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취업: '청각장애 사실을 알리자 입사 면접을 취소당했습니다'
"이력서에 기재해 둔 청각장애 부분을 확인하셨나요?"
정다연 씨는 디자이너이자 프리랜서 손 그림 작가다. 취업 준비도 열심히 하지만 서류전형에서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아도 마냥 기쁘지 않다. 다음 단계인 면접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하는' 경험을 여러 번 겪었기 때문이다. 이력서에도 분명히 적어 놓은 자신의 청각장애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회사들이 이유 없이 면접 취소 통보를 한 것이다.
이유를 물으면 제의를 잘못했다거나 지원이 어렵다는 둥 에둘러 말하곤 했다. 다연 씨는 솔직하지 않은 모습이 더 싫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반복되자, 다연 씨는 면접에 가기 전 자신이 먼저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청각장애 확인했냐고 물어봐야' 했다. 다연 씨에겐 자신의 장애를 계속해서 확인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처음엔 당황했고, '어 원래 이런가?' 싶으면서 불쾌했어요. 몇 번 반복되고 나서야 '아, 다 이렇구나' 하고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무기력한 기분이었어요"
취업을 준비하던 초반에 다연 씨는 장애인 취업 사이트를 사용했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제나 최저시급밖에 없었다. 그는 좀 더 일하면서 비장애인과 똑같이 월급 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면접자가 있는데, 둘 다 실력이 똑같다면 비장애인을 뽑겠죠. 그래서 우리는 좀 더 어필하기 위해서 뭐든지 해요."
다연 씨는 한국 취업 시장이 청각장애인들에게 매우 불리하다고 말한다. 음성 소통이 없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의 월 평균 소득은 전체 취업 장애인(장애 유형 15가지) 중 하위권인 11위에 속한다. 2020년 기준 149만 3000원으로 전국 임금근로자(268만 1000원)의 절반 수준이며, 전체 장애인 평균 소득(187만 5000원)보다 낮다.
청각장애인에겐 취업 준비 과정 자체도 어렵다. 무언가 배우려고 해도 자막 수업을 제공하는 학원이 거의 없으며, 문자 통역 서비스는 금액이 높다. 서울시에서 무료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서울시민이 아닌 다연 씨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다연 씨의 사연은 취업 전문 플랫폼 링크드인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수많은 사람이 공감해주면서 받은 관심에 다연 씨는 ‘놀랍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낮아졌던 자존감도 회복하고 긍정적인 마음도 생겼다.
취업 외에도 일상에서 오는 어려움과 차별은 많지만, 다연 씨는 계속해서 도전하겠다고 말한다.
"남의 시선 걱정 없이 나의 세계를 단단히 만들고 싶어요."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취업준비생으로 살아가는 어려움과 현실, 그리고 다연 씨의 도전을 BBC코리아가 들어봤다.
기획·취재: 이웅비
촬영·편집: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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