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지하철을 타고 친구와의 약속에 가고 있는데,친구가 지하철 승강장 몇 다시 몇에 서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지하철 안에서는 아무리 문을 확인해도 승강장 번호를 알 수가 없다.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왱구님들에게 승강장 번호는 최대한 빠른 환승을 위한 필수 정보다.

지하철 문이 열리는 찰나에 번개같이 뛰어나가 번호만 보고 들어오려 하는데 수많은 사람이 막고 있어 좌절했던 왱구들 있을 테다. 유튜브 댓글로 “지하철 안에서는 왜 플랫폼 번호를 알 수 없는지 궁금하다”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하철이 한 방향으로만 운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보면 맨 앞과 맨 뒤에 기관사실이 있다.

5호선을 예로 보자. 우선 종점인 방화역에서 지하철이 멈춘다. 다시 방화에서 지하철이 출발할 경우 지하철 왼쪽에 있던 기관사가 오른쪽 끝으로 이동한다.

이 상태로 지하철이 출발하면 플랫폼 번호가 2-4였던 객차가 갑자기 7-1로 변한다.그래서 지하철 내에 2-4라고 아예 표기를 해버리면 종점에 들렀다가 반대 방향으로 다시 이동할 때 틀린 정보가 된다.

승강장 위치 번호가 그대로 유지되려면 노선이 6호선처럼 생겨야 한다. 6호선은 역촌 - 불광 - 독바위 - 연신내 구간이 원으로 생겨서 지하철이 한 바퀴 돌기 때문에 칸 순서가 그대로 유지된다.특히 6호선은 종점에 왔어도 운전석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2-4는 계속 그대로 2-4가 된다.

그러니까 지하철 안에 승강장 번호를 적기 위해선 노선 전체를 6호선처럼 운영하거나, 종점기지에서 모든 지하철을 한 바퀴 돌려야 한다. 이론상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작업이라는 것.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2호선 같은 경우도 도중에 지선으로 들어가고 나오고 하는 데가 있거든요. 그리고 기지 들어갔다 나오고 하면은 (방향이) 바뀌죠. 기지 들어갔다 나와도 다 바뀌어요. 표시를 하면은 행정력이 좀 많이 투자되겠죠. 근데 그거 대비해서 승객분들이 많은 효과가 있을까 …

어찌저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승강장 안과 밖의 번호를 똑같이 유지하려고 해도, 1~8호선 기준 하루 평균 3000대가 운행되는 지하철을 모두 관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기관사가 한 번이라도 방향을 놓치거나 까먹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열차가 바뀌었을 때 오류 없이 돼야 되는데 아차 싶어가지고 거꾸로 돼버린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만약에 그러면은 이제 문제가 되겠죠.

갑자기 궁금한 점. 신식 열차를 보면 열차 혼잡도가 나오고, 내가 현재 몇 번째 칸인지 나온다.이런 방식으로 모든 열차에 표기를 하면 안 되나?

근데 알고 보니 이건 승강장 번호는 아니고 그냥 열차를 0에서 9칸으로 구분한 거다. 역방향으로 갈 때 0칸은 실제로 10-1~10-4칸이 되므로 플랫폼 번호를 표시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라고.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또타앱’이 있긴 하지만 플랫폼 번호를 알려주는 기능은 없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에 물어보니 지하철은 말 그대로 지하를 다니기 때문에 GPS로 현재 위치를 잡기 어렵다고 한다. 일부 지상을 다니는 열차는 가능할지 몰라도 그 수는 워낙 적다.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철도를 잘 아는, 철덕들만의 노하우가 있긴 하다고.칸을 넘어가는 통로 위에 숫자와 동그라미 숫자 ①, ②를 본 왱구들 있을 텐데.

①은 열차가 향해가고 있는 방향 그리고 ②는 반대 방향을 의미한다.1호선을 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1207 ①’ 에서 천의 자리 1은 노선 즉 1호선을 의미한다.2는 칸인데, 1~4호선의 경우 기관사석을 0칸으로 치기 때문에 실제로는 1을 더한 3- 1,2,3,4 문이다.

뒤에 있는 두 숫자는 편성이다. 즉 지하철이 향해가고 있는 방향과 칸 번호를 생각하면 내가 몇 번째 플랫폼 번호에 있는지 알 수 있긴 하다.

다만 모든 지하철에 이 원리가 적용되지도 않을뿐더러 호선마다 규칙이 좀 다르다고 한다.게다가 칸 숫자가 궁금할 때마다 일일이 계산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그러니 학교나 직장에 늦어서 빠른 환승이 필요하거나 내 위치를 알고 싶을 때 지하철 안에서도 승강장 번호를 알 수 있는 신박한 기술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