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온라인에서 "구창모는 거품"이라는 글이 돌았다. 근거도 어느 정도 있었다. 7년 총액 최대 132억 계약을 맺고도 한 번도 규정 이닝을 채운 적이 없고, 직전 등판이었던 10일 삼성전에서는 4⅓이닝 6실점이라는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그런데 16일 창원에서 구창모는 이 모든 이야기에 마운드 위에서 조용히 답했다. 7이닝 107구 6피안타 6탈삼진 1실점. 1127일 만에 나온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였다.
전날의 혹평, 다음 날의 호투

직전 경기의 부진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구창모를 향한 시선은 차가웠다. 커리어 통틀어 딱 반 시즌 반짝한 게 전부라는 말도 나왔고, 구속이 떨어진 만큼 타자들에게 공이 다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2020년 ERA 1.71, 146이닝을 소화하며 리그를 제패하던 구창모와 지금의 구창모는 분명 다르다. 수술 이후 최고 구속이 예전만 못하고, 맞춰 잡는 스타일로 변화하면서 탈삼진보다 제구 중심의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16일 키움전에서 보여준 건 여전히 에이스의 투구였다. 올 시즌 단 한 번도 90구를 넘긴 적이 없었던 구창모가 107구를 던지며 7이닝을 완투에 가깝게 소화했다. 6회말까지 단 1점만 내준 뒤 내려왔고, 팀은 9-2로 대승을 거뒀다. 구창모 본인도 "이번 시즌 QS+가 없었어서 꼭 이뤄내고 싶었는데 오늘 달성하게 되어 더욱 기쁘다"고 했다.
거품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

구창모를 향한 거품 논란은 사실 계약 구조에서 시작된다. 상무 입대로 FA 자격 취득 시점이 늦춰지면서 구단이 선제적으로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132억짜리 7년 계약이 체결됐는데, 7년간 보장 88억에 옵션 44억이 붙은 구조다.

문제는 부상이 잦아 규정 이닝을 채운 시즌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2020년 최전성기도 규정 이닝 직전에 부상으로 마감했고, 2023년 QS+를 찍었던 그 경기 이후로 오늘이 1127일 만에 다시 그 기록을 세웠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그간의 부재를 보여준다.
건강하면 KBO 최정상급인 건 맞다

그럼에도 건강한 구창모의 가치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올 시즌 7경기 4승 1패 ERA 3.55는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성적이다. 다승 공동 4위, WHIP 7위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45⅔이닝을 소화하며 이닝 이팅 능력도 증명하고 있다.
원태인이 삼성의 국내 1선발 자리를 지키며 다승 상위권을 달리고 있고, 복귀한 안우진이 엄청난 강속구를 뿌리며 주목받고 있지만 구창모도 이들과 나란히 놓을 수 있는 투수임은 분명하다. 원태인이나 안우진과 비교하면 구속에서 밀리는 건 사실이지만, 타자를 제압하는 방식이 다를 뿐 결과치로는 경쟁 선상에 있다.

이호준 감독이 "구창모가 선발로서 승리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한 말이 NC 입장에서는 그냥 립서비스가 아니다. NC는 선발진 전체 ERA가 리그 하위권인 팀이고, 구창모가 이 정도를 던져주는 날이 팀이 이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공식이다.
132억 계약이 부담스럽다는 시각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건강하게 마운드에 서는 날만큼은 KBO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중 하나라는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