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3년여간 공들여 개발해 온 플래그십 전기 SUV ‘GV90’이 마침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포착된 최신 테스트카는 위장막을 대폭 제거한 채 도로를 달리며,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혁신적 설계의 실체를 공개했다.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후방 힌지 방식의 ‘코치도어’ 채택이다. 뒷문이 뒷바퀴 쪽으로 열리는 이 구조는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등 최고급 브랜드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제네시스가 이를 과감히 도입한 것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브랜드 위상 자체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도어 핸들 배치 역시 세심하다. 전후 도어가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설계돼 개방 시 넓은 승하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아이 동반 가족 고객층에게 실질적 편의를 제공할 핵심 요소다.

외관은 2021년 공개된 네오룬 콘셉트의 디자인 철학을 충실히 계승했다. 제네시스 특유의 삼각형 그릴과 분리형 헤드램프가 미래지향적 인상을 강화하며, 하단 흡기구의 다이아몬드 패턴은 정교한 수공예품을 연상시킨다.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과 선명한 숄더 라인은 공기역학적 효율성과 미학적 완성도를 동시에 추구한 결과물이다.

내부 설계에서 GV90의 진면목이 더욱 선명해진다. 2열 독립식 캡틴 체어 사이로 관통하는 대형 센터 콘솔은 이동 중에도 최상급 편의성을 보장한다. 특히 태블릿 형태의 컨트롤러 내장은 기존 물리 버튼의 한계를 뛰어넘는 직관적 조작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석의 미니멀 레이아웃은 더욱 파격적이다. 기존 계기판을 완전히 생략하고 중앙 대형 디스플레이만으로 모든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방식은 테슬라가 선도한 트렌드를 한국 브랜드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기술적 기반인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eM’은 현재 EV9에 적용된 E-GMP의 진화형이다. 110kWh급 대용량 배터리와 듀얼 모터 시스템이 결합되면 400마력 이상의 출력과 500km 이상의 주행거리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GV90의 시장 진입은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메르세데스-벤츠 GLS, BMW X7, 아우디 Q8 등 독일 3사가 독점해 온 프리미엄 대형 SUV 시장에 한국 브랜드가 정면승부를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치도어라는 차별화 요소는 기능성과 상징성을 모두 겸비한 전략적 선택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편의성을,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글로벌 고객에게는 독점성을 어필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설계다.

시작가 1억 중반으로 예상되는 가격대는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코치도어, 캡틴 체어, 첨단 전기 구동계 등을 종합 고려하면 경쟁 모델 대비 가격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제네시스 GV90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이 도전적 실험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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