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홈플러스 매장…인천 원도심 경제 덮친 그림자
가좌·숭의·연수·송도·논현점
직원 474명·160개 점포 직격탄
협력 업체·골목 경제 연쇄 파장
유동인구 급감…지역상권 비상

지난 9일, 인천 남동구 홈플러스 논현점. "지금 퇴사하면 실업급여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말 나오잖아. 너 잘 생각해 봐. 여기도 결국 이렇게 문 닫는다니까."
갑작스러운 두 달 휴무를 하루 앞두고 화장실 앞에서 청소 노동자 두 명이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듣고 있던 한 명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매장 안에선 브랜드 송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식품 매장에는 과일·우유·달걀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들이 사라져 있었다. 입구 제철 과일 코너에는 모형 바나나가 놓여 있었다. "1시에 회의하자고 하더니 2시, 3시까지 계속 부르네. 회의만 하다 끝나겠어." 홈플러스 조끼를 입은 직원들 대화도 이어졌다.
인천 5개 홈플러스가 두 달간 문을 닫는다. 인천 입장에선 단순한 대형마트 휴점이 아니다. 470여명 직접 고용 인력은 물론, 160여개 입점·협력업체 생존 문제와 원도심 골목경제 위축까지 겹친 복합 위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직원들에 따르면 홈플러스 측은 지난 8일 전체 104개 대형마트 가운데 기여도가 낮은 37개 매장의 영업을 10일부터 7월3일까지 잠정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인천에서는 가좌점·숭의점·연수점·송도점·논현점이 대상이다. 광역시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휴업 직원에게는 평균임금의 70% 수준 휴업수당이 지급된다.

고용 충격도 적지 않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휴업 대상인 인천 5개 점포 직고용 직원은 총 474명이다. 점포별로는 송도점 110명, 연수점 99명, 논현점 95명, 가좌점 91명, 숭의점 79명이다. 시식·판촉·시설관리 등 협력업체 인력까지 포함하면 실제 영향을 받는 인원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입점업체 혼란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직영 시설은 휴업하지만 상당수 임대 매장은 영업을 이어간다.
연수점 한 상인은 "불 꺼진 매장 앞에서 장사를 하라는데 두 달 동안 어떤 보상을 해줄 건지 제대로 된 안내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휴업 대상 5개 점포 내부 입점 매장은 총 160여개다. 송도점 60개, 연수점 49개, 가좌점 30개, 논현점 19개, 숭의점 3개 등이다. 식당·카페·안경점·의류·휴대전화 판매점 등 유동인구 의존 업종이다. 매장당 2~3명만 잡아도 수백명 규모 추가 고용이 걸려 있는 셈이다.
지역 상권 충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초 문을 닫은 홈플러스 계산점 주변에서는 유동인구 감소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휴업 대상이 된 점포 대부분이 원도심 생활권 소비와 유동인구를 떠받쳐 온 사실상 마지막 핵심 유통 인프라라는 점에서 지역사회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계산점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계양구청을 중심으로 홈플러스와 외곽 롯데마트를 잇는 동선이 계산택지 상권 핵심이었다"며 "홈플러스가 빠지면서 상가마다 매출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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