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에서 도코나메 가봤니?
자기의 마을은 추억이 넘실거린다. 어릴 적 뛰어놀던 동네 어귀의 풍경이 펼쳐지는 도코나메는 한적하고 고즈넉하다. 아이치현 남서부 지타 반도에 자리한 나고야의 관문. 그곳에 머무는 추억의 향기를 쫓았다.
주부국제공항 활주로에 인천발 항공기가 조심스레 안착했다. 공항을 나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일본 6대 도자기 가마터 중 한 곳인 도코나메常滑. 공항에서 차로 15분 남짓이면 닿는 이 마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옛 모습 그대로다. 좁다란 골목골목을 채운 낡은 집들과 자기 공방들은 마을의 정취를 더욱 고조시킨다. 자분자분 걷다 보면 흐드러지게 핀 매화나무를 만나고, 이른 벚꽃을 마주한다. 거칠고 투박한 골목길 어귀마다 새싹이 움트고, 그렇게 봄이 찾아온 마을은 청초했다.
도코나메역에서 마을로 가는 길, 도코나메 마네키네코 도리를 만난다. 높은 담벼락을 따라 줄줄이 이어진 서른아홉 개의 고양이 조각은 각각 다른 표정과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모습과 조각풍이 모두 다른 이유는 조각가가 다른 까닭이다. 서른아홉 명의 조각가가 제각기 정성스레 만들어낸 마네키네코는 순산, 항해 안전, 고민 해소, 질병 완치, 애완동물 수호 및 공양, 재난 막이, 여행 안전 등 모두 상징과 의미가 있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마네키네코 도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도코나메 마을로 향하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도자기 공방이 모여 있는 도코나메 마을은 산책로를 따라 코스가 조성돼 있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약 1.6km의 A코스와 이낙스 라이브 뮤지엄까지 이어져 2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4km의 B코스 두 가지다. 산책로는 곳곳에 있는 이정표를 보면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으며, 지도를 원한다면 도코나메 역 내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산책하다 소품을 파는 상점과 공방에 들어서면 감탄이 나올 만큼 아기자기한 도자기 조각품을 만난다. 빈티지한 감성의 인테리어 소품부터 컵, 그릇 같은 생활용품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마을은 무심한 듯 감성이 넘쳐흐른다. 슬레이트로 덧댄 낡은 집들은 소박하지만, 생동하는 화원이 생기를 불어넣고, 자기를 덧댄 골목의 담벼락은 도코나메만의 정취를 드러낸다. 마을의 정서는 메이지 시대(1868~1912년) 초기부터 쇼와 시대(1936~1989년) 중기 사이에 건축한 붉은 벽돌의 높은 굴뚝들 덕분이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굴뚝은 우리네 정서에도 이질감이 없이 추억으로 다가온다.
마을을 걷다 만나는 도자기 가마도 지나칠 수 없다. 한창 때는 마을에만 60여 개의 가마가 운영되었고, 특히 1887년부터 1974년까지 약 90년간 사용한 도에이가마는 일본에서 가장 큰 여덟 칸 가마로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이 벌어질 정도다.
도코나메가 자기 마을로 유명해진 데는 철 성분이 풍부한 점토 덕분이다. 도코나메 자기는 어두운 색을 살리는 방식으로 구워내 색감이 풍부한 적토색 자기가 특징이다. 그 기원은 헤이안 시대(794~1185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찻주전자, 술병, 단지, 타일, 그릇류 등을 제작했고, 전국으로 유통될 만큼 명성이 자자했다. 이후에는 붉은 점토를 가지고 기왓장과 상하수도 파이프까지 만들었다.
자기와 타일에 관심이 많다면 이낙스 라이브 뮤지엄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적인 타일 회사 이낙스INAX가 운영하는 박물관이다. 도자기 가마, 자료관 등을 둘러보고 체험 공방도 경험해볼 수 있다. 이낙스가 보유한 타일 콜렉션 1000점도 놓치면 서운하다.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는 거대 고양이 동상 도코냥이 있다. 익숙한 마네키네코로 높이 3.8m, 폭 6.3m의 고양이 얼굴이다.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도코냥은 일본 애니메이션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에 등장해 더욱 유명하다.
도코냥을 마지막으로 마을을 되짚어 돌아오는 길. 지타 반도 서쪽 해안 이세 만에 자리한 마을은 따스한 해풍과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앉아 봄 그 자체다. 마을을 찾은 여행자들만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고요한 곳. 여행의 시작으로도, 마무리로도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