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W 트렌드로 다시 돌아왔다! 미니멀리즘 패션을 즐기는 방법

위쪽 구찌 2024 봄-여름 여성 컬렉션.
아래쪽 2024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모두 간결한 실루엣의 드레스를 선보인 디올과 펜디.

런웨이를 가득 채운 미니멀리즘 트렌드
Y2K, 발레 코어와 같은 장식적 요소가 가득한 트렌드가 지겨워진 걸까? 1990년대에 유행하던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다시 돌아왔다. 패션 트렌드를 미리 볼 수 있는 2024 봄-여름 컬렉션에서 이미 조짐이 보였는데, 지난가을 밀라노에서 열린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구찌 여성 컬렉션이 그 신호탄이라 할 수 있겠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는 구찌를 완전히 탈바꿈해 선보였다. 단순하고 심플한 실루엣과 무채색 컬러,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소재의 룩으로 런웨이를 채우며 ‘절제된 미’를 보여준 것. 이러한 트렌드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도 이어졌다.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브랜드가 가진 재단술과 장인들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컬렉션이기에 대부분 화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 1월에 열린 오트 쿠튀르 컬렉션 속에는 장식적 요소를 최소화한 룩들이 즐비했다. 평소 화려한 패턴의 플로럴 자수를 선보이는 디올이나 퍼(Fur) 소재를 대표하는 펜디에서도 군더더기 없이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실루엣의 드레스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왼쪽 앙드레 쿠레쥬가 선보인 미니 드레스. photographed by F.C. Gundlach, 1965.
오른쪽 1965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공개된 몬드리안에서 영감 받은 드레스. Photograph by Gérard Pataa. © Gérard Pataa - DR

미니멀리즘을 향한 외침
오늘날 ‘최소한’을 외치는 미니멀리즘이 다시금 떠오르는 현상을 단순히 패션 트렌드로만 읽기는 아쉽다.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에 등장한 예술 개념으로, 모더니즘 미술을 대표해오던 추상적 작품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사물의 본질을 중요시했다. 이러한 미학은 미니멀리즘 패션에서도 이어졌다. 의복의 실용성을 강조하며 장식적 요소를 배제해 심플한 스타일로 표현한 것.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미니스커트 또한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디자이너 앙드레 꾸레쥬(Andre Courreges)가 1964년 봄-여름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브 생 로랑이 1965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선보인 ‘피에트 몬드리안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이름을 붙인 칵테일 드레스 또한 당시의 미니멀리즘을 엿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1950년대 흑인 인권 운동과 1960년대 여성 해방 운동이 이어지며,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1960년대 여성 해방 운동을 통해 여성이 사회로 진출함에 따라 장식적 요소를 배제한 간소한 의복을 선호했기에 당시 미니멀리즘 패션 스타일은 필연적이기도 했다. 1960년대 모더니즘에 반기를 든 미니멀리즘이 등장했던 것처럼 오늘날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현대 사회와 맹목적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에 지친 게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리얼 웨이에서 포착된 미니멀리즘
그렇다면 2024년 여름, 우리는 미니멀리즘 패션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여기 좋은 예시가 있다. 평소 클래식하면서 우아한 룩을 즐기는 모델 겸 배우 로지 헌팅턴 휘틀리(@rosiehw)는 ‘조용한 럭셔리’ 바람이 불 때에도 참고하기 좋은 인물로 꼽혔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주는 아이보리 컬러가 그녀의 킥. 미니 백이나 선글라스, 뱅글 등의 아이템으로 깔끔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룩을 완성한다. 또 한 명의 인물은 덴마크 출신의 패션 블로거이자 인플루언서, 조세핀(@josefinehj)이다. 평소 군더더기 없는 모노톤 아이템을 조합해 최소한의 스타일링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여준다. 말 그대로 미니멀리즘이다. 옷장 속 하나쯤 있는 블랙 스커트도 그녀의 손길을 닿으면 어딘가 멋스러워진다. 최대한 덜어내고 꼭 필요한 장식만 취할 것. 그것이 미니멀리즘의 기본이자 지금 불어오는 새로운 트렌드가 주는 메시지일 테다.



에디터 차은향(chaeunhya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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