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에 흔들린 에너지 물류…K조선 LNGC 기대와 변수는?
미국 LNG 증산으로 장거리 운송 확대 전망
전쟁 지속 여부·중국 저가 수주 등 변수

수주 호황과 대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로 연일 호실적을 기록 중인 조선업계가 변수를 만났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동산 원유와 LNG 공급망 붕괴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운반하는 해운업계부터 배를 만드는 조선업계까지 간접적 영향권에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조선업계에서는 에너지 병목현상으로 높아진 해상운임이 오히려 선주들의 발주를 촉진하고, 미국의 LNG 증산으로 K조선의 LNGC 수주는 탄탄하리라는 낙관론도 제시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전쟁 장기화 여부에 따라 시장 전망이 갈릴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르무즈 봉쇄에 LNGC 발주 증가 기대
현재 LNGC는 한국 조선업계 대표적 고부가가치선박이다. 지난해까지는 글로벌 발주가 부진했으나,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발주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LNG 프로젝트가 재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에서 장기간 묶어둔 LNG 수출 프로젝트를 지난해 재가동 했다. 미국 단기 에너지 전망(STEO)은 2024년 11.9bcf/d(백만 표준 입방피트/일) 수준이던 미국산 LNG 총수출량이 연간 15% 성장해 2026년 말까지 16.4bcf/d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최종투자결정이 끝난 미국내 주요 LNG 프로젝트의 개시연도가 2029~2030년에 포진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K조선 역시 해당 시기에 납기를 맞춘 LNGC 물량이 보장된 셈이다. 통상 상선 건조에 2~3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본격적인 LNGC 수주 랠리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가 새로 대두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34.2%와 LNG 교역량의 20%가 통과하는 물류 요충지다. 이곳이 봉쇄되면서 선사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기 시작했고, 지연과 보험료 상승에 따른 해상 운임 급상승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3만5500달러(약 5300만원) 수준이던 LNG선 스팟 운임은 전쟁 개시 후 20만5500달러(약 3억원)로 약 6배 상승했다.
급등한 운임은 선사들의 호실적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선사들의 일련의 수익성 개선이 발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조선업의 주요 고객이 해운사인 만큼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전방 업황의 개선은 곧 조선사에 신조 발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운임이 올라 실적이 개선하면 선사들이 늘어난 수익을 선박 구입에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카타르에너지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핵심 생산시설인 노스필드 가동을 중단한 점이 업계의 기대감을 더 키운다. 카타르발 LNG 수급이 어려워진 국가들이 미국이나 아프리카 등 다른 LNG 산지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과 밀접 협력 중인 한국 조선업계에도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다올투자증권은 "전쟁 장기화를 대비해 미국, 호주, 아프리카 등의 LNG 프로젝트 개발 계획이 가속하면서 미래 LNG선 발주 수요가 될 것"이라며 "LNG선을 공급해야 하는 한국 조선업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쟁 장기화·수주잔고 등 발주 변수 여전
고려해야 할 사안도 많다.
먼저 전쟁의 장기화 여부다. 현재 정확한 전쟁 종식 시점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사들이 섣부르게 발주를 늘리기란 어렵다.
당장 신규 발주를 늘려도 문제다. 현재 한국 조선 3사는 역대급 호황으로 3년치 수주잔고를 쌓아놓은 상태다. LNGC 역시 2028년 인도 물량까지 대부분 확보 중이다. 남은 건 2029년 슬롯 60~65척 수준인데, 선사들로선 당장 4년 뒤 인도되는 초고가 선박을 단기적 요인(해협 봉쇄)만 놓고 발주하기엔 리스크가 막대하다는 분위기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국내 조선사 수주 잔고 현황상 빨라도 2029년에야 인도가 가능할 것"이라며 "전쟁의 장기화 여부와 운임 상승 수준에 따라 실제 발주 강도가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선사들은 호르무즈 봉쇄를 홍해 사태만큼 장기 이슈로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변수다. 당초 중국은 지난해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C 물량 대부분을 한국에 넘겨준 바 있지만, 올해 1월에는 글로벌 발주 22척 중 13척을 쓸어 담았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고도화된 기술력과 저렴한 선가로 선주들에게 어필한 효과다. 수주잔고를 가득 채운 한국이 선별수주에 나선 이유도 있다.
양 수석연구원은 "LNGC가 워낙 비싼 배고, 기술적으로 조금의 결함이 생겨도 운항이 어렵기에 여전히 한국으로 오는 물량도 많다"면서도 "다만 중국이 현재 한국 대비 4~5000만달러 가량 저렴한 LNGC를 내놓고 있어서 자금 여유가 없는 선사들과, 중국의 LNG 수입량에 의존하는 선사들을 중심으로 중국으로 발주를 줄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카타르발 LNG 물량을 미국의 증산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수출용 터미널 액화 용량은 한정됐기 때문이다. 세계 점유율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통과 물량을 모두 대체 할 수 있을지 뿐 아니라, 그렇게 증산한 물량을 전부 액화해서 수출할 역량이 되느냐를 따져봐야 하는 셈이다.
현재 해상운임 급등세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당장 최근까지 LNG 용선료(선박 대여비)가 손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운임 급등 사태를 기점으로 부진했던 용선료도 반등하며 선사들의 발주 심리를 자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긍정적인 점은 올해 초부터 신규 생산을 개시하는 프로젝트가 하나씩 생겨나고, LNG 공급량 역시 2028년까지 우상향할 전망이다.
양 수석연구원은 이에 대해 "올해 상반기에는 용선료도 손익분기점 이상으로 오르리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런 지표를 보고 발주하는 선주들도 있는 만큼 새 LNGC 물량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문제는 이미 발주된 LNGC가 너무 많고, 2027년까지 대거 인도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일시적 물량 확보는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추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물론 각종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올해부터 LNGC 발주 증가는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LNGC 시장 최강자로 군림하는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당장 관건은 10~11월까지 전쟁 지속 여부다. LNG 사용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난방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10월부터 LNG 수입량이 급증하는 운송 피크가 시작되는 만큼, 전쟁이 그 이전에 종식되면 추가적인 반향을 기대하긴 어려우리란 이야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