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이치로가 여고생 상대로 9이닝 완투를 각오하는 이유

고베 치벤(KOBE CHIBEN) SNS

매일 자기 몸을 괴롭히는 중

그는 1973년생이다. 생일이 10월이니 아직 51세다. 그 나이에도 여전하다. 매일 자기 몸을 괴롭힌다(?).

일본의 한 TV에 방송된 다큐멘터리가 있다. 여기에 그의 하루가 자세히 드러난다. 요약하면 이런 일상이다.

① 아침 운동 – 시애틀 집 거실은 체육관 느낌이다. 운동 기구 11가지가 가득하다. 그걸로 땀을 비오 듯 쏟아낸다.

② 간단한 브런치 – 요즘 메뉴는 카레가 아니다. 토스트와 수프로 해결한다.

③ 출근 – 낮 1시쯤이다. 30분 거리의 T-모바일 파크로 이동한다.

④ 구장에는 자기 사물함이 있다. 볼보이들과 함께 쓰는 방이다.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처음에는 선수 라커룸에 자리를 마련해 줬지만, 사양했다. 괜히 부담 주기 싫어서다.

⑤ 공 줍기 – 잠시 후 (선수들) 타격 훈련이 시작된다. 그럼 외야로 나가 공을 줍는다. 간간이 캐치볼도 한다. 가끔 질문도 받는다. 상담 혹은 조언도 해준다(통역은 없다).

⑥ 장비 정리 – 그라운드 업무가 끝났다. 라커로 돌아온다. 글러브를 닦고, 왁스도 발라준다. 스파이크에 낀 흙까지 모두 빼내야 한다. 그게 훈련의 완성이다.

엄연한 현직이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구단주 보좌역이다. 여기에 따른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다음이 진짜다.

홀연히 실내 연습장으로 이동한다. 선수들 오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피칭 머신과 씨름이 시작된다. 현역과 다름없는 공 빠르기를 세팅하고, 배팅 훈련을 한다. ‘으아~’. 스윙할 때마다 비명을 지른다.

시애틀 구장 사물함 모습. 일본 MBS 프로그램 ‘정열대륙’ 방송화면

MLB 출신 신입에게 불호령

요즘은 더 바쁘다. 뭔가 또 일을 벌인다. 연례행사가 된 야구 경기다.

벌써 5년째다. 아마추어 팀과 실전을 펼친다. ‘고베 치벤’과 ‘고교야구 여자 선발’의 경기다. 올해는 8월 31일 개최가 확정됐다. 작년까지는 도쿄돔이 무대였다. 이번에는 고향인 나고야 반테린 돔에서 열기로 했다.

‘고베 치벤’은 말 그대로 그의 팀이다. 구단주, 사장, 단장, 감독, 코치를 혼자 도맡는다. 선수 스카우트도 물론 그의 몫이다.

올해는 전직 메이저리거가 추가로 합류한다. 뉴욕 메츠에서 뛰던 유격수 마쓰이 가즈오(49)다. 이미 1년 전부터 영입에 공을 들였다.

결국 설득에 성공했고, 7월 초에 일본 고베에서 손발도 맞춰봤다. 첫 훈련 장면이 미디어에 공개됐다.

반가운 악수는 잠깐이다. 첫 번째 메뉴는 러닝이다. 감독 겸 코치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한다. 그리고 힘찬 구령이 쩌렁쩌렁 울린다.

이치로 “하나, 둘, 하나, 둘.”

선수들도 기합이 바짝 들었다. 모두 큰 소리로 복명복창 한다.

이치로 “고베!” 선수들 “고베!”

이치로 “치벤!” 선수들 “치벤!”

이치로 “치벤!” 선수들 “치벤!”

다들 호흡이 척척 맞는다. 딱 하나 신입이 문제다. 여전히 어색한 표정이다. 입만 벙긋거린다. 그러자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치로 “안돼 가즈오, 아웃이야, 아웃.”
마쓰이 가즈오 “앗, 죄송합니다. 다시 부탁합니다.”

훈련이 끝났다. 신입의 표정이 조금 밝아진다. ‘이런 분위기의 훈련이 어떠냐.’ 지켜보던 기자가 묻는다.

