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숏드라마, 결국 톱배우·제작진 합류할 것"…정민채 대표에 콘텐츠의 미래를 묻다 [MD인터뷰]

이승길 기자 2026. 5.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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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콘텐츠 IP 기업 테이크원컴퍼니 정민채 대표 인터뷰
"중국 아닌 한국형 숏드라마, 키워드는 '프리미엄'"
정민채 대표 / 테이크원컴퍼니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소비 패러다임이 격변하고 있다. TV와 극장 중심의 이른바 '롱폼(Long-form)'의 시대에서 스마트폰 화면 속 1분 내외로 압축된 '숏폼(Short-form)'으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 중이다. 이러한 거대한 메가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K-POP 아이돌 IP(지식재산권)와 숏드라마를 결합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기업이 있다. 바로 종합 콘텐츠 IP 기업 테이크원컴퍼니이다.

테이크원컴퍼니는 과거 글로벌 176개국에 출시되어 아이돌 IP 게임 사상 최다 매출을 기록한 'BTS 월드'를 시작으로 블랙핑크, NCT, 엔하이픈 등 탑티어 아티스트들의 시네마틱 게임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팬덤 비즈니스의 독보적인 역량을 증명해 왔다. 그리고 최근, 이들은 글로벌 K-POP 숏폼 드라마 플랫폼 '킷츠(KITZ)'를 론칭하며 또 한 번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선언했다.

수많은 콘텐츠가 지금도 탄생하고 있는 테이크원컴퍼니에서 만난 정민채 대표의 눈빛에는 신사업에 대한 확신과 콘텐츠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냉철한 통찰이 공존하고 있었다. 다음은 영국 런던대 미디어 전공을 거쳐 넷마블(구 CJ인터넷), 초록뱀미디어, 벤처캐피털(VC)의 콘텐츠 투자심사역까지 콘텐츠 산업의 전 밸류체인을 몸소 경험한 정 대표가 전한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다.

정민채 대표 / 테이크원컴퍼니

"게임과 드라마, 투자까지...내 DNA는 오직 콘텐츠"

정민채 대표의 이력은 콘텐츠 업계에서도 매우 유니크하다. 게임, 드라마 제작, 애니메이션, 그리고 투자까지 플랫폼과 장르를 넘나들었다.

"대학교 때 전공부터 시작해서 제 경력을 쭉 돌아보면 그냥 '콘텐츠 외길'이었던 것 같다. 사모펀드나 VC 시절에는 넷플릭스나 메가박스 인수 검토부터 공연,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온갖 분야의 투자를 심사했다. 이종 간의 다른 콘텐츠 산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양쪽 다 깊게 경험한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 융합의 경험이 지금 테이크원컴퍼니의 강력한 기반이 됐다."

실제로 그가 2016년 창업한 테이크원컴퍼니는 하나의 강력한 오리지널 IP를 발굴해 웹툰,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MD(굿즈) 사업으로 무한 확장하는 'IP 회사'를 지향한다. 하지만 정 대표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코로나19 시기 OTT 급부상과 함께 K-콘텐츠가 누렸던 호황은 일종의 거품이었다"고 운을 뗀 그는 "현재 시장 회복은 더딘 반면 제작비와 인건비 등 전반적인 비용이 너무 상승해 제작사들이 전례 없는 혹한기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그가 이 겨울을 돌파하기 위해 꺼내 든 핵심 카드 중 하나가 바로 '숏드라마 플랫폼 킷츠'이다.

"도파민 양산형 중국식 숏폼과 선 긋는다...키워드는 '프리미엄'"

