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힐링하는 10가지 방법

에너지를 채우는 공간들

푹 쉬고 비운 후엔 움직이고 채울 차례. 방콕 사람들이 몸과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을 때 즐겨 가는 공간들을 도시 구석구석에서 찾아냈다.


오가닉 서플라이
Organic Supply

통로의 세련된 바이브를 이끄는 커뮤니티 몰, 신 스페이스 1층에 자리한 오가닉 서플라이는 트렌드에 민감한 방콕의 젊은 세대에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의 멋을 알려주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진부터 찍고 싶어지는 예쁜 제품들과 인테리어가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영화 세트처럼 완벽하게 정리된 진열장엔 그래놀라, 잼, 과자 같은 유기농 식료품부터 친환경 비누, 천연 스킨케어 제품, 로컬 창작자가 만든 생활 소품 등이 놓여 있다. 계산대와 함께 자리한 카페 섹션에서 글루텐 프리 디저트, 신선한 착즙 주스 등을 주문한 후 창가에 앉아 눈이 즐거워지는 장면들을 감상하자. 타이산 오가닉 허니 요구르트, 밀가루를 넣지 않고 구운 케이크 등이 단골에게 인기 메뉴.

주소 251/1 Thong Lo 13 Alley, Khlon Tan Nuea, Watthana
홈페이지 facebook.com/organicsupply.bkk


레몬 팜 lemon Farm

‘지속 가능한 먹거리’는 타이에서도 큰 화두이자 숙제다. 이제 방콕 사람들은 친환경, 유기농법을 넘어 로컬 생산자와 브랜드를 지지하고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관심의 척도는 레몬 팜 매장의 개수와 비례한다. 타이에선 유기농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1999년, 슈퍼마켓과 식당, 협동조합의 역할을 갖는 공간으로 문 연 레몬 팜은 현재 통로, 칫롬 등 방콕 곳곳에서 1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레몬 팜의 가장 큰 역할은 타이 전역에서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환경에 이로운 방식으로 농사를 짓거나 제품을 만드는 지역 생산자를 찾아 소비자와 연결하는 일. 제철, 지역 채소와 과일, 곡물, 해산물뿐 아니라 생활용품, 스킨케어 제품까지 꼼꼼히 선별해 소비자에게 소개한다. 레몬 팜이 직접 만든 프로덕트나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한 제품들은 특히 건강에 관심이 많거나 암, 고혈압 등의 질환으로 식생활에 제약이 있는 로컬들에게 인기가 높다. 여행자들에겐 건강하고 안전한 타이의 먹거리, 과일, 커피, 차 등을 맛보거나 기념품으로 사가고 싶을 때 더없이 친절한 큐레이터이자 가이드가 되어준다.

주소 B1 Floor Samyam Mitrtown, 944 Rama IV Rd, Wang Mai, Pathum Wan
홈페이지 lemonfarm.com


탈로스 Thlos

탈로스는 브랜드의 유명도, 패키지 디자인, 향 같은 요소보다 성분이 선택의 최우선 조건인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스킨케어 브랜드. 타이 전통 의학을 전공한 의사 출신의 오빠 수친과 광고업계 출신의 동생 플리가 함께 만들었다. 피부병을 앓는 어머니를 위해 화학첨가물을 일절 쓰지 않고 약초, 유기농 식재료 등을 배합해 만든 파우더가 둘의 첫 합작품. 어머니가 돌아가신 해인 2010년 둘은 진정한 이너뷰티를 가꿀 수 있는 브랜드를 꿈꾸며 탈로스를 론칭했다.

친환경적 삶을 추구하는 휴식 공간으로 유명한 더 66 코티지의 안뜰에 자리한 매장엔 브랜드의 이름을 알린 스테디셀러, 간지러움 방지 로션(Anti-itch Lotion)을 비롯해 페이스, 보디, 아로마테라피 제품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다. 플리가 추천하는 시그니처 제품은 유칼립투스, 강황, 계피, 정향 등으로 만든 마사지 오일. 프리미엄 글리세린과 야생 꿀, 순금 가루로 빚은 비누나 장미 향이 짙은 소이 캔들도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다.

주소 Sukhumvit soi 66, Bang Na Nuea, Bang Na
홈페이지 thlos.com


벤자롱 방콕
Benjarong Bangkok

타이에서 몸에 좋은 음식을 가르는 기준은 식재료, 그중에서도 몸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신선한 제철 채소와 생선, 향신료다. 온갖 좋은 것을 가장 풍요롭게 취하는 왕실과 귀족의 밥상은 미식가들이 앞다퉈 추천하는 보양식. 마천루가 치솟은 금융가 한복판에 자리한 독일식 목조주택, 반 두짓 타니에 들어선 벤자롱 방콕에선 1800~1930년대 사이 타이의 왕가와 귀족이 즐겨 먹은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요리를 선보인다.

