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식자재유통 2.0시대, CJ프레시웨이 이건일 대표 체제로 승부수 띄울까

올해 1분기 주요 급식 업체 중 CJ프레시원만 수익성이 하락했다. CJ프레시웨이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도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둔 것 역시 업계의 경쟁이 고조된 데 따른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진 제공=CJ프레시웨이

고물가로 외식산업이 위축되면서 국내 식자재 유통 1위 업체 CJ프레시웨이가 올해 1분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CJ프레시웨이는 이달 초 대표 교체 등 초강수를 두며 실적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식자재 유통업의 영업이익률이 식품업계 최저 수준인 데다 업체 간 경쟁도 포화 상태라 이건일 신임 대표 체제 아래 새로운 비전으로 침체를 돌파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CJ프레시웨이 기업활동(IR)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7315억원과 1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웰스토리와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등 경쟁 업체는 외형 신장은 물론 내실도 챙기는 데 성공했다.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매출은 7.8% 늘어난 7160억원, 영업이익은 10.3% 증가한 32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그린푸드는 별도 기준 매출이 4.2% 증가한 5436억원, 영업이익은 12.5% 늘어난 298억원이었다. 신세계푸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3818억원, 46억원으로 각각 9.3%, 1.7% 증가했다.

CJ프레시웨의 실적 부진은 고물가로 외식산업이 위축된 영향이 크다. CJ프레시웨이는 1분기 식자재유통에서 5389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이 중 외식 식자재 부문만 외형이 쪼그라들었다. 급식 식자재(1983억원)와 식품원료(785억원)가 각각 7%, 14% 증가한 것과 달리 외식 식자재는 3% 감소한 2621억원을 기록했다. 식자재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9%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다만 전체 수익성은 의대 정원 확대 논란에 따른 병원 파업 장기화로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전환한 단체급식 부문이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식자재유통 시장이 사실상 무한경쟁 구도라는 점도 CJ프레시웨이의 발목을 잡는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대부분 중소 업체가 식자재를 조달하고 지역 기반의 도매상이나 차량사업자들이 여전히 시장에 포진돼 점유율이 세분화돼 있다. 지난해 CJ프레시웨이를 비롯해 삼성웰스토리와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등 주요 4개 급식사의 식자재유통 매출은 4조521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간거래(B2B) 식자재유통 시장은 지난 2020년 55조원에서 내년에는 6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빅4 기업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0%에 불과한 셈이다.

식자재 유통 2.0 시대, 서비스 다각화 안착할까

지난 3일 CJ그룹은 이병일 신임 대표를 CJ프레시원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사진 제공=CJ프레시원)

이 같은 대내외 환경으로 CJ프레시웨이는 단순 식자재유통에서 외식 솔루션이나 푸드테크 등으로 서비스 고도화 및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이는 식자재유통 업체들이 직면한 공통 과제이면서 경영 시험대에 오른 이건일 신임 대표의 고민이기도 하다. CJ프레시웨이는 이달 3일 3년간 회사를 이끌던 정성필 대표 대신 '식품통'으로 불리는 이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올해 그룹 정기인사가 이뤄진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단행된 조치인 데다 정 전 대표가 지난해 CJ프레시웨이의 역대 최대 매출을 견인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식자재 유통 선두기업의 대표가 전격 교체된 것은 그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식품공학을 전공한 뒤 CJ제일제당에 입사해 생명공학&물류, 식품경영지원실장, CJ푸드빌 투썸본부장, CJ지주 사업관리1실장 등을 역임한 'CJ맨'이자 식품·식품서비스 전문가다. 특히 CJ푸드빌 혁신 태스크포스(TF)장이었던 2018년 당시 구창근 CJ푸드빌 대표와 함께 투썸본부 물적분할 및 상장전지분투자(프리IPO)를 주도한 만큼 '전략가'로서 역량도 기대된다.

이 대표는 먼저 다음 달 30일 외식 식자재유통 전문 자회사 프레시원의 통폐합을 앞두고 있다. 프레시원강남이 경북, 부산, 중부 등 6개 지역에 분포된 프레시원 법인을 흡수합병하는 구조다. 통합경영 체계로 전환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지역별 상품 및 물류망 최적화로 독보적인 외식 식자재유통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 외식업체, 중소 유통업자의 성장을 돕는 외식 토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CJ프레시웨이의 신사업인 외식 솔루션을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외식 솔루션은 CJ프레시웨이와 프레시원의 외식업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다. 외식 고객사의 브랜드, 디자인, 메뉴 기획 등 사업 초기부터 성장기, 성숙기까지 단계별 컨설팅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10월에는 CJ프레시웨이가 보유한 외식업 솔루션을 한데 모은 온라인 플랫폼 '온리원비즈넷'을 오픈했다. 전임자인 정 전 대표가 출범시킨 서비스를 이 대표가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솔루션 허브 채널로서 올해는 기존 고객 록인(lock-in)은 물론 신규 외식 사업자를 발굴, 확보하는 것이 이 대표의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