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Z세대는 조직의 고용 노동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할까 [임명묵의 MZ학 개론]
가족보다 개인 중시하는 성향…스트레스 내성 줄어든 것도 원인
(시사저널=임명묵 작가)
MZ세대를 다룬 미디어 콘텐츠 중 가장 성공적인 기획을 하나 꼽자면 쿠팡플레이에서 방영되는 《SNL 코리아》 코너 중 하나인 'MZ 오피스'일 것이다. 색깔이 확실한 다양한 사회초년생 캐릭터와, 신세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기성세대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을 그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일각에서는 '과장이다' '인터넷에나 올라오는 특이한 사례를 전체 사회초년생으로 일반화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풍자를 위한 코미디 프로그램 특유의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요즘 들어온 신입은 다르다'는 인식이 이미 세간에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에 MZ 오피스가 큰 인기를 끌었을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같은 인식, 정확히는 청년층 중에서도 Z세대(1990년대 후반 이후 출생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의 조직문화와 불화하고 있다는 인식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고 신규 채용이 잦은 미국은 Z세대 신입과 기존 직장문화의 조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최근 미국의 교육 전문매체인 '인텔리전트닷컴'이 고용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고용주가 Z세대 신입을 해고하거나, 동기 부족과 조직과 불화하는 업무 스타일로 인해 불만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전형적인 형태의 고용에 개의치 않아
하지만 이 또한 역시 고용주들의 인식과 편견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Z세대 이전의 밀레니얼(M) 세대도, 그 이전의 X세대도 직장에 들어와서 기성세대와 충돌하고 상명하복 조직문화에 맞서 자기주장을 더 강하게 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세대 갈등은 고대 이집트 때부터 늘 반복된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는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Z세대가 그런 추세 속에서도 다소 '튀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Z세대는 전형적인 형태의 고용에 가장 개의치 않는 세대인 듯하다. 조직 속에서 정해진 시간에 일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업무 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프리랜서나 창업을 선호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스라엘의 일자리 플랫폼 파이버에서 전 세계에 걸친 1만 명의 Z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70%의 응답자가 프리랜서 형태의 일자리를 더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창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영국의 산탄데르은행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설문 대상인 Z세대의 약 75%가 프리랜서나 창업을 통해 '자신이 스스로의 상사가 되는 것'을 원한다고 답했다. 물론 영미권 국가는 개인주의나 모험주의가 한국보다 강한 편이라서 이런 답변 결과를 한국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20대 창업 지표는 꾸준한 증가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재학생이 기업을 창업한 경우가 2015년 861개에서 2023년 1951개로 늘어났다. 8년 만에 두 배를 훌쩍 넘는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진취적이라는 지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지표는 정반대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동·구직·교육 활동을 하지 않은 '그냥 쉬었음' 통계다. 통계청에 따르면 '쉬었음'에 해당하는 전체 인구 자체도 계속 늘고 있지만, 그중에서 20대 통계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만 해도 20만 명대였던 '쉬었음 청년'은 이제 40만 명대를 상회하며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 추세 역시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서구권은 물론이고,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옆으로 누운 풀과 같이 구직과 노동을 포기하는 '탕핑족'이 그 예시다. 특히 취업난이 심각한 중국에서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발적 은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도시를 떠나 귀농하는 Z세대들의 시골을 향한 행렬이 부쩍 늘어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국 역시 젊은 층의 귀농·귀촌 사례가 자주 소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모험적 창업과 프리랜서, 아무 활동 없이 쉬거나 시골을 선택하는 청년이 모두 증가하는 것은 어떤 점을 시사하고 있을까?
앞서 언급했다시피 창업과 휴식은 모두 특정 조직에 속한 고정된 노동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공통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과 휴식이 늘어나는 현상은 조직의 고용 노동을 기피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조직에 고용되어 노동을 하는 것은 상당한 인지력을 소모하는 일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아침 일터로 나가 정해진 시간에 집중력을 투자해야 하고, 조직이라는 특성 때문에 일터의 상사와 동료들과의 숱한 대면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세계적으로 이슈
요컨대 조직에 필요한 규율부터 사회적 상호작용 스트레스까지, 각종 인지적 부담을 감수하고 급여를 받는 것이다. 물론 다수의 Z세대는 이러한 각종 부담을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무리 없이 감수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때로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관점의 제안을 내놓으면서 조직문화의 개선을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조직에서의 노동이 주는 다양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는 Z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현상의 첫째 원인으로는 달라진 경제 및 사회 환경을 먼저 들 수 있다. 노동소득과 자본소득 격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노동소득을 축적했을 때 얻는 효능감은 매우 적어졌고, 선진국 기준 '정상적인 삶'의 기준이 너무나도 높아지면서 노동 의욕은 감퇴되었다. 이전처럼 빠르게 독립해 가정을 꾸리는 문화도 사라지면서, '내 한 몸 책임질 정도로만' 일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이를 위한 프리랜서나 단기 아르바이트, 플랫폼 노동이라는 다양한 선택지도 늘어났다.
Z세대의 인지적 자원이나 스트레스 내성이 줄어든 것은 두 번째 이유일 수 있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최근 출간한 《불안 세대》라는 저서에서 유년기부터의 스마트폰 사용이 불안감을 높이고 정신적인 회복력을 낮추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자율적인 놀이문화의 쇠퇴, 부모의 과보호, 대면 관계 대신 온라인과 SNS 관계의 확산이 맞물리며, Z세대가 회복 탄력성을 갖추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초기 업무 적응기까지 상당한 압박이 주어지는 조직에서의 노동을 회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Z세대가 조직에서의 일을 기피하는 현상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 계속 강조했듯 개방적 직장문화로의 개선이 분명히 관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추세가 과도하게 계속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어쨌든 조직은 규율과 집단성, 상호 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고, 이러한 조직이 창출해 내는 양질의 일자리는 여전히 현대 경제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소수의 재능 있고 기회가 많은 이들의 창업 신화도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앞으로도 조직에 적응하고 일터에서 성취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Z세대와 조직의 문제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이때, 새로운 세대의 심리와 조직문화를 조화시킬 다양한 방안을 한국 안팎에서 계속 탐구해 봐야 하는 이유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