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잘하고 있다" 머스크 '트윗'의 의미[광화문]

진상현 산업1부장 2022. 9. 28.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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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is doing pretty well(현대차가 매우 잘하고 있다)"

지난 6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 올린 한마디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술렁거렸다. 전기차 시장의 '지존'으로 불리는 테슬라의 오너 기업인이자 세계적인 유명인사인 머스크가 현대차만 콕 집어 잘하고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당시 이 글을 달았던 트위터 게시물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해당 게시물의 원그래프에서 테슬라는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75.8%로 1위, 현대차그룹은 9%로 2위를 기록했다. 독일 폭스바겐이 4.6%로 3위, 포드는 4.5%로 4위를 나타냈다. 나머지 기타 브랜드를 합산한 수치는 6.1%다. 현대차의 1분기 미국 전기차 소매 판매가 지난해보다 241% 급증한 결과다.

머스크의 '트윗' 이후 현대차의 선전은 더욱 조명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대략 일주일 뒤인 6월25일(현지시간) '미안해요 일론 머스크, 현대차가 조용히 전기차 시장을 지배 중입니다'란 기사를 게재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경쟁에서 테슬라 맹추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현대차의 부상은 기쁜 일이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자동차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마냥 낙관만 할 일은 아니다. 현대차에 대한 집중적인 견제가 시작된다는 의미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최대 난관으로 떠오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이런 성격이 짙다.

IRA의 모태인 '더 나은 재건법(BBB)'은 지난해 9월 발의됐지만 총 4조달러(550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재원 문제로 1년 가까이 검토만 되다 올해 6월께 좌초됐다. 이후 여당인 민주당내 조정 과정을 거쳐 7370억 달러 규모로 줄인 IRA가 공개된 게 7월27일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이해가 반영됐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실제로 전기차 혜택 부분은 당초 BBB 법안에선 원산지를 구분하지 않고 7500달러(1070만원), 미국산 및 노조가 있는 공장에서 생산할 경우 추가로 5000달러를 받는 조건이었지만 IRA에선 북미에서 생산하고, 배터리와 소재는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하는 것을 전제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2025년 가을에야 조지아주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는 현대차를 비롯, 미국이 아닌 자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던 독일, 일본의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한결 유리해졌다. 보조금 지원을 받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차종 목록' 28개 중 22개가 미국 브랜드다. IRA가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돕는 취지 외에 자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받는 배경이다.

우리 정부가 한국차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 협상 중이지만 이런 배경를 생각하면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준비 시한도 주지 않고 차등 보조금 지급을 결정한 조치에 대해선 끝까지 수정을 요구해야 하지만 이와 별개로 현대차로선 최악의 상황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 시대는 현대차에 분명히 기회다. 내연엔진 시대엔 독일, 미국, 일본 등 선발 자동차 업체를 넘어서기 어려웠다. 동일선상에서 출발한 전기차는 다르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 EV6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진정한 '월드 클래스'가 되기 위해선 수많은 견제와 고비를 넘어야 한다. IRA도 그런 예다. IRA가 주는 교훈은 또 있다. 이제 핵심 산업에선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버텨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각국이 노골적으로 자국 산업, 기업에 혜택을 몰아주고 있다. 여기에 미국 마저 가세했다. 우리 정부와 국회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최소한 우리 기업이 불공정한 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협상하고, 지원할 것은 하고, 규제를 풀 것은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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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현 산업1부장 jis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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