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는 아무도 못 깐다".. '상남자' 안우진, 복귀전부터 160km 던져

초구부터 전광판에 157km가 찍혔다. 2구째는 159km, 4구째에 이르자 160km라는 숫자가 떴다. 팔꿈치와 어깨 수술에 군 복무까지 마치고 955일 만에 돌아온 투수라고는 믿기 힘든 강속구였다. 공 하나하나가 미트를 때릴 때마다 고척스카이돔은 탄성과 함성으로 들끓었다.

12일 고척 롯데전, 안우진(27·키움)이 마침내 돌아왔다.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짧은 등판이었지만 괴물의 귀환을 알리기엔 충분했다. 키움은 2-0으로 승리하며 3연패에서 벗어났다.

2022년 골든글러브, 그리고 긴 터널

안우진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우완 에이스다. 2022시즌 30경기 196이닝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며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탈삼진 224개는 역대 단일시즌 한국인 투수 최다 기록이다. 지난 10년간 외국인 투수가 아닌 국내파가 탈삼진왕이 된 것은 안우진이 유일하다.

2023시즌도 8월까지 9승 평균자책점 2.39로 순항했다. 그런데 8월 31일 SSG전을 마지막으로 마운드에서 사라졌다.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고, 지난해 소집해제 후 복귀를 준비하다 이번엔 어깨를 다쳐 또 한 번 수술대에 올랐다. 당초 5~6월 복귀가 예상됐는데, 회복 속도가 기대보다 빨랐다.

160km, 올 시즌 KBO 최고 구속

1회초 선두타자 황성빈을 상대로 초구 157km 직구를 던지자 고척돔이 술렁였다. 4구째 160km가 찍히는 순간 포스트시즌 같은 열기로 가득 찼다. 이는 올 시즌 KBO리그 최고 구속이다. 수술 전 안우진의 최고 구속이 159km였는데, 복귀전에서 자기 기록을 넘어섰다.

황성빈을 땅볼로 처리한 안우진은 레이예스를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사 후 볼넷과 안타로 1, 2루 위기를 맞았지만, 전준우를 2루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직구 평균 구속 157km. 955일 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복귀전 아침, 어머니가 준비한 굴비

경기 중계 화면에는 아들이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이는 안우진 어머니의 표정이 잡혔다. 안우진은 초등학교 때부터 중요한 경기 날이면 어머니가 구워주신 굴비를 먹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경기가 있는 날에는 어머니가 굴비를 구워주시곤 했다. 편한 속으로 경기에 나가라고 항상 그렇게 해주셨다. 오늘 아침에도 굴비가 식탁 위에 있는 걸 보고 마음이 편해졌다. 나에게도 소중한 경기지만, 엄마에게도 정말 중요한 날이구나 싶었고 더 잘 던지고 싶었다."

"다음엔 161km 이상 던질 것"

경기 후 안우진은 "160이 찍힌 줄도 몰랐다. 그냥 유리한 카운트에서 조금 더 힘을 써보자고 생각했는데, 딱히 의식하고 던진 건 아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투구 이후 아픈 곳은 없다. 다음 등판에서는 161km 이상을 던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1선발감이지만, 고교 시절 학교 폭력 때문에 태극마크를 달지는 못했다. 논란은 있지만 실력만큼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복귀전부터 160km를 던지는 모습을 보면 왜 '괴물'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