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방일, 외교-안보-경제 '윈윈' 부각…과거사 '과제'[한일 정상회담 결산]

양소리 기자 2023. 3.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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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셔틀외교 복원·지소미아 정상화…韓日 성과 가득
韓소주·日맥주 나눠 마셔…기시다 '한일 우호의 맛'
국내 여론은 싸늘…'3자 변제' 반대가 60% 차지

[도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03.16.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1박2일 일본 실무방문 일정이 17일 종료됐다. 윤 대통령은 물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양손 가득 성과를 나눠 들고 돌아섰다. 양 정상은 셔틀외교 복원,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에 뜻을 모았다.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은 2019년 9월 이후 4년 가까이 이어온 수출규제를 풀었고,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며 경제 협력을 복원했다. 양국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도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일본 측의 전향적인 사과 발언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한 국민적 불만,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향방 등 과거사를 둘러싼 과제는 여전히 쌓여있다.

일본 측은 이번 방일 기간 우리 정부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 사건, 위안부 소녀상 건립 등 그간 풀지 못했던 문제까지 외교 테이블에 올려놨다.

그런데도 양측이 밝은 표정으로 돌아선 건 끊겼던 교류의 다리를 이어 붙였다는 만족감 때문이다.

韓소주-日맥주 나눠 마신 정상들…기시다 '한일 우호의 맛'

[도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친교 만찬을 마치고 도쿄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2023.03.16. photo1006@newsis.com

한일 정상의 공동선언은 없었다. 새로운 차원의 협상도 없었다.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는 애초에 '공동선언'이 아니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이번 교류는 새로운 출발"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양 정상의 일정은 "사적·공적으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와 공간을 마련"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지난 2019년 6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방문한 이후 4년 만이다. 양자 정상외교 차원의 일본 방문은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셔틀외교 차원에서 일본 교토를 방문한 이후 12년 만이다.

때문에 양측 정부는 정상 간 '신뢰'를 쌓기 위한 일정에 공을 들였다. 16일 오후 내내 두 정상은 딱 붙어 시간을 보냈다. 윤 대통령이 일본 총리 관저에 도착한 건 오후 4시40분께. 이곳에서 소인수회담, 확대회담에 이어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오후 7시40분부터 오후 9시5분까지 부부 동반 만찬, 이어 오후 9시15분부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2차 회동이 이어졌다. 한국의 소주와 일본의 맥주를 나눠 마신 기시다 총리는 이를 '한일 우호의 맛'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에 대해 "정상 간 개인적 신뢰 관계는 외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의 신뢰 구축은 앞으로 양국 국민 간 친선과 교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尹, 한일 관계에 新문법 적용…新공식으로 풀어갈 것"

[도쿄=뉴시스] 전신 기자 = 17일 일본 현지 신문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정상회담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23.03.17. photo1006@newsis.com

한일 관계에 물꼬를 튼 건 분명 윤석열 정부다. 윤 대통령은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하고 구상권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일본 측은 윤 대통령의 결정을 '용단(勇斷)' '큰 결심'이라고 평가하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내 여론은 그렇지 않다.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일본 정부·기업의 참여와 사과가 없는 해법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0%다. 안보, 경제 협력 등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그 절반 수준인 33%에 그친다(13~15일, 성인 1005명 상대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우리 외교계의 시각은 일반 국민과는 다른 분위기다. 일본은 동아시아 지정학적 판도를 장악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미국과 중국의 G2 경쟁 구도에서 '미-일'이 손을 잡으면 중국을 상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글로벌 질서 속에서 일본의 위상을 높일 좋은 전략이다. 우리 정부의 목표는 일본의 이런 전략을 뒤흔드는 것이다.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안보체계를 '한-미-일' 삼각으로 만들면 한국의 국제적 존재감이 확대된다. 동시에 일본의 장악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대통령실 고위급 관계자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미래를 위한 새로운 역사적 창"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오래된 문법이 아닌 새로운 문법을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공식으로 한일 관계를 풀어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 홀로 '미래'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실은 "역대 일본 정부가, 일왕과 총리를 포함해 50여 차례 사과를 한 바 있다. 그 사과를 한 번 더 받는 게 우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나 피해자들은 여전히 전향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중이다.

일본은 올해 1월에도 유엔에서 일제 강점기에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인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년간 끊긴 한일관계가 이어진 데에 주목해달라. 과거사를 묻겠다는 게 아니다"며 "셔틀외교가 회복된 만큼 양국의 문제도 차츰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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