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게임화 사회, 인간을 로봇으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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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물리학자는 신은 수학의 언어로 이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처음에 물리 세계를 해명하는 데 주로 쓰였던 수학 언어는 점차 적용 범위가 커지면서 오늘날 인간 정신을 이해하고 주체의 욕망을 파악하는 데까지 쓰이고 있다.
이 앱에서는 신용 낮은 사람을 접촉하면 약자를 돌보는 관대한 인간으로 평가되기는커녕 문제 있는 인간으로 취급해서 신용점수를 떨어뜨리는 등 처벌한다.
게임화 사회는 점수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욕망하는 것을 조직함으로써 인간을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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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주체성 가져야

처음에 물리 세계를 해명하는 데 주로 쓰였던 수학 언어는 점차 적용 범위가 커지면서 오늘날 인간 정신을 이해하고 주체의 욕망을 파악하는 데까지 쓰이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널리 수집되고 있는 빅데이터와 이를 이해하는 도구인 인공지능(AI) 때문이다. 일찍이 낭만주의자들이 저항했듯, 인간 자아가 유리 감옥에 들어선 듯한 이러한 기계적 세계에서 인간 영혼은 질식하기 쉽다.
‘게임 사랑 정치’(시대의창 펴냄)에서 영국 미디어 학자 앨피 본은 데이터 자본주의가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 궁극적 욕망인 사랑을 어떻게 감시하고 추적하며, 파악하고 조작하려 하는지를 선연히 보여 준다. 남녀 간 만남을 제공하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이 그 통로다.
플렌티오브피시, 오케이큐피드, 힌지, 틴더 등 미국 주요 데이팅 사이트 대부분은 매치 그룹 소속이다. 이들은 서로 그룹을 이루어 자료와 알고리즘을 공유하면서 인간 욕망을 뿌리까지 좇아가 파헤치고, 이를 예측하여 특정 경로로 유도함으로써 사랑의 미래를 자신들이 바라는 형태로 조작하고 제어한다. 저자는 이를 사랑의 게임화라고 부른다.
스마트폰, 데이팅 앱,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할수록 우리 욕망은 로봇처럼 변한다. 알고리즘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현실 세계가 낯설어지고 멀어지는 한편 우리 욕망 자체가 점수화되고 예측되고 조작하기 쉬운 형태로 변형된다. 한마디로 인간은 로봇이자 사이보그로 바뀐다. 저자는 말한다. “게임과 사랑, 시뮬레이션과 현실 사이의 틈이 닫혀 가고 있다.”
게임화 영역은 사랑에만 그치지 않는다. 친구와 우정을 맺고, 음식을 고르고, 여행지를 선택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정치인을 지지하는 등 삶의 모든 영역으로 파고든다. 사회 연결망 전체가 숫자를 통해 재배치된다. 유튜브, 페이스북,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카오 등 모든 곳에 평점이 있고, 점수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시뮬레이션 세계의 점수에 따라서 상품의 질을 따지고 인간을 평가하며,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그 점수를 높이려고 발버둥 친다.
점수는 어떤 기준 없이 생산되지 않는다. 이 기준을 설계하고 장악한 이들은 기술과 데이터를 손에 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눈과 귀에 노출된 자료는 날것 그대로가 아니다.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 특정한 형식으로, 즉 편견과 위계, 차별과 배제의 논리에 오염된 형태로 우리에게 제공된다. 가령, 데이팅 앱의 추천 알고리즘은 남성중심주의, 물신주의, 귀족주의에 함몰된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본다. 이 앱에서는 신용 낮은 사람을 접촉하면 약자를 돌보는 관대한 인간으로 평가되기는커녕 문제 있는 인간으로 취급해서 신용점수를 떨어뜨리는 등 처벌한다. 교묘히 사회 불평등을 강화하는 셈이다.
게임화 사회는 점수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욕망하는 것을 조직함으로써 인간을 재구성한다. 게임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면 수학의 언어, 즉 특정 알고리즘 바깥에서 자신의 욕망을 살필 수 있는 주체성이 필요하다. 마치 가문의 알고리즘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찾아 나섰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말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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