방콕에서 제일가는 대부호 소유의 저택이라는 역사를 가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면 타이의 왕실에서 사용하는 도자 식기 벤자롱(Benjarong)이 오브제처럼 놓인 풍경이 시선에 든다. 이곳의 수셰프가 추천하는 원기 회복을 돕는 메뉴는 잘게 바른 도미 살에 시트러스 즙과 볶은 코코넛 가루, 각종 채소를 넣어 섞은 후 신선한 채소에 싸서 먹는 미앙 플라 냄(Miang Pla Naem)과 망고스틴 과육 위에 잘게 갈아낸 말린 새우와 새콤한 드레싱을 얹은 망고스틴(Mangosteen), 홈 메이드 마살라와 말린 살구, 조갯살과 마늘 등으로 맛을 낸 카레를 끼 얹은 갱 깩 오브 덕 레그(Gaeng Kaek of Duck Leg) 등이 있다.

그 밖에 약 40여 가지의 메뉴가 미식가들에게 즐거운 고민을 선사한다. 유기농 제철 과일로 만드는 디저트까지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바로 옆에 자리한, 수영장을 품은 두짓 구어메 앤드 가든 바(Dusit Gourmet & Garden Bar)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낮잠 같은 휴식 시간을 만끽하자.

주소 116 Saladaeng Rd Khwaeng, Silom
홈페이지 baandusitthani.com/benjarong


후무스 헤드
Hummus Heads

채식, 건강식에 관심이 높은 방콕 로컬 사이에서 좋은 식재료를 쓰고 음식 맛이 좋기로 입소문이 자자한 레바논 식당. 2018년 베이루트 출신의 오너 자드 날레가 문 연 이곳은 가게 이름 그대로 병아리콩을 갈아 만든 중동, 지중해 음식, 후무스 전문점이다. 병아리콩과 올리브오일만으로 만든 플레인 후무스를 비롯해 스위트 바질, 호박, 비트, 고구마, 마살라 등 다양한 식재료로 알록달록한 색의 후무스를 선보인다. 타이의 대표적인 음식 ‘얌꿍’을 접목한 후무스, 팔라펠, 코스타리카 양고기, 치킨 등도 로컬과 여행자 사이에서 인기 높은 메뉴. 주요 식재료는 중동에서, 신선도가 중요한 채소와 고기는 방콕에서 까다롭게 선별해 공수하며 방부제, 화학 성분, 합성색소를 첨가하지 않아 배불리 먹어도 속이 편하다. 통로에 위치한 본점에 이어 2023년 1월 사톤에도 지점을 열었다.

주소 10 Soi Thong Lo, Khwaeng Khlong Tan Nua, Watthana
홈페이지 facebook.com/HummusHeadbangkok


안 타 딘 댕 Ann Tha Din Daeng

로컬 사이에서 리틀 차이나타운의 맛집 골목으로 알려진 타 딘 댕 거리 위, 셰프 앤이 운영하는 안 타 딘 댕은 〈미쉐린 가이드〉가 발굴한 보석이다. 그는 이 거리에서 약 20여 년 동안 오토바이 뒷좌석에 좌판을 깔고 타이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해산물 요리를 만들어 팔았다.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타이의 정치가, 연예인 등 미식가들의 ‘비밀 맛집’이 된 안 타 딘 댕의 음식은 비린내가 일절 없는 신선한 식재료와 매콤한 양념이 특징.

가게 입구에 전면 배치한 열린 구조의 주방은 재료와 조리에 대한 셰프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매콤한 해산물 샐러드, 고추 바지락 수프, 매실 절임이 들어간 농어 수프와 마늘, 후추로 범벅해 튀기듯 볶아낸 새우 요리가 인기 메뉴. 줄 서는 피로를 피하고 싶다면 식사 시간대를 피해 찾길 권한다.

주소 167 Tha Din Daeng Rd, Somdet Chao Phraya, Khlong San


아락사 티룸 Araksa Tea Room

타이 북부 치앙마이 반창에 자리한 아락사 티 가든(Araksa Tea Garden)은 유기농법으로 좋은 맛의 차를 재배, 생산하는 공간으로 타이의 차 애호가들에게 제법 잘 알려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지난 8월, 방콕 구시가지 한복판에 다실을 냈다.

오래된 건축물 사이로 개성 있는 문화예술 공간이 숨어든 차른끄룽 거리에 자리한 아락사 티룸은 좋은 차와 옛것을 사랑하는 방콕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중. 인도에서 가져온 빈티지 티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갈한 고택의 응접실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새벽에 딴 찻잎을 덖어 말린 아룬(Arun), 달빛 아래에서 딴 찻잎이라는 뜻의 사윤(Sayun)을 비롯해 다채로운 맛향으로 블렌딩한 40여 종의 유기농 차를 마실 수 있다. 치앙마이 출신의 셰프, 야오와 함께 창작한 식사 메뉴 중에선 바삭하게 튀긴 찻잎과 캐슈너트, 닭고기, 채소 등으로 만든 샐러드를 함께 내는 윰 바이 차 토드(Yum Bai Cha Tod)와 밥에 버터플라이 피 꽃잎과 생강, 코코넛, 망고, 레몬그라스 등을 섞고 매콤한 양념장과 함께 비벼 먹는 카오 윰(Khao Yum)을 놓치지 말 것.