“정말 오랜만이다. 처음에는 좀 그랬는데…. 소리치면서, 함께 달리니 PL 학원(출신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난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아졌다.” (마쓰이 가즈오)

이치로와 마쓰이 가즈오의 7월 초 훈련 장면. 일본 TBS TV 방송화면

4년간 포기한 적 없는 완투

신입의 가세로 ‘고베 치벤’은 더 화려해졌다. MLB 출신이 벌써 4명째다. 마쓰이 히테키(51), 마쓰자카 다이스케(44)가 기존 멤버다.

그러다 보니 포지션 구상이 간단치 않다. 작년에는 마쓰이 히데키가 중견수, 마쓰자카가 유격수로 뛰었다. 올해는 이동이 불가피하다.

일부에서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도 낸다. 두 명의 마쓰이가 3ㆍ유간을 지키는 장면이 어떠냐는 생각이다. (마쓰이) 히데키를 3루수, (마쓰이) 가즈오를 유격수로 쓰자는 얘기다. (마쓰자카는 좌익수로 간다는 계획이다.)

고교 시절 3루수였던 마쓰이 히데키는 난색을 표한다. “지금 내 수비 범위는 1미터 밖에 안 될 것이다. 만약 3루로 가면, (유격수) 가즈오가 근처에 오는 공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

물론 가장 큰 이슈는 따로 있다. 투수 기용에 대한 문제다. ‘누가, 얼마나 던질 것이냐’ 하는 고민이다.

하지만 골치 아플 일은 없다. 이것도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지난해까지 4년간 마운드의 주인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구단주 겸 감독이 선발 투수까지 맡는다. 그것도 1회부터 9회까지 혼자 던진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프로 내내 외야를 지켰다. 그것도 나이 50이 넘어서 100개 이상을 던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첫 경기(2021년) 때는 큰 고비도 겪었다. 7회쯤인가? 다리에 통증이 올라와 서 있기도 힘들었다. 절뚝거리며 걸음도 못 옮겼다. 몇 번이나 마운드에서 주저앉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9회까지 오로지 혼자 책임졌다.

◇ 4년간 이치로 투수 / 타자 성적

2024년 = 3실점 10K 완투승. 최고 138㎞, 투구수 141개 / 4타수 4안타

2023년 = 무실점 9K 완봉승. 최고 138㎞, 투구수 116개 / 4타수 2안타

2022년 = 1실점 14K 완투승. 최고 134㎞, 투구수 131개 / 4타수 무안타

2021년 = 무실점 17K 완봉승. 최고 136㎞, 투구수 147개 / 3타수 무안타

사진 제공 = OSEN

여고생 손목 비틀기?

얼마 전 훈련 때다. 관계자 하나가 오지랖을 떤다. 고교 시절 PL 학원의 에이스였던 마쓰이 가즈오에게 넌지시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혹시 투수를 해줄 수 있겠냐’는 질문이었다. 물론 뜻은 이해한다. 고령의 감독 겸 투수가 혼자 몇 년째 고생하고 있는 게 안타까운 탓이리라.

하지만 ‘오버’다. 전후 사정과 맥락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마쓰이 가즈오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에? 그건 이치로 상이 하는 것 아니냐”라며 놀란다. 그러다가 마지못해 애매한 답으로 마무리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준비는 하겠지만….”

눈치 없는 관계자는 반색한다. 어쨌든 긍정적인 얘기라는 생각이었다. 그 말을 이치로에게 전한다. 반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아니다. 뜻밖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단 마쓰자카 얘기를 먼저 꺼낸다.

“마쓰자카는 처음 합류할 때부터 투수로는 어렵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더 이상 권할 수 없다. 작년에는 유격수를 했지만, 이젠 좌익수로 옮기게 된다. 아마 중계 플레이 내야수에게 던지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마쓰이 가즈오에 대한 의견도 피력한다.

“조금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이날 둘은 캐치볼을 함께 했다) 왜냐하면 어깨가 처져 있어서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선발로 나가서 완투할 각오를 하고 있다.”

혹자는 그런 생각일지 모른다. ‘주연 욕심에’ 혹은 ‘혼자 주목받고 싶어서’라는.
하지만 조금 다르다. 그가 계획한 것은 ‘여고생들 손목 비트는 게임’이 아니다. 적당히 흥미를 제공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아니다.

풀뿌리 학생 야구에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열심히 준비하는 것. 최선을 다하는 것. 그라운드에 서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것. 그것이 상대에 대한 최고의 존중이라는 것.

그게 51번을 단 이치로가 51세에도 멈추지 않는 이유다.

혹시 몰라서, 포수 훈련까지 하는 이치로. 일본 MBS 프로그램 ‘정열대륙’ 방송화면