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기자회견 안하는 이유?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

스웨덴 언론과 인터뷰서 직접 밝혀

소설가 한강. /뉴시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발표 후 스웨덴 공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며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이유를 직접 밝혔다.

13일(현지시각) 스웨덴 공영 SVT 방송에 따르면, 한강 작가는 “나는 평화롭고 조용하게 사는 것을 좋아하고,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강 작가의 서울 자택에서 이뤄진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다.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인 지난 11~12일 사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강 작가는 “아들과 함께 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고 했다. 이후 노벨상 수상 관련 국내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는 모두 고사했다. 앞서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자신의 집필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딸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 작가는 “뭔가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날 아침 아버지께 전화드렸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려고 했는데 나는 그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큰 잔치는 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조용히 있고 싶다”며 “세계에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조용하게 있어야 한다. 그게 내 생각이어서 잔치를 열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강 작가는 ‘끔찍한 역사적 사건에 직면해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우리는 우리 역사를 통해, 말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많은 기회를 가졌지만 분명히 (끔찍한 사건은) 반복된다”며 “적어도 언젠가는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건 우리가 배운 것에서 나온 매우 명백한 결론”이라고 답했다.

한강 작가는 노벨상이 자기 삶에서 그 무엇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자신만의 속도로 계속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1년에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하는 데 7년이 걸렸다”며 “시간을 들여 계속 글을 쓰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한강 작가는 현재 쓰고 있는 소설을 완성하자마자 노벨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한강 작가의 노벨상 발표 후 첫 외부 일정은 17일 열리는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