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 "다 때가 있다"는 이재명, 윤 대통령 탄핵 군불때기 6개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한 군불을 지피고 있는데요. 10·16 재보궐선거 지원유세에서 두 차례나 윤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 대표가 직접 탄핵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행간의 의미는 '탄핵'으로 읽힙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이 대표의 탄핵 관련 발언을 살펴보고, 실제 탄핵을 추진할지 예측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0·16 선거에서도 탄핵 시사 발언
민주당은 10·16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탄핵 군불때기'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이 대표가 직접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인천 강화군수 선거 지원 유세에서 "도중에라도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고, 9일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지원유세에서는 "탄핵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여당에서 했다고 우긴다"고 말했습니다.
야권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공세는 4·10 총선 이후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데요.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을 추진한 적은 없지만 이곳저곳에서 빌드업(사전 준비) 흔적이 엿보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19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처음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한 당원이 보낸 메시지를 읽는 과정에서 "윤석열 탄핵 이게 뭐야 갑자기. 이건 내가 안 읽은 겁니다"고 말 한 적이 있죠. 깜짝 놀라 입을 가리고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그 이후 당내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탄핵 발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21일 '채상병 특검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거부권 행사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탄핵 카드'를 들고 나왔는데요. 정청래 의원은 바로 다음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암묵적, 정치적 예의는 깨지고 국민적 유행어가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지난 6월 2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고, 한 달간 143만 4784명이 동의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9일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청원을 상정하고 청문회 실시계획서 등을 단독으로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는 지난 7월 두 차례로 진행됐고, 채 상병 순직 사건과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20% 중반대로 떨어지면서 야권의 탄핵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지난달 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윤석열 탄핵기금 후원자들과 함께 하는 탄핵의 밤' 행사를 개최했는데요. 이날 행사 장소는 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대관했다고 합니다.
'탄핵의 밤' 행사는 민주당이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반대하지도 않았던 행사였습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탄핵 행사가 논란이 되자 "당 차원에서 한 번도 탄핵 문제에 대해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 소속 의원들의 개별 행동 자제를 촉구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습니다.
다음은 이 대표의 세 차례 탄핵 관련 발언을 살펴보도록 하죠.
①4월 19일-"김땡땡. 이분이 남성 20대. 관악 사시는 분은 전 국민 25만 원 재난지원금, 대통령 4년 중임, 결선 투표제 도입 개헌, 윤석열 탄핵, 이게 뭐야 갑자기 아 이거 안 읽은 겁니다. 이건 내가 안 읽은 겁니다."(이재명 대표 당원과의 만남-민주당 유튜브 채널 델리 민주)
②10월 5일-"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될 만큼 심각하다, 그러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 이게 바로 민주주의고 이게 바로 대의정치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말해도 안 되면 징치해야 합니다.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여러분." (인천 강화군수선거 지원유세)
③10월 9일-"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이상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탄핵 얘기한 적 없잖아요. 자기들끼리 막 탄핵 얘기해요. 난 안 했어요 분명히. 다 때가 있다. 저는 그 얘기한 일이 없는데. 여당에서 이상하게 그 얘기 했다고 우기더라고요."(부산 금정구청장선거 지원유세)
◇이 대표, "저는 탄핵 얘기한 적 없어요"
이 대표가 직접 탄핵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탄핵을 시사하거나 연상하게 하는 발언을 연거푸 내놓았죠. "다 때가 있다"는 이 대표의 10월 9일 자 발언이 의미심장하게 와닿는데요. 언젠가는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윤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안에서 민주당 의원 주선으로 '탄핵의 밤'이라는 모금 행사를 열더니 이제는 강성 친명(친 이재명) 의원 중심으로 윤 대통령 탄핵 발의를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9일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떤 말을 했을 때 모든 사람이 똑같이 해석하면 그게 맞는 것"이라며 "그런 걸 우겨봐야 구질구질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국회 통과가 가능한데요. 국회 의석 300석 중 민주당·조국신당 등 범야권 190석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개혁신당이 가세하고 국민의힘 108명 중 8표 이상이 이탈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각각 여권표 4표가 이탈했다는 사실이 주목됩니다.
민주당은 앞으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과 네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게 재표결에서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윤 대통령 탄핵도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헌법재판소 판단이 남아 있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그 자체만으로 윤석열 정부는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다음은 이 대표의 탄핵 관련 발언에 대한 여야 정치권 반응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중에 끌어내려야 한다. 이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옛날에 모택동이 홍위병들한테 지시한 것처럼 폭력을 불사하더라도 정복을 해야 한다. 합법적으로 탄생한 윤석열 정부를 정복하라. 그런 식으로 들릴 수 있는 거예요, 이게."(7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그 징치를 통해 끌어내려야 할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는 아마 국민들이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징치를 막기 위해 사법부를 억압하고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서 이재명 구하기에 열중한 당 대표 입에서 과연 나올 수 있는 발언인지 되새겨 볼 필요는 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7일 KBS 1라디오 전격시사)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여의도대통령 행세를 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탄핵공세가 끝 모르고 폭주 중. 11월 이 대표의 허위 사실 공표, 위증교사 범죄 선고 시기가 다가오니 더 거세지는 야권의 탄핵 총공세. 아무리 그래봤자 심판의 때는 옵니다."(6일 페이스북)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탄핵 얘기하기 조금 부담스러우니까 저러고 말장난하는 거 아닌가 보여요. 잘못한 사람 끌어내는 게 민주주의라고 그러는데 끌어내는 방법이 뭐 탄핵 말고 뭐가 있어요?"(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윤석열 정권이 나라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 계속 의문표를 던지고 있고, 지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이번에 보궐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가 대변했다 이렇게 보는 것이지요. 제가 얘기했잖아요. 정치구호의 일반적 구호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이지요."(1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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