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습니다.
KF-21 전투기 16대 구매 계약이 드디어 체결될 것이라고 말이죠. 언론에서도, 방산 업계에서도 "이번엔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프라보워 대통령은 계약서에 도장 하나 찍지 않고 돌아갔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단순한 협상 결렬이나 예산 문제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는 지금 KF-21 하나가 아니라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그림의 모델은 다름 아닌 UAE입니다.
모두가 기대했던 계약, 왜 체결되지 않았나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박 3일의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했습니다.
방한 전부터 인도네시아가 KF-21 전투기 16대 구매 계약을 이번 방한을 계기로 체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죠.
그도 그럴 것이 인도네시아는 이미 KF-21 공동 개발에 참여한 전례가 있고, 도입 의사도 꾸준히 밝혀온 터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KF-21 계약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고, 일부에서는 협상이 틀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인도네시아가 KF-21 계약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더 큰 계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미룬 것입니다.
KF-21 단독 계약보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묶는 포괄적 패키지 딜을 원하고 있는 것이죠.
UAE가 받은 것들 — 인도네시아가 탐내는 그 혜택
인도네시아가 노리는 모델을 이해하려면 먼저 UAE가 한국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UAE는 현재 한국과 무려 92조 원에 달하는 상호 협력을 약속했고, 방산 분야에서만 50조 원 규모의 협력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숫자만 보면 놀랍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실질적인 혜택입니다.

지금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UAE는 한국으로부터 천궁 미사일 추가 탄약과 포대를 신속하게 공급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대단하다는 이스라엘조차 요격 미사일 탄약이 바닥나 이란의 탄도 미사일 80%가 자국 영토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UAE는 한국으로부터 안정적인 군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중동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충분한 탄약을 공급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죠.
UAE가 한국과의 동반자 관계에서 톡톡히 혜택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왜 한국인가 — 세계 3위 전쟁 준비 국가의 힘
그렇다면 왜 하필 한국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답은 한국이 가진 독보적인 전쟁 준비 태세에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전쟁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는 당연히 미국과 중국입니다.
그런데 그다음이 러시아도, 영국도, 프랑스도 아닌 바로 한국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탄약 비축량에서 한국은 군대 규모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통해 전 세계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첨단 무기가 아니라 충분한 탄약 비축량이라는 사실이죠.
막대한 탄약을 소비하고 있는 미국보다도 군대 규모 대비 탄약 비축 수준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한국은 유사시 가장 빠르게, 가장 안정적으로 탄약과 무기를 공급해 줄 수 있는 나라인 것입니다.
UAE가 그 혜택을 실전에서 증명했고, 다른 나라들도 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죠.
특별 포괄적 동반자 관계 — UAE보다 높은 단계를 요구한 인도네시아
이번 프라보워 대통령의 방한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대목이 있습니다.
양국이 체결한 외교 관계의 등급입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이번에 외교 관계의 최고 수준인 '특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한국에게도 인도네시아에게도 이런 최고 수준의 관계를 체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입니다.

UAE와 체결한 상호 동반자 관계보다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입니다.
인도네시아가 UAE가 누리는 혜택을 단순히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관계를 원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죠.
에너지, 조선, 플랜트 등 민간 분야의 협력 강화까지 포함된 이번 합의는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원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KF-21 계약 하나를 서둘러 체결하는 것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거대한 패키지로 묶겠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인도네시아가 원하는 패키지 — KF-21부터 잠수함까지
그렇다면 인도네시아가 구상하는 포괄적 패키지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담겨 있을까요?
인도네시아 언론에서 이미 흘러나오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 그 윤곽이 드러납니다.
우선 현궁 대전차 미사일과 천검 공대지 대전차 미사일 도입이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6년째 중단된 잠수함 도입 사업의 재개입니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한화오션과 나가파사급 잠수함 3척 추가 도입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금까지 한 척도 인도받지 못했죠.
그런데 최근 한화오션이 이 계약의 재협상에 들어갔다는 공시를 냈고, 물밑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KF-21 전투기 16대까지 더해지면, 방산 분야만으로도 수조 원을 훌쩍 넘는 초대형 패키지 딜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이 모든 것을 UAE처럼 한 번에 묶어서 계약하겠다는 구상인 것이죠.
돌고 돌아 한국으로 — 앞으로의 전망
사실 많은 분들이 인도네시아와의 협력 확대를 마냥 반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과거 KF-21 공동 개발 분담금 문제, 잠수함 계약 불이행 등 인도네시아가 보여 준 행보는 한국 입장에서 결코 유쾌한 기억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동남아시아 최대의 경제권이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인도네시아가 돈을 들고 한국의 무기를 사겠다고 찾아오는 상황에서, 그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는 것이죠.
거기에 더해 인도네시아가 UAE처럼 한국의 탄약고를 활용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한국의 안보 외교 자산이 되는 것입니다.
KF-21 계약이 미뤄진 것은 결렬이 아닙니다. 더 큰 계약을 향한 조용한 예고편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