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도시역사 시간의 축서 빠진 근대

장영환 기자 2025. 6. 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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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환 문화체육부 기자

이른바 '가야왕도' 역사문화도시 김해는 고대 도시의 정체성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도시다. 고려, 조선은 물론이고 근대의 흔적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아니, 지워졌다고 보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지난 1970년 도시개발을 하며 역사성을 지닌 근대 건축물과 거기에 담긴 역사를 상당 부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여기에는 문화재급 서원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도시의 근현대적 삶의 기억은 어디에서도 사실상 찾아볼 수 없다. '우리의 역사' 즉 우리의 삶의 궤적이 '공공의 기억'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지금도 김해의 역사는 파괴되고 있다. 높은 건물을 쌓아 올리거나 '예쁘게 꾸미며 무언가 청년들의 활동을 보여주면 되는' 도시재생에 초점을 맞춘 개발 혹은 보존(이 보존의 과정에서 도시의 역사성은 점차 지워진다)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원도심에서 근대의 흔적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김해 도시의 역사는 또 기록이나 사진 속으로 묻혀버릴 것이다. 과거 1950~1980년대 김해 도시의 역사를 난개발로 지워버린 과오를 또 저지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시와 학계의 외면에서 주로 기인한다. 김해시는 '가야문화' 중심 역사 홍보에 몰두해 왔으며, 근현대는 행정문화 기획의 사각지대였다. 관련 지역 전문가 부족, 밀도 있는 목록화 작업의 부재 등 요소도 지역 근대 유산 발견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다.

이제 도시 근대 역사의 보존과 활용은 시급한 문제가 됐다. 근대의 문화유산과 관련한 자원들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의 콘텐츠이자 관광자원, 경제동력이다.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의 각 역사문화도시를 방문하기만 하면 지금 김해의 역사도시행정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록 부족하지만) 군산, 목포, 인천 등 지역에서 근대의 흔적을 보존하고 있으니 이 방식을 배워야 한다. 도시재생을 하더라도, 아니 역사콘텐츠를 만들어내더라도 근대는 고려해야 하며, 이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유산이다.

아마도 당장 해야 할 것은 근대 유산 목록화 및 건축 조사 등일 것이다. 이에 근거해 문화재화, 근대 공간 복원, 역사적 활용으로 이어가야 한다. 나아가 공간을 스토리텔링하고 기획하거나 근대 인물을 발굴하고, 이를 콘텐츠화·이벤트화 해야 한다. 이후 시민이 참여하는 공동체 기반 역사교육 및 관광 콘텐츠화를 통해 참여 전시, 체험, 도심 근대투어 프로그램 등 운영도 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우시, 쑤저우, 시안 등 도시를 살펴보거나 일본의 교토 등 지역을 참고해도 괜찮을 것 같다.

결국 김해에는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 김해는 고대 가야만큼이나 축적된 시간의 층이 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지워버린 것이다. 이제는 이 자원들을 활용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김해가 다층적으로 시간이 축적된 역사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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