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7만 인파 '불꽃축제'… 잘 지켜지던 질서, 폭죽 터지는 순간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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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못 쉬겠어요, 도와주세요."
서울 한강 위 밤하늘을 형형색색의 불꽃이 물들이던 지난 5일.
관람객 일부는 불꽃이 터지자 인파 관리를 위해 세워둔 안전 펜스를 넘거나 갑자기 강 가까이로 전진했다.
오후 8시쯤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멈춘 사람들 사이에 갇혀 과호흡이 온 한 중년 여성은 차도에 쓰러져 대기하다 응급센터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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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비해 시민 안전 의식 느슨 분석
압사 공포 신고… 쓰레기 문제도 여전
“숨을 못 쉬겠어요, 도와주세요.”
서울 한강 위 밤하늘을 형형색색의 불꽃이 물들이던 지난 5일. 축제 열기가 절정에 달하던 오후 8시쯤 한강공원 곳곳에서 경광등이 번쩍였다. 함성을 내지르는 사람들 틈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해 구출되거나 응급센터로 이송되는 이들이 여러 명 보였다.
올해 20회를 맞은 서울세계불꽃축제엔 주최 측인 한화 추산 107만 명이 모였다. 지난해(105만 명)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몰렸지만 별 다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진 않았다. 그러나 관람객들이 폭죽이 더 잘 보이는 쪽으로 한꺼번에 이동하는 과정에서 아찔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 열렸던 작년 불꽃축제에 비해 시민들의 안전 의식이 다소 무뎌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첫 불꽃 터지자 압사 공포 닥쳤다
이날 오후 4시 여의도 한강공원은 이른 시간 돗자리로 자리를 선점한 채 축제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이들로 가득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원효대교 맨 앞자리 이른바 '명당'에 자리 잡은 한수지(37)씨는 "새벽 5시에 왔는데 오전 8시쯤 되니까 자리가 다 찼다"고 했다. 남자친구와 온 황윤희(27)씨도 "사람이 너무 많아 화장실 갔다오는 데만 4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주최 측인 한화와 자치구, 경찰은 안전 관리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한화는 임직원 봉사단, 전문안전인력 등 3,4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질서유지 인력을 편성했고, 서울시도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경찰청 등과의 협조를 통해 약 4,000여 명의 인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불꽃놀이가 시작된 오후 7시 이후 곳곳에서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관람객 일부는 불꽃이 터지자 인파 관리를 위해 세워둔 안전 펜스를 넘거나 갑자기 강 가까이로 전진했다. 돗자리에 갓난 아기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도 보였다. 강가로 뛰어가던 사람들이 자고 있는 아이를 미처 보지 못하고 밟을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오후 8시쯤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멈춘 사람들 사이에 갇혀 과호흡이 온 한 중년 여성은 차도에 쓰러져 대기하다 응급센터로 옮겨졌다. 친구, 오빠와 함께 공원을 찾은 중학생 권모(13)양도 인파 속에서 호흡곤란과 복통을 호소해 응급센터로 이송됐다. 권양은 "양쪽 방향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겹치며 사방으로 밀고 걸어 넘어졌다"며 "숨이 안 쉬어져 인파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이태원 참사가 생각났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두 아이를 데려온 이혜진(36)씨도 "서 있기만 해도 옆 사람들한테 밀릴 정도라 나무 밑으로 피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쓰레기 문제도 여전했다. 길가 수거함 근처에는 각종 푸드트럭에서 나눠준 간이 접시, 음식물 쓰레기와 맥주병, 치킨 박스 등이 가득 쌓였다. 돗자리 위에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간 '양심불량자'들도 있었다. 한 현장안전요원은 "도보에 흘러 넘친 쓰레기를 밟고 넘어질 뻔한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고 전했다. 쓰레기 수거 작업은 축제 다음 날인 6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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