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두 번 접히는 게 신기”···인기에 지금 주문해도 ‘1년 대기’ 하라네요
379만원 고가에도 사전 예약만 662만대
애플과 정면 승부…중국서는 완승 거둬
“1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요?”
22일 중국 베이징 번화가 량마챠오에 있는 유명 쇼핑몰 솔라나 화웨이 매장. 신형 폴더블폰 ‘메이트XT’를 접었다 폈다 반복하던 한 남성 고객은 이날 주문하면 대기 기간이 1년이 될 수도 있다는 직원의 말에 구매 의향이 한풀 꺾인 듯했다.
이 고객은 “고민된다”면서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쉽게 놓지 못했다. 그는 “두 번 접히는 것도 신기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얇고 가볍다”며 메이트XT를 쫙 펼쳐 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셀피 사진을 찍은 뒤 직원에게 돌려줬다.
이날 화웨이 매장은 메이트XT를 구경하러 온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지난 9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메이트XT를 공개한 화웨이는 지난 20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신제품 공개 시점과 판매 시점이 모두 애플의 아이폰16과 같다. 화웨이가 애플에 정면승부를 건 것이다.
중국에서 결과는 화웨이의 완승이다. 메이트XT의 256GB 버전은 1만9999위안(약 379만원), 512GB 버전은 2만1999위안(약 417만원), 1TB 버전은 2만3999위안(약 455만원)이다. 상당한 고가이지만 화웨이에 따르면 공식판매 전 누적 주문량이 662만2000건을 넘어섰다. 사전 주문량만으로도 재고가 이미 소진됐다.
반면 아이폰16은 공식판매 개시일 전날부터 이미 핀둬둬(테무) 등에서 최대 11%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이 매장은 병풍처럼 세워둔 것과 태블릿PC처럼 쭉 펼친 것 두 개를 각각 유리상자에 넣어 전시했다.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20대 남성부터 70대 여성까지 다양했다. 손자와 함께 온 한 남성 노인은 “2만위안이 넘는다니 너무 비싸다”면서도 접어보고 싶다며 꺼내서 보여달라고 했다.
중국에서 ‘삼절병풍’이라는 의미의 싼저디에핑폰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완전히 펼치면 크기는 10.2인치이지만 두께는 3.6㎜, 무게는 360g에 불과하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초박형 태블릿 PC처럼 보인다. 온라인에서는 “병풍이 아니라 부채로 써서 모기를 쫓아도 되겠다”는 농담도 나왔다.
매장 직원은 화웨이 신제품에 열렬한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두 번 접을 수 있는 휴대전화는 전 지구에서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베이징 주민 양모씨는 “많은 소비자들이 다른 중국 브랜드의 저가 휴대전화는 1년만 쓰면 망가진다고 생각하지만 ‘화웨이는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메이트XT 개발로 소비자들의 ‘기술의 화웨이’라는 믿음이 한층 더 강화됐다는 것이다.
관심은 쏠렸지만 사겠다는 고객들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고객은 비싼 가격에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중국 휴대전화 중에서는 고가에 속하는 다른 화웨이 휴대전화는 4999~9199위안(약 95만~175만원)이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화웨이 역시 공급망 문제로 대량 생산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메이트XT를 주문하면 1년 가까이 대기해야 할 수도 있는 이유다.
하지만 화웨이가 이번 신제품을 출시한 목표는 대량 판매보다는 기술력 과시에 있다고 평가된다.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광학투명접착제(OCR), 편광판 등 폴더블폰 핵심 부품 대부분의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것도 이번 신제품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분석가 주자타오는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화웨이의 이번 신제품 공개 목적은 대량 판매보다는 폴더블폰 분야 기술력을 입증하고 스마트폰 가격 상한선을 깨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서 화웨이가 애플과 같은 날 신제품을 공개하고 판매한 것을 두고 “이는 적어도 자국 시장에서는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 이후 반짝인기를 끄는 것조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인도 매체 푸네뉴스는 “화웨이의 신제품은 애플과 삼성에 명백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이자 삼성이 판매액 기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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