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최악 가뭄①] 바닥 드러낸 상수원…이대로 가면 광주도 ‘제한급수’

이승현 기자 2022. 11.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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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일수 245일 역대 최다…장마 제역할 못해
내년 1월까지 강수량 비슷하거나 적어…가뭄 장기화 전망

[편집자주] 전남을 중심으로 남부지방은 올해도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완도·신안 등 섬지역은 매년 제한급수가 일상이 됐고, 대도시인 광주시도 30년만에 제한급수를 검토 중이다. 가뭄은 농촌과 산단에도 영향을 끼쳐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확보에도 비상이다. 현재 급수상황, 가뭄 원인, 향후 대책 등을 전반에 걸쳐 짚어봤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광주시민의 주 식수원인 전남 화순 동복호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동복호의 10월말 평균 저수율은 85.8%이지만 올해는 11월11일 기준 32.3%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낮다. 광주시는 비가 오지 않거나 미약할 경우 내년 3월에는 동복호가 고갈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11.13/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광주·전남은 1973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주요 상수원의 저수율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내년 1월까지 강수량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보되면서 광주시는 제한급수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22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광주·전남 강수량은 805.5㎜로 평년 1340㎜에 비해 60.2%수준에 머물면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3년간 강수량을 비교해도 2019년 1422.7㎜, 2020년 1635.7㎜, 2021년 1398.1㎜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한해 강수량이 가장 많은 6~8월 여름철 강수량도 평년 703.2㎜의 겨우 절반을 넘긴 412.3㎜에 그쳤다.

특히 1일 급수, 6일 단수 등 제한급수를 시행하고 있는 완도의 경우 평년 강수량은 1472.9㎜이지만, 1973년 이후 50년 만에 가장 적은 672.3㎜ 강수량을 기록했다.

인근의 신안과 진도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신안에는 705㎜, 진도 658.3㎜, 무안 642.5㎜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광주·전남은 기상관측 이래 강수량이 가장 적은 해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에 빨간불이 켜졌다. 광주 북구와 동구에 식수를 공급하는 화순 동복댐 지점과 가장 가까운 관측 지점인 화순북의 경우 지난해 1~10월 강수량이 1325.5㎜였던 것에 비해 올해 동일 기간에는 843㎜에 그쳤다.

지난 20일 기준 동복댐의 저수율은 31.45%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저수율인 70.55%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비가 내렸지만 강수량은 0.4㎜에 그쳐 동복댐의 수위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광주 광산구·남구·서구에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고흥·나주·목포·순천·영광 등 전남 10개 시·군에 물을 공급하는 순천 주암댐도 20일 1㎜ 이하의 비가 내려 빗물 영향이 미비했다.

예년 52.89%의 저수율을 보이던 주암댐은 20일 기준 저수율이 31.39%로 떨어졌다. 주암댐의 경우 가뭄 대응 '심각' 단계가 발령된 상황이다.

이렇듯 극심한 가뭄으로 동복댐과 주암댐은 바닥을 드러냈고, 동복댐은 내년 3월이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전남의 광역상수원도 저수율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장흥댐은 지난해 56.1%의 저수율을 보였지만 18일 기준 39.2%, 평림댐은 63.1%에서 33.1%로 감소했다. 평림댐에도 지난 8월 말 가뭄 대응 '심각' 단계가 발령됐다.

이밖에 지방상수원 60개소의 평균 저수율은 50%에 미치지 못하는 49.8%로 나타났다.

광역상수원은 내년 5~6월까지 정상 공급이 예측되지만, 지방 상수원은 현재 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광주시민의 주 식수원인 전남 화순 동복호 저수율이 낮아지고 있다. 동복호 취수시설에 물이 빠진 흔적이 남아 있다. 2022.11.13/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광주·전남 주요 상수원에 비상이 걸릴 정도로 가뭄 현상이 심각한 원인을 기상청은 '여름철 강수량이 부족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여름철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하면서 저기압과 정체전선이 주로 중부지방에 영향을 미쳤다. 광주·전남 지역은 상대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비가 적어 가뭄이 초래됐다는 게 그 이유다.

올 9월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렸지만, 9월 하순 고기압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매우 적었고 10월 강수량 또한 평년보다 적어 가뭄이 악화됐다고도 풀이했다.

또 광주·전남은 1월부터 약한 가뭄이 나타나기 시작해 봄철부터 범위가 확대됐고, 현재까지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 발생일수는 245일로 1974년 이래로 가장 많은 상황이다.

내년 1월까지 광주·전남의 기상상황은 현재와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12월과 내년 1월의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이 각각 40%로 예보됐다. 또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저수온 현상을 보이는 라니냐의 영향으로 내년 1월까지 강수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최악의 가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남지역을 비롯 광주에서도 제한급수와 단수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평년 대비 강우량이 너무 적어 가뭄 상황이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절수효과가 조기에 20% 이상 도달하지 못하면 내년 초에는 제한급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도계량기 밸브 조절을 통한 수압저감, 설거지통을 이용한 설거지, 샤워시간 줄이기 등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물절약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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