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중국萬窓] ‘신선’(神仙)에 담긴 무병장수의 꿈… ‘팔선과해’(八仙過海) 신화

강현철 2026. 3.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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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동양인들이 인생에서 추구했던 것은 ‘복록수’(福祿壽) 세 자로 압축할 수 있다. 평안하고, 가족과 자손이 번창하며, 사회적 지위를 얻고, 무병장수하는 삶이다. 이같은 사상은 유교와 도교에 잘 반영돼 있는데 ‘신선(神仙) 사상’도 그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선인’(仙人)으로도 불리는 신선은 중국, 한국, 일본 등의 도교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얻은 인간을 가리킨다.

신라 말기의 문신이자 유학자로, 최고의 문장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고운(孤雲) 최치원은 삶의 말년에 합천 해인사 골짜기로 숨어들어 ‘우화등선’(羽化登仙)했다는 전설적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국 송나라의 대문장가 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赤壁賦)에서 유래한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은 날개가 돋아나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는 뜻으로, 유한한 몸과 속세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존재를 뜻한다.

이처럼 무병장수하는 ‘수’(壽)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게 중국의 신선 사상이다. 인간이 수행을 통해 죽음을 극복하고,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신선 사상은 특히 도교의 핵심 교리로 자리 잡으며 중국과 동아시아 문화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신선 사상은 신화에도 반영된다. ‘여덟 신선이 바다를 건너다’는 ‘팔선과해’(八仙過海)는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민간 신화다. 산둥성 옌타이시 펑라이(봉래) 해안에는 이 이름을 딴 유명 관광지도 있다. 이 관광구는 전설 속 신선들이 바다를 건너기 시작한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여덟 신선이 서왕모의 연회에 참석한 후 돌아가는 길에 배를 타지 않고, 각자 가진 신통한 보물과 재주를 부려 동해 바다를 건넜다는 이야기다. ‘팔선과해 각현신통’(八仙過海 各顯神通)이라는 말은 “각자가 가진 능력이나 수단을 발휘하여 목적을 달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팔선(八仙)은 중국 민간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덟 신선으로 종리권, 장과로, 한상자, 이철괴, 조국구, 남채화, 여동빈, 하선고 등이다. 이들은 각각 가난, 부유함, 귀족, 평민, 남녀노소를 대표해 민중의 삶을 상징한다. 예를 들어 ‘이철괴’(李鐵拐)는 육체를 잃고 구걸하는 절름발이 노인의 몸을 빌려 부활한 신선으로, 약초가 담긴 호리병을 들고 다닌다. ‘여동빈’(呂洞賓)은 칼을 등에 메고 다니며 악귀를 물리치는 도사로, 팔선 중 가장 인기가 높다. ‘하선고’(何仙姑)는 유일한 여성 신선으로 연꽃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팔선과해’ 신화는 늙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죽음을 극복한 ‘불로장생’(不老長生)을 목표로 한다. 신선은 속세를 떠나 선계(仙界)에 거주하며 거대한 학을 타고 다니는 등 초자연적인 능력을 부리는 이상적인 존재다.

‘팔선과해’의 신화는 전국시대 말부터 본격로 형성됐으며, 제(齊)나라와 연(燕)나라 등 해안 지역의 방사(方士)들에 의해 전파됐다. 이후 ‘스스로 그러한 자연 본래의 순리에 따르는 삶’을 뜻하는 노장(老莊)사상의 핵심 무위자연(無爲自然) 및 민간 신앙과 결합해 도교(道敎)로 발전했다. 중국 고대 진시황이나 한무제가 불로초를 찾기 위해 동방으로 사람을 보낸 것은 신선 사상에 따른 것이다.

도교에선 성선법(成仙法)이라 해서 신선이 될 수 있는 수련법을 가르친다. 크게 육체적 양생과 정신적 수행으로 나뉘는데 초기에는 외부의 약을 복용하는 방법이 주를 이뤘으나, 점차 자신의 몸 안에서 기운을 돌리는 내면적 수련으로 발전했다.

외단(外丹)은 수은이나 금 등을 재료로 만든 ‘단약’을 복용해 불사(不死)를 꾀하는 방법이다. 과거 황제들은 잘못된 단약을 복용해 중독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내단(內丹)은 호흡법(조식), 명상, 체조(도인) 등을 통해 몸 안의 기(氣)를 단련하는 방식이다. 양생(養生)은 적절한 식이요법과 생활 습관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도교은 인체를 구성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정기신’(精氣神)을 꼽는다. ‘인체의 삼보(三寶, 세 가지 보물)’라고 불리는 이 세 가지를 잘 다스리고 정화해 장생불사(長生不死)를 꿈꾼다.

‘정’(精)은 생명의 근원 물질로, 우리 몸의 물리적 기초이자 에너지를 담는 그릇이다. 좁게는 생식 에너지를, 넓게는 혈액, 골수, 근육, 내장 등 몸을 구성하는 유형의 물질적 기초를 의미하며 촛불의 ‘초’(몸통)에 비유된다.

‘기’(氣)는 생명의 에너지(활력)로, 몸 안에서 흐르며 생명 활동을 일으키는 무형의 에너지다. 정(精)을 원동력으로 삼아 신(神)의 통제를 받으며 온몸을 순환한다. 초 위에서 타오르는 ‘불꽃’이다.

‘신’(神)은 인간의 의식, 사유, 정신적 주체를 의미하며 정과 기를 주관한다. 가장 고차원적인 에너지로, 이 ‘신’을 밝히는 것이 도교 수련 최종 목표다. 불꽃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같다

신선은 수행의 경지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는데 ‘천선’(天仙)은 하늘로 올라가 천계에서 사는 가장 높은 단계의 신선이다. ‘지선’(地仙) 명산 등에 머무르며 지상에서 사는 신선이며, ‘시해선’(尸解仙)은 육체를 벗어던진 영혼 형태의 신선이다.

팔선외에도 중국의 대표적 신선으로는 서왕모, 동방삭 등이 있다. 서왕모(西王母)는 신선들의 어머니다. 곤륜산에 살며 모든 여 신선을 다스리는 최고의 존재다. 그녀의 정원에는 3000년마다 열리는 신비한 복숭아 ‘반도’(蟠桃)가 있는데, 이를 먹으면 불로장생한다고 전해진다. 서왕모가 거주하는 곤륜산에는 아름다운 연못 ‘요지’(瑤池)가 있는데, 여러 신선을 초대해 반도를 대접하며 여는 호화로운 잔치인 요지연(瑤池宴) 설화도 유명하다.

동방삭(東方朔)은 실존 인물인 한나라의 문인 동방삭을 신비화한 설화다. 그는 서왕모의 반도를 몰래 세 번이나 훔쳐 먹어 18만 년(3000갑자)을 살았다는 전설이 전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子 東方朔 )이란 고사 성어가 그것이다. 동방삭을 잡기 위해 저승사자가 냇가에서 숯을 씻어 그를 유인했다는 이야기가 한국의 탄천(숯내) 유래 전설로도 전해진다.

이밖에 도교적 색채가 짙은 설화로, 천계의 존재인 선녀와 지상의 인간 사이의 인연을 다룬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가 인간 견우와 사랑에 빠져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일 년에 한 번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도 신선 설화로 꼽힌다.

중국의 신선 사상은 단순한 미신을 넘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철학적 시도다. 또한 동양의 의학·화학·예술 분야의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됐다.

중국 산동성 ‘봉래각’(蓬莱阁). 중국주서울관광사무소(CNTO) 홈페이지 화면 캡처.


강현철 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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