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두렵지 않다, 일본서 유행하는 '무덤 친구' 만들기

2조엔 넘는 日 '엔딩 서비스' 시장

미리 사귀어 두는 ‘무덤 친구’, 내 개성을 듬뿍 담은 ‘관 꾸미기’, 하루 만에 돌아보는 3가지 장례식 컨셉투어.

일본에서는 ‘무덤 친구’ 만들기가 성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엔딩 서비스’들이다. 슈카츠(終活)라고도 불리는 인생 마무리 서비스 시장의 규모는 2조엔(약 18조6000억원)을 넘겼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인과 자신들에게 폐 끼치지 않으면서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해 일본 50~60대들은 일찍이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이바라키 그리스도교대 경영학부 신미화 교수와 함께 일본의 엔딩 서비스 시장을 살펴봤다. 일본인들은 어떻게 인생의 끝을 준비하고 있을까.

◇합장묘 들어갈 ‘무덤 친구’와 사귀기

일본에서는 ‘무덤 친구’ 만들기가 성행하고 있다. 합장될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매년 2~3회씩 만나 친목모임을 갖는 것이다. 굳이 가족과 함께 묻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족이 없는 싱글들이 주로 참여한다. 일부는 저렴한 비용 및 사후관리의 편리함 때문에 이 같은 합장묘를 선택하기도 한다.

일본 이바라키 그리스도교대 경영학부 신미화 교수. /유튜브 캡처

◇유쾌한 장례 문화 확산

죽음은 슬픈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신미화 교수에 따르면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관 꾸미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평소 좋아했던 산, 꽃 등을 인쇄한 천을 관에 둘러 개성을 표현한다.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참여해 화제가 됐던 ‘생전 장례식’도 대중화하고 있다. 건강할 때 장례식을 열어 가까운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방식이다. ‘파티’처럼 웃고 떠들며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신 교수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생전 장례식을 하면 실제 사후엔 장례식을 생략한다”고 했다.

죽음은 슬픈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유튜브 캡처

◇5년 새 2.5배 늘어난 해양장

일본에선 최근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양장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18년 1049건이었던 해양장 건수는 2023년 2611건으로 2.5배 증가했다. 신 교수는 “남에게 폐 끼치지 않기 위해 남은 이들의 관리 부담이 적은 해양장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했다. 주로 어떤 바다가 선호될까.

해양장을 포함해 납골장, 수목장 등 장례 방식을 하루 만에 둘러볼 수 있는 일일 버스투어 상품도 인기다. 오전 9시에 모여 버스를 타고 3가지 컨셉의 장례식장을 구경한다. 직접 투어에 참여해본 신 교수는 “마치 소풍을 떠나듯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다”고 전했다. 특히 50~60대의 관심이 크다고 한다. 부모의 장례식 준비를 해둘 겸 자신도 미리 공부해둔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을 '종활'이라고 한다. /유튜브 캡처

신미화 교수는 “태어날 때와 달리 죽을 때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한국도 획일화된 장례 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인생 마무리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은정 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