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결함 논란에도 테슬라는 왜 계속 팔리는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다. 2024년 기준 테슬라는 국내에서 약 3만 대가 판매되며 수입차 전체 브랜드 3위에 올라섰고, 올해는 벤츠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하지만 판매량 증가의 이면에는 심각한 기술 결함 이슈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테슬라 차량에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오류, 일명 ‘A079’ 코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충전이 50% 이하로 제한되거나 아예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급증했다. 일부 모델에서는 불량률이 최대 7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며 소비자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구매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 기현상은 “기술 브랜드가 아닌 플랫폼 브랜드로서의 테슬라”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결함의 핵심, ‘A079 코드’…충전 제한과 배터리 불균형
문제의 증상은 배터리 셀 간 전압 불균형으로 감지되며, 테슬라 시스템은 이를 ‘A079’ 오류로 표시한다. 이 코드가 뜨면 차량은 자동으로 충전 한도를 50% 이하로 제한한다. 즉, 배터리 용량을 절반밖에 쓰지 못하며, 주행거리는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 상황이 더 심각한 이유는 배터리 시스템이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라는 점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에 해당하는 부품인 만큼, 결함 발생 시 차량 전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 특히 보증기간이 끝난 차량은 배터리 교체 비용이 약 3천만 원에 달하며, 이는 신차 가격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일부 소비자는 “수리비를 내느니 차를 버리는 게 낫다”고 호소하고 있다.

국토부 조사 착수…모델 X·S는 불량률 17% 이상
국토교통부는 8월 자동차안전연구원을 통해 제작 결함 가능성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리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 조사 단계이며, 테슬라 본사에 기술 자료를 요청해 분석 중이다.
현재 국내에 판매된 테슬라 차량 약 13만 대 중 4,350여 대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며, 전체의 3.2%에 해당한다. 하지만 모델 S와 모델 X는 불량률이 17% 이상, 일부 연식에서는 70%에 달한다는 데이터도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수리 후에도 동일 오류가 재발하는 비율이 6% 이상이라는 점이다. 결함이 구조적인지 여부에 대한 기술적 해명이 시급한 상황이다.

테슬라의 침묵…정부와 소비자 사이 생긴 불신
환경부와 국토부는 테슬라코리아에 시정계획 제출을 요청했으나, 테슬라는 한 달 넘게 공식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자동차안전법에 따르면 제작사는 결함 조사 요청이 있을 경우 30일 이내에 시정계획을 제출해야 하지만, 테슬라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글로벌 본사의 승인 없이는 어떤 내용도 발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 피해가 현재도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충전 제한이 발생한 차량은 일상 주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3천만 원에 달하는 수리비 부담은 개인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없어서 못 사는 차”…테슬라 수요가 멈추지 않는 이유
테슬라에 대한 불만과 결함 이슈가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구매 행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 OTA(무선 업데이트), 슈퍼차저 인프라, 전용 앱을 통한 차량 제어 등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독자적 경험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결함 리스크를 알고 있음에도 “지금 시점에서 가장 진보한 전기차는 여전히 테슬라”라고 판단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테슬라를 ‘기술의 상징’ 또는 ‘미래형 디바이스’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함 방치할 것인가, 신뢰 회복할 것인가
현재 테슬라 사태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책임 의식과 시장 규율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싶다면, 글로벌 본사의 시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현지화된 고객 보호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당국 역시 더 이상 수동적 조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기차 리콜 제도 개선, 충전 결함에 대한 긴급 명령권 행사, 보조금 지급 조건 재검토 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판매량 1위 브랜드가 소비자 신뢰를 얼마나 책임있게 다루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테슬라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지, 아니면 소비자의 등을 돌리게 할지는 앞으로의 대응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