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으면 당한다’?···미 베네수 대통령 체포·압송에 ‘북한 비핵화’도 꼬인다
북한·베네수엘라 ‘반미’ 기조 공유하는 우방국
이란·베네수엘라 잇단 공격에 미국 위협 인식
“미국 억제 유일 수단은 ‘핵무기’란 인식 강화”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가 향후 북한의 행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4일 나온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베네수엘라가 공격당하는 것을 지켜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력 강화에 더 매진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동력 찾기가 난망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수없이 목격해온 미국의 불량배적이며 야수적인 본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며 “외무성은 베네수엘라에서 감행된 미국의 패권 행위를 가장 엄중한 형태의 주권침해로, 주권존중과 내정 불간섭, 영토완정을 기본 목적으로 하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으로 낙인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국제사회는 지역 및 국제관계 구도의 정체성 보장에 파괴적인 후과를 미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미국의 상습화된 주권침해 행위에 응당한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그간 주요 국가 행사 때마다 축전을 주고받는 등 반미 기조를 공유하는 우방 관계이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했을 때 “유엔 헌장과 기타 국제법을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며 이란을 두둔한 바 있다.
북한은 이란에 이어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공격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의 위협을 더욱 실질적으로 인식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핵을 보유하고 나아가 핵무력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옳았다는 점이 재차 증명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북한은 앞서 리비아의 지도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도 핵을 포기한 탓에 2011년 정권이 무너지고 살해당했다는 인식을 드러내 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비핵화 불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 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올해의 중동사태는 무엇을 보여주는가’라는 기사에서 가자전쟁 등을 거론하며 “중동의 참극은 국가의 이익과 존엄을 수호하고 인민의 운명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도가 오직 자기 힘을 천백 배로 강화하는 데 있다는 것을 다시금 뚜렷이 실증해 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체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힘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베네수엘라 상황을 계기로 북한의 미국을 향한 불신이 커지면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작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마두로 대통령의 생포가 김 위원장에게는 ‘핵 포기는 곧 자살 행위’라는 생각을 더 각인시켰을 것”이라며 “미국을 억제할 유일한 수단은 오직 핵무기뿐이라는 인식이 강화하면서 참수 작전 대비 강화와 전술핵의 실전 배치 가속화, 제2격 능력 확보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날 동해상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베네수엘라 상황에 대한 대미 메시지 성격도 있다는 시각이 있다. 북한은 베네수엘라와 달리 미국의 위협에 맞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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