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별로 여권 색이 다른 '의외의' 이유

여권 색깔의 의미

판데믹의 시기에 우리는 여권을 제대로 활용할 일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긴 시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이들은 앤데믹의 시기에 모두가 묵은 여권을 꺼내 들고 여행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중의 대다수는 여권 사용기한의 만료로 인해, 새로운 여권을 발급받아야 했다. 과거와는 달라진 색상의 새로운 여권을 말이다. 지금부터는 33년 만에 디자인이 바뀐 여권의 색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여권이 필요한 이유

여권은 신분증이자 여행문서의 일종이다. 한 국가에서 외국을 지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문서로, 소유자의 신원과 국적을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에는 사실상 모든 국가에서 여권을 사용하며, 여권법 제2조에 따르면 외국을 여행하려는 대한민국 국민은 반드시 여권을 발급받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여권은 다양한 신분증 중에서도 사실상 최고 등급의 신분 증명 문서라고 할 수 있다.


여권의 디자인

각 나라의 여권은 저마다 다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여권 전면에는 그 나라의 국장이 들어가며, 우리나라 여권의 경우에는 내지에 한글을 이용한 디자인과 문구가 들어가 있다. 33년 만에 디자인이 바뀐 신형 여권에는 중앙 표면에 훈민정음이 새겨져 있는데, 훈민정음 중에서도 ‘사람마다 편히 익혀 날마다 씀에 편안하고자 할 따름이니라’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여권의 용도에 어울리는 문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여권 파워

우리나라의 여권 파워가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여권 파워를 따질 때 많이 인용되는 지수가 있는데, 바로 ‘헨리 여권 지수’다. 여권 파워는 각국의 비자 협정에 따른 비자 면제국의 수로 보통 정해진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은 189개국, 일본은 194개국, 호주는 190개국이다. 우리나라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싱가포르, 스페인보다 하나가 적은 193개국이다.


여권 색 종류 4가지

각국의 여권은 디자인뿐 아니라 색상도 각양각색이다. 여권의 크기는 모든 국가가 동일하지만, 색상과 디자인은 각기 다르다. 여권의 색상을 강제하는 특별한 규정은 없다. 다만 여권은 한 나라의 가치관과 특징을 상징하기에, 여권 색깔로 그 나라의 주된 특징을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권의 색상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붉은색, 녹색, 푸른색, 그리고 나머지 색상의 네 가지다. 지금부터는 각 색상을 채택한 국가들의 특징을 꼽아볼 것이다.


초록색 여권

우리나라가 지금의 푸른색 여권으로 바뀌기 전에 채택하고 있던 색은 초록색이었다. 초록색 여권을 채택한 국가는 이슬람 문화권의 나라들이 주를 이룬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초록색이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 니제르 등의 서아프리카 국가들도 경제공동체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삶과 자연을 상징하는 녹색 여권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권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초록색으로 여권을 디자인했다.


붉은색 여권

해외의 공항에서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여권의 색상은 붉은색 계열의 것이다. 붉은색 여권을 사용하는 국가는 크게 공산주의 국가들과 유럽연합 국가들로 나눌 수 있다. 중국, 루마니아, 러시아 등은 공산주의의 상징인 붉은색의 여권을 채택하고 있다. 다만 북한의 경우에는 붉은색이 아닌 푸른색 여권을 사용한다.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연대를 강화하고 국가 소속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붉은색 여권을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파란색 여권

가장 보편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색상은 바로 파란색이다. 파란색 여권은 ‘새로운 세계’를 의미하는데, 북미권이나 오세아니아, 남미 지역이 푸른색의 여권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또한 성조기 색깔에 맞춰 푸른색 여권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이 지금의 색상을 여권의 색깔로 채택한 것은 1976년부터다. 카리브해 국가, CA-4조약 구성원 국가(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니키라과)도 푸른색 여권을 채택해 쓰고 있다. EU에서 탈퇴한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푸른색 여권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나머지 색상

검은색 또한 여권의 색상으로 사용되는 빈도가 잦은 색깔이다. 앙골라, 라이베리아, 말라위, 콩고, 코모로 등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검은색 여권을 사용하고 있다. 아프리카가 검은 대륙이라 불리기 때문인 것이 주된 이유다. 뉴질랜드 또한 검은색의 여권을 채택하고 있는데,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색이 검은색이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에 속하지 않는 국가들은 저마다 다른 색의 여권을 채택하고 있다.


국기의 색을 반영한 경우

일본의 경우에는 여권 종류에 따라 감청색(5년), 적색(10년), 갈색(외교관), 초록색(관용), 파란색(긴급)으로 각기 다른 색으로 발급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색상은 바로 붉은색인데, 일장기의 특징적인 색상이 적색이기에 가장 많이 발급되는 여권의 색을 붉은색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또한 국기에 사용된 붉은색을 공산주의 국가가 아님에도 자국의 여권 색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권이 파란색인 이유

우리나라의 여권 색상을 바꾸자는 논의는 지금껏 꾸준히 이뤄졌다. 이슬람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초록색이라, 여권을 제시할 때 불필요하게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태극기에도 녹색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또한 이유로 제기된 바 있다. 이로 인해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여권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푸른색으로 새로운 여권의 색상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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