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고 싶었다” 최수빈, 언더독에서 리더로…필승 원더독스의 중심

필승 원더독스의 리베로 최수빈은 ‘버텨낸 사람’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화려한 기록보다 묵직한 경험으로 팀의 뒤를 든든히 받치는 인물, 오랜 시간 배구 인생의 굴곡을 겪으며 다시 코트로 돌아온 베테랑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끈기’라는 단어를 그대로 보여주는 선수를 꼽으라면, 아마 많은 팬들이 그의 이름을 떠올릴 것입니다.

최수빈은 1994년 4월 2일생으로, 올해 서른둘의 나이에 다시 프로 무대 한가운데 섰습니다. 키 167cm, 몸무게 56kg. 신체 조건만 보면 그리 크지 않지만, 그의 존재감은 그 이상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공을 잡았던 소녀는 어느새 수많은 경기를 경험한 베테랑이 되었습니다. 2012년 V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입단하면서 프로의 문을 열었고, 이후 IBK기업은행, 포항시체육회, 그리고 필승 원더독스까지 다양한 팀을 거치며 배구 인생의 여러 단면을 몸소 겪었습니다.

그의 커리어를 단순히 ‘팀 이동이 잦았다’라고 평가하기엔 부족합니다. 그 안엔 수없이 많은 도전과 포기가 공존했습니다. 프로 초반에는 아웃사이드 히터로도 뛰었고, 수비로 포지션을 전환한 이후엔 안정감을 키우며 리베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부상과 경쟁의 벽은 높았습니다.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려 벤치를 지켜야 했던 시간, 체력과 자신감이 동시에 떨어져 한때 은퇴를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배구를 완전히 놓지 않았습니다.

2020년에는 실업리그 포항시체육회로 이적하며 다시 시작했습니다. 실업 무대에서 그는 ‘리시브의 여왕’으로 불릴 만큼 빛났습니다. 리베로상, 수비상 등 여러 상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자기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실업리그 무대에서의 2021년 시즌은 커리어의 전환점이었습니다. 그 해 그는 “경기장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 진심이 통했는지, 결국 다시 프로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2024년, 필승 원더독스의 김연경 감독이 추진한 ‘언더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수빈이 팀에 합류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화려한 경력보다 도전 정신과 끈기를 가진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시스템인데, 최수빈은 그 철학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었습니다.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 하나로 돌아온 그의 모습은 단순한 복귀 그 이상이었습니다. 김연경 감독 역시 “최수빈은 경기 외적인 리더십까지 갖춘 선수”라며 팀의 수비 라인 핵심으로 그를 낙점했습니다.

지금의 최수빈은 단순히 공을 받아내는 리베로가 아닙니다. 그는 후방 전체를 지휘하는 ‘수비 사령관’입니다. 빠른 발놀림과 정확한 위치선정으로 상대 공격을 읽어내고, 리시브 이후 공격 전환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갑니다. 한두 번의 슈퍼세이브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장면도 많습니다. 팬들 사이에선 “최수빈이 있는 뒤는 든든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실제로 필승 원더독스가 연패 위기에서 벗어날 때마다, 그 중심엔 최수빈의 안정된 수비가 있었습니다.

팀 내 역할도 확실합니다. 젊은 선수들이 긴장하거나 흔들릴 때, 그는 늘 옆에서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돼”라며 다독입니다. 경기 중간중간 리시브 라인을 정비하면서도 동료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는 모습이 자주 포착됩니다. 그런 모습 덕분에 그는 선수단 내에서 ‘멘탈 리더’로 통합니다. 경험이 많다는 건 단순히 오래 뛰었다는 뜻이 아니라, 위기를 이겨내는 법을 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완벽한 선수는 없습니다. 최수빈 역시 한계를 인정합니다. 리베로로선 키가 작은 편이라 블로킹이나 네트 근처 플레이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고, 부상 이후 체력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고 솔직히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오히려 그를 더 인간적으로 만듭니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태도가 그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 ‘기술’보다 ‘센스’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공의 궤적을 미리 예측하고, 순간적으로 몸을 던지는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기본기가 탄탄한 데다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뛰어나서, 단순히 수비만 하는 게 아니라 공격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설계하는 느낌입니다. 덕분에 필승 원더독스의 공격 루트가 훨씬 다양해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최수빈의 존재감은 기록보다 분위기에서 더 크게 느껴집니다. 연패 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후배들에게 “배구는 결국 팀 스포츠야”라고 강조하는 베테랑. 젊은 선수들 입장에선 든든한 언니 같고, 팬들에겐 돌아온 전사처럼 보입니다. 그의 복귀는 단순한 개인의 재도전이 아니라, 팀의 에너지 자체를 바꿔 놓은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배구는 공격수가 주목받는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그 공격의 출발점은 리시브입니다. 리베로의 한 번의 정확한 리시브가 없으면 강한 스파이크도, 화려한 세터 플레이도 나올 수 없습니다. 최수빈은 그걸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코트에 서면 늘 “공 하나라도 더 살리자”는 마음으로 뛰어다닙니다. 때로는 무릎을 바닥에 긁히고, 손등에 멍이 들어도 웃으면서 일어납니다. 그게 그의 배구입니다.

필승 원더독스에서의 최수빈은 ‘기술적인 수비수’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입니다. 젊은 팀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의 존재는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김연경 감독이 “최수빈 같은 선수가 있어야 팀이 단단해진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시즌 초반 원더독스가 실책으로 무너질 때, 그가 후방에서 수비 라인을 다시 세우며 경기 흐름을 바꾼 장면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이제 그는 단순히 ‘다시 돌아온 선수’가 아니라, ‘팀의 필수 자원’으로 불립니다. 경기력은 물론이고, 코트 밖에서도 팀 전체에 안정감을 주는 인물입니다. 은퇴 직전까지 갔던 선수가 다시 코트에서 팬들의 박수를 받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그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최수빈의 이야기는 화려하진 않지만 진합니다. 화려한 공격보다, 묵묵한 수비로 팀을 지탱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팬들에게 묘한 울림을 줍니다. 언더독의 서사, 다시 일어선 도전, 그리고 끝까지 버티는 힘. 이 세 가지가 모여 지금의 최수빈을 만듭니다. 필승 원더독스의 후방엔 언제나 그가 있습니다. 공 하나, 한 점을 지켜내는 그 모습이야말로 배구의 본질이고, 최수빈이라는 이름이 오래 기억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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