학생 때는 내야수랑 투수, 포수를 했고요. 중학교 가서는 내야수, 외야수, 투수, 포수를 다 했죠. 고등학교 1학년 때 봉황대기 대회에서 인상고를 상대로 잘 던진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투수로 정착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야수를 병행했어요.

요즘도 스윙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던데, 타격하는 걸 좋아하는 듯해 보여요.
아직 타자의 꿈을 버리지 않았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전향할지도 몰라요. 치는 것도, 수비하는 것도 그렇고, 그게 뭐든 아직 야구가 너무 재밌어요. 야수가 된 걸 상상해 본다면 내야수를 해 보고 싶은데, 우리 팀 내야진이 엄청 단단해서요. 영웅이 형이랑 (이)재현이 형, (류)지혁이 형이 너무 잘하니까 들어갈 곳이 없어요. 현실적으로 봤을 땐 외야도 괜찮을 듯해요. (야수로 전향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전향한다면 외야수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 야망을 다른 사람도 알아요?) 찬승이는 알고 있죠. 스스로 타격에 재능이 없진 않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고등학생 때 타석에 들어간 기록도 남아 있더라고요.
선발 투수로 나갔다가 다음 경기도 준비해야 해서 투구 수 제한에 걸리지 않게 교체됐어요. 근데 경기 후반에 등판하게 될 수도 있으니, 외야수로 수비를 나갔거든요? 그러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아서 타석에 들어갔죠. 그때 투수가 아마 (박)명근이(LG 트윈스)였나? 명근이 볼이 147~8km/h는 나왔을 거예요. 근데 상대 포수가 저랑 중학생 때 배터리를 맞춰 본 동창이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의 볼 배합 성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초구로 변화구가 들어오면 다음 공은 빠른 공이라는 게 확실했어요. 반대로 초구에 속구를 던지면 그다음으로는 변화구를 던질 거라고 봤고요. 근데 초구가 변화구로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무조건 직구다!’ 하고 확신했죠. 그래서 타석에 진짜 오랜만에 들어갔는데 우익수 뒤로 넘어가는 3루타를 친 거예요. 좀만 더 앞에서 맞았으면 넘어갔을걸요?

#축! 경산대장 졸

이제 경산 생활은 정리하게 된 거죠? 자취 로망도 있어요?
컴퓨터나 냉장고처럼 몇 가지 짐을 다 빼진 않았는데, 남은 것도 정리하고 12월 중으로 대구에 집을 구하러 가야 해요. 자취에 대해 기대하는 건 따로 없지만, 그냥 집이 편안한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경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을 때 어색하지 않고 나만의 공간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곳이요. (선배들 집에 가 본 적도 있어요?) 재현이 형이나 (김)재혁이 형네 집도 가 봤는데, 크게 다를 건 없었어요.

요리도 할 거예요?
막 거창하게 하는 건 아니어도 고기를 구워서 밥이랑 먹을 수 있는 정도로는 하려고요. (갖고 싶은 가전은 없어요? 삼성전자가 있잖아요.) 특별히 떠오르는 건 없지만, 그런 건 알아서(?) 챙겨 주실 수도 있으니까요. (헤헷)

이번 비시즌은 어떤 걸 위주로 준비할 거예요?
스트라이크 비율을 더 높이고 볼넷을 줄이고 싶어요. 기술적인 부분으로 보면 메커니즘 측면에서 투구할 때 축이 무너지는 걸 잡으려고 하고요. 사실 저는 팔에 꽤 부하가 오는 투구폼을 갖고 있지 않나 혼자 생각하고 있어서, 축을 잡으면 부상 방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요. 그렇게 메커니즘을 고치면서 몸의 가동성을 최대한 늘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이호성을 응원하는 삼성, 그리고 대한민국 야구팬들에게 인사하며 인터뷰 마칠게요!
우선 저를 응원해 주시는 삼성 라이온즈 팬 여러분, 올 시즌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열정적인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이번 대표팀 평가전에서는 만족하실 만한 모습을 보여 드리지는 못했지만, 다음 기회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게 차근차근 성장해서 이호성이라는 선수가 더 널리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77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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