현재 글로벌 숏드라마 시장은 막대한 자본과 자극적인 서사를 무기로 내세운 중국계 플랫폼이 선점하고 있다. 고자극·양산형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는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테이크원컴퍼니의 차별화 전략은 명확하다. 바로 '한국형 프리미엄화'다. 정민채 대표는 "왜 지금 숏드라마냐?"는 질문에, 역으로 "오히려 숏드라마에 주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확언으로 말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쇼츠나 릴스 같은 숏폼을 편해하고 여기에 시간을 쏟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이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싸게 많이 만들어 돈만 벌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애정을 갖고 한땀한땀 공들여 만든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티가 날 수밖에 없다. 팬덤은 우리가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대본과 연출에 공들인 디테일을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테이크원컴퍼니는 타 플랫폼 대비 제작비와 시간을 2~3배 이상 더 투입한다고. 대본 고도화와 각색에 공을 들이고, 후반 작업 역시 타협하지 않는다. 단순히 짧고 자극적인 '스낵 콘텐츠'가 아니라, 세로형 숏드라마로 소비되면서도 향후 가로형 영화나 미드폼 드라마로 확장할 수 있는 서사와 영상미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프리미엄 전략은 시장에서 즉각적인 수치로 증명됐다. NCT 제노·재민 주연의 론칭작 '와인드업'은 공개 첫날 글로벌 팬덤이 몰리며 일시적으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를 빚었다.

"일반적인 숏드라마 제작비의 몇 배를 투입했기에 리스크 우려도 있었지만, 론칭 수일 만에 손익분기점(BEP)을 가뿐히 넘겼다. 고무적인 것은 그동안 '유저 수는 많지만 매출 규모는 작다'고 평가받던 동남아 시장에서 다운로드와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K-POP 스타를 활용한 우리만의 프리미엄 전략이 글로벌 통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정민채 대표 / 테이크원컴퍼니

"NCT부터 이민기까지... 숏드라마가 K-콘텐츠의 '인큐베이팅 틀' 될 것"

정 대표가 생각하는 한국형 숏드라마의 무기는 단연 K-POP 아티스트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타성이 검증된 아이돌은 중국 플랫폼이 가질 수 없는 한국만의 절대적 우위다. 게다가 숏드라마의 빠른 제작 시스템은 바쁜 톱 아이돌들의 스케줄적 한계까지 완벽히 보완한다.

"요즘 탑 아이돌들은 연기 재능이 뛰어나도 미니시리즈 한 편을 위해 몇 개월씩 스케줄을 비우기 어렵다. 반면 숏드라마는 5일에서 길어야 10일이면 촬영을 끝낼 수 있다. 시장의 니즈와 아티스트의 상황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기획사들과 오랜 기간 쌓아온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아티스트의 성향에 맞는 대본을 매칭하고 있다."

변화는 아이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킷츠는 최근 공개를 앞둔 신작 '저승사자 생명연장 프로젝트'에 탑배우 이민기를 캐스팅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기존에 '숏폼 드라마는 작품의 급이 낮아 보인다'며 선을 긋던 기성 배우들의 인식을 대본의 완성도와 연출 크레딧으로 설득해 낸 결과다.

정 대표는 "과거 피처폰 시절 모바일 게임이 천대받다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PC·콘솔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시장이 된 것처럼, 숏드라마 시장에서도 조만간 탑배우와 훌륭한 제작진이 결합한 블록버스터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작사이자 플랫폼사로...한국 플랫폼의 글로벌 선전 이끌 것"

인터뷰 말미, 정민채 대표는 숏드라마 시장이 글로벌 OTT 시장처럼 대형 해외 플랫폼에 국내 제작사들이 하청 기지화되는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대형 중국 플랫폼들에 맞서 국내 플랫폼들끼리 경쟁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한국 고유의 색깔을 가진 플랫폼과 콘텐츠들이 서로 협업하고 연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형 숏폼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 킷츠를 통해 다른 외부 제작사들과의 콘텐츠 협업도 열어두고 적극적으로 상생할 생각이다."

테이크원컴퍼니의 단기적인 목표는 킷츠를 '고품질 프리미엄 숏폼 플랫폼'으로 시장에 완전히 안착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자체 IP를 바탕으로 강력한 슈퍼 IP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회사의 규모가 크든 작든, 우리의 DNA는 결국 '새롭고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다."

자본의 왜곡과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콘텐츠 본연의 힘과 팬덤의 가치를 믿으며 10년의 내공을 증명해 온 정민채 대표. 그가 킷츠라는 새로운 돛을 달고 써 내려갈 한국형 숏드라마의 미래가 콘텐츠 업계의 차가운 겨울을 녹일 따뜻한 봄바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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