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폴] 전문가 90% “한은, 11월 금리 0.25%p 인상”…내년 성장률 1%대로 하향

이재은 기자 2022. 11.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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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안정·연준 속도조절 기대감
“자금시장 경색 때문에 연속 빅스텝 부담”
최종금리 수준 3.5~3.75%
“내년 상반기 금리인상 사이클 마무리”
“한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1.8~1.9%로 낮출 듯”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지난달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의 근거였던 물가와 환율이 소폭 안정된 데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불안이 커졌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대로 둔화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점도 한국은행의 0.25%p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5%대 고(高)물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내년 초까지 금리를 추가로 1~2회 올려 최종금리 연 3.5~3.75%에서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은행

◇ 환율 하락·자금시장 경색…11월 0.25%p 금리인상 유력

조선비즈가 20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중 9명이 한국은행이 오는 24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에서 연 3.25%로 0.25%p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머지 1명만 0.5%p 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의 물가 피크아웃(peak-out·정점 통과) 가능성을 토대로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지난달 140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00원 중반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으로 빅스텝을 단행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장에서는 12월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한국은행의 빠른 금리 인상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10월 물가상승률은 7.7%로 8개월 만에 7%대로 하락했고,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4개월 연속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그간 8~9%대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4연속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는데, 지난달을 기점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연준도 금리 인상폭을 0.5%p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꾸준하게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1년 이상 지속했다는 점에서 11월에는 0.25%p 금리 인상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며 “10월에는 환율 대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폭을 이례적인 수준인 0.5%p로 확대했지만, 최근 외환시장 여건이 안정됐기 때문에 0.25%p 인상이 유력해 보인다”고 했다.

레고랜드 사태와 급격한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채권시장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된 점도 이번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이번에 금융 안정에 보다 무게를 두고 금리 인상폭을 0.25%p로 제한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 지난달 0.5%p 금리 인상에 찬성했던 서영경 금통위원은 지난 15일 “환율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하지만, 국내 신용경색으로 전이되어 경기 부진이 우려되는 경우 긴축 기조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영 금통위원도 지난 11일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금융 안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단기 자금시장 불안 요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강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기 부담스러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한국은행이 추가 빅스텝으로 금융 불안을 높이기 보다 0.25%p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 “한국 최종금리 3.5~3.75%…연준에 달려 있어”

채권시장 전문가 10명 모두 한국은행이 내년 초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내년 1분기까지 5%대 고물가 기조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연준도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전문가 10명 중 5명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횟수가 1회로, 최종금리는 연 3.5%로 전망했다. 3명은 한국은행이 내년 초 금리를 2회 정도 더 올려서 최종금리가 3.75%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머지 2명은 연준의 행보에 따라 추가 인상 횟수가 1회에 그치거나 2회로 늘어날 수 있는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답했다. 연준의 최종금리가 5%를 웃돌 경우 한국의 최종금리도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5%대 중반을 상회하고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높기 때문에 11월에 이어 내년 1월까지 추가 0.25%p 금리 인상은 확실하다고 본다”며 “다만 2월 금통위가 관건인데, 만약 3월부터 물가상승률이 5%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연준의 긴축이 종반부에 이르렀다는 인식과 함께 환율이 안정적일 경우 금리 동결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예하 연구원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3.50% 내외를 적정 최종금리 수준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런 발언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왔다는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며 “그러나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5%를 웃도는 구간까지 이어질 경우를 고려하면 최종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0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한은, 내년 韓 경제 성장률 1% 후반대로 낮출 듯”

한국은행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11월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한다. 전문가 10명 중 9명은 한국은행이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잠재성장률(2%)를 밑도는 수준인 1.8~1.9%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올해 경제 성장률을 지탱해온 소비도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 경기가 하강을 하기 시작했고 소비도 선행 지표를 보면 9월이 고점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 후반대로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한국은행이 성장률과 전망치를 대폭 낮추면 통화긴축 경로에 대한 기대감마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소폭 조정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같은 이유로 소폭 낮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10명 중 6명은 한국은행이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3.5~3.6%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봤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내년 초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려면 물가 전망을 기존 3.7%에서 크게 벗어나는 수준으로 낮추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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