차를 베이스로 한 창작 칵테일과 타이 차로 만든 디저트는 아락사 티룸의 저녁과 어울리는 선택이다.

주소 12 Charoen Krung 38 Alley, Khwaeng Bang Rak, Khet Bang Rak
홈페이지 araksatea.com


디바나 시그니처 카페 Divana Signature Café

타이를 대표하는 스파 브랜드 디바나(Divana)의 정체성이 담긴 티타임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오너 패밀리가 계절에 따라 바뀌는 플라워 어레인지부터 시즌 메뉴까지 직접 꼼꼼하게 관리한다.

센트럴 월드 한복판, 난초와 앤슈리엄 등 타이 꽃으로 가득 채운 정원 안에 들어서면 ‘흙, 물, 바람, 불’을 표현하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색과 향이 오감을 자극한다. 마음에 드는 꽃 풍경이 펼쳐지는 자리에 앉은 후엔 디바나의 아로마에서 영감을 받아 블렌딩한 차를 고를 차례.

마음이 편해지는 향을 가진 차와 함께 전통 간식과 디저트, 케이크와 쿠키, 꽃의 색과 모양을 고스란히 살려 만든 젤리 등을 골고루 섞어 내는 타이식 ‘애프터눈 티 세트’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다. ‘드립 커피 인 로스티드 코코넛 워터’, ‘라야 베딕 로즈 리치 소다’ 등 꽃과 과일의 향을 표현하는 재료로 만든 음료를 비롯해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식사 메뉴도 갖췄다.

주소 999/9 Rama I Rd, Pathum Wan, Central world 2nd floor
홈페이지 divanacafe.com


룸피니 공원 Lumphini Park

종종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비견되는 룸피니 공원은 이 도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실현하고 있는 느긋함의 찰나를 직관할 수 있는 곳이다. 대형 쇼핑몰이 몰려 있는 방콕 최대의 번화가인 칫롬과 플런칫, 글로벌 브랜드, 호텔, 금융 기업이 밀집한 실롬에 둘러싸인 이 ‘자연’은 1920년, 제1차세계대전 직후 라마 6세가 시민에게 선사한 선물이자 최초의 공립 공원이라는 역사를 갖고 있다.

땀 한 방울 흘릴 필요 없는 몰과 호텔의 시원하고 안락한 품이 주는 유혹을 떨쳐내고 바깥으로 나온 이들만이 룸피니 공원을 관통하는 평화로운 ‘바이브’에 닿을 수 있다. 이른 아침 해 뜰 무렵엔 태극권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노인들이, 출퇴근 전후엔 러닝, 요가 등으로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 로컬들이 공원을 가득 채운다.

호수 주변의 잔디밭, 벤치에 자리를 잡은 후 반짝이는 물비늘과 하늘을 거울처럼 담는 유리 빌딩들의 마천루, 느릿하게 헤엄치는 거북이와 나무 아래 물왕도마뱀에 시선을 던지며 유유자적한 시간을 가져보자. 쇼핑과 유흥, 미식을 향한 욕망을 잠시 접어두고 ‘룸피니 타임’을 온전히 만끽하다 보면 방콕 사람들이 순하고 선한 성정을 가진 까닭이 비로소 이해된다.

주소 192 Wireless Rd, Lumphini Pathum Wan


벤짜끼띠 포레스트 파크
Benchakitti Forest Park

1992년, 60번째 생일을 맞이한 시리낏 왕비에게 헌정되며 문 연 벤짜끼띠 공원은 방콕 사람들에게 ’왕비의 공원’으로 통한다.

공원의 이름부터 조경까지 구석구석 왕비의 취향과 제안으로 꾸며졌기 때문이다. 도심의 마천루와 공원 사이를 가르는 호수, 타이 전역의 숲을 재현한 녹지는 로컬들에게 산책과 달리기, 피크닉과 데이트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 초엔 벤짜끼띠 공원의 오랜 숙원이었던 2단계 프로젝트가 긴 공사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호수를 중심으로 하는 ‘워터 파크’를 확장해 개장한 벤짜끼띠 포레스트 파크는 인공적인 조경 대신 생물다양성이 살아 있는 자연의 원형을 그대로 구현한 습지를 비롯해 산책로, 광장, 조깅 트랙, 자전거도로, 도심 텃밭 등을 갖췄다.

볕이 쨍할 때 이곳을 찾았다면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숲과 습지의 친구들, 찌르레기, 꼬리딱새, 거북이, 왕도마뱀 등이 만든 야생의 세계를 만나보자. 해 질 무렵에 포레스트 파크를 가로지르는 스카이워크를 걷다 보면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석양과 달빛 아래 펼쳐진 방콕 마천루의 근사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주소 Ratchadaphisek Rd, Khlong